ALS 목근력 약화, 고개 떨굼 어떻게 지지할까
-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30일
- 3분 분량
진료실에서 환자가 고개를 스스로 들지 못하고 턱이 가슴에 닿을 듯 앞으로 숙여진 모습을 보면, 보호자보다 환자 본인이 먼저 당혹스러워한다. 대화 중 눈을 맞추기 어렵고, 식사할 때도 고개가 자꾸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이 목 떨굼은 단순한 자세 문제가 아니라 ALS에서 목 신전근이 약해지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고개가 왜 자꾸 떨궈질까
ALS는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사멸하면서 전신의 근력이 약해지는 질환이다. 손과 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병이 진행되면 목 근육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고개를 뒤로 젖히는 역할을 하는 목 신전근이 약해지면 고개를 세운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앞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를 드롭트 헤드 신드롬(dropped head syndrome)이라 부른다.
이런 목 떨굼은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팔다리 근력 저하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환자들은 목의 통증과 뻣뻣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대화할 때 시선을 맞추기 어려워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목이 처진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호흡과 삼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조기만으로 충분할까, 기존 접근의 한계
목 떨굼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목 보조기, 흔히 말하는 목 칼라다. 그런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성품 칼라는 환자마다 다른 목과 어깨의 형태, 근력 저하 정도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환자는 폼 소재의 부드러운 칼라로 충분하지만, 어떤 환자는 더 단단한 지지가 필요하다.
또 하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목 보조기는 근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조기의 역할은 자세를 유지시켜 통증을 줄이고, 경추가 지나치게 굽어지면서 생길 수 있는 이차적인 척수 압박이나 신경학적 악화를 예방하는 데 있다. 근본적인 근력 저하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는 점을 환자와 보호자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실망하지 않는다.
반대로 보조기를 잘못된 방식으로 장기간 착용하면 오히려 목 근육을 덜 쓰게 만들어 근력이 더 빨리 떨어지거나, 피부가 눌려 자극을 받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무작정 착용하기보다는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적절한 시점과 종류를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급성인지 만성인지, 접근이 달라진다
고개 떨굼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원인, 같은 치료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관련 연구에서는 발병 시점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다르게 나타났다. 갑자기 생긴 고개 떨굼이면서 목 외상 병력이 없고 좌우 균형이 맞는 경우에는 경추 보조기와 물리치료, 통증 관리 같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3개월 이상 서서히 진행된 만성 고개 떨굼은 퇴행성 근력 약화와 관련이 깊었고, 보존적 치료만으로 회복되는 비율이 낮았다.
ALS로 인한 목 떨굼은 대부분 후자, 즉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약화에 해당한다. 그래서 접근의 목표도 명확히 다르다. 근력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남아 있는 목 기능을 최대한 오래 활용하면서 자세로 인한 이차 손상을 막는 것이 실질적인 목표가 된다.
어떤 보조기를, 어떻게 선택할까
목 보조기는 환자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필요하다. 식사할 때, 대화할 때, 이동할 때, 잠잘 때 각각 요구되는 지지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임상에서는 보통 중간 강도의 폼 소재 보조기로 시작해, 지지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더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로 단계적으로 바꿔가는 방식이 흔히 쓰인다.
경추 부위만 굽어진 경우 – 목 보조기 단독으로도 지지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가슴 부위까지 함께 굽어지고 골반 불균형이 동반된 경우 – 목 보조기만으로는 부족해 가슴까지 받쳐주는 지지 시스템이 필요할 수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환자 – 별도 보조기 없이도 휠체어의 틸트·리클라인 기능을 활용해 머리와 목을 지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오래 사용되어 온 보조기 중 하나가 헤드마스터 칼라다. 지지대의 위치를 환자의 체형에 맞게 조정할 수 있고, 통기성이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장시간 착용에도 상대적으로 답답함이 덜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이 역시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잘 맞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신체 치수를 재고 맞춤 조정을 거쳐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상 메모. 목 보조기를 처방할 때 환자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이 보조기는 목 힘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자세를 지켜주는 도구'라는 점이다. 기대치를 정확히 맞춰두면 보조기 착용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고, 실제 생활에서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목 지지가 곧 호흡·삼킴·소통 관리다
목 떨굼 관리를 단순히 '보기 좋은 자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고개가 심하게 처진 자세가 지속되면 기도와 식도의 각도가 달라져 호흡과 삼킴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대화 중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환자의 의사소통과 정서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목 지지는 재활의학과 진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작업치료·언어치료·영양 관리가 함께 움직이는 다학제 접근 안에서 다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에서는 ALS가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등록 시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고, 장기요양보험이나 장애인 등록 제도를 통해 보조기 관련 지원을 확인해볼 수 있다. 다만 세부 지원 항목과 금액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사회복지사나 관할 기관을 통해 최신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살피는 것
로뎀요양병원에서는 ALS 환자의 목근력 저하가 시작되는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세와 목 움직임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살핀다. 고개가 처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조기에 확인하고, 환자의 일상 활동 패턴에 맞는 보조기 종류와 착용 시점을 함께 상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목 하나를 지지하는 문제 같아 보여도, 그 안에는 호흡과 삼킴, 대화까지 이어지는 환자의 하루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함께 살피는 관리가, 환자와 가족이 하루하루를 조금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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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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