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S와 목디스크·오십견, 왜 이렇게 헷갈릴까
-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9일
-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환자분이 정형외과에서 오십견 치료를 반년 넘게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어깨 운동 범위가 줄고 팔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었는데, 스테로이드 주사와 물리치료를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손의 정교한 움직임까지 둔해졌다고 했다. 결국 신경과 정밀검사에서 ALS 소견이 확인됐다.
목·어깨 증상, 왜 첫인상이 비슷할까
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는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퇴행하면서 근육이 위축되고 힘이 빠지는 병이다. 초기에는 한쪽 손이나 팔의 힘이 약해지거나 근육이 씰룩거리는 정도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시기의 증상이 목디스크(경추 추간판탈출증)나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과 겉으로 매우 닮아 있다는 점이다.
목디스크는 경추 디스크가 눌리거나 파열되어 신경을 압박하면서 목의 뻣뻣함, 팔과 손의 저림을 일으킨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낭에 염증과 유착이 생겨 팔을 움직이는 범위 자체가 줄어드는 병이다. 두 질환 모두 흔하고, 목 통증의 유병률만 해도 일반 인구에서 약 15%에 이를 만큼 익숙한 증상이다. 그러다 보니 ALS 초기 환자가 어깨나 목의 문제로 먼저 진료를 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
기존 진단 방식의 한계
ALS를 한 번에 확진할 수 있는 단일 검사는 아직 없다. 신경학적 진찰과 근전도·신경전도검사를 기본으로 하고, MRI나 혈액검사, 필요하면 근육 조직검사까지 동원해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들을 하나씩 배제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단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특히 감별이 까다로운 질환이 경추척수병증이다. 상위·하위 운동신경세포와 관련된 신경 구조가 목 부위에서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어, 척수가 눌리는 경추척수병증도 팔다리의 위약과 저림, 보행 이상을 일으켜 ALS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반대 방향의 오류도 존재한다.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서는 경추 X-선상 척추체 간격이 좁아져 있으면 목디스크로 진단하기 쉬운데, 실제 신경 압박의 정도나 근력저하가 시간이 지나며 계속 진행되는지를 놓치면 ALS의 초기 신호를 목디스크 치료로 덮어버릴 위험이 있다. 실제로 경추 수술을 권유받았던 환자가 이후 ALS로 진단된 사례도 문헌에 보고돼 있다.
임상 메모. ALS와 경추척수병증은 서로가 서로로 초기에 오진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문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통증 치료를 받았는데도 힘빠짐이 계속 번진다면, 한 번쯤 신경과적 재평가가 필요하다.
구분의 핵심은 감각 이상과 진행 양상
감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는 두 가지다. 첫째는 감각 이상의 유무다. ALS는 운동신경만 손상되는 병이라 촉각이나 통증 감각에는 이상이 생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목디스크나 경추척수병증은 신경이 눌리면서 저림, 이상감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손발이 저리고 찌릿한 느낌이 뚜렷하다면 신경 압박성 질환 쪽에 무게가 실린다.
둘째는 진행 양상이다. 목디스크나 오십견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개 호전되거나 증상이 어느 선에서 멈춘다. 반면 ALS는 시간이 지나면서 근력저하가 다른 부위로 계속 번져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진행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 확인될 때, 처음의 진단을 재고하게 되는 가장 흔한 계기가 된다는 점도 여러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감각 이상(저림·이상감각)이 뚜렷하다 → 목디스크·경추척수병증 가능성
감각은 정상인데 근력저하만 계속 번진다 → ALS 재평가 필요
목·어깨 통증이 주된 증상이다 → 경추척수병증 특징
연수 증상(말이 어눌해짐, 삼킴 곤란)이나 감정 조절 이상 동반 → ALS 의심 단서
영상검사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
MRI 검사에서 경추 디스크나 척추 퇴행 소견이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곧 모든 증상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운동신경원병 환자의 평균 발병 연령이 60대 중반에 가깝다 보니,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생기는 경추 퇴행성 변화가 우연히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경추척수병증이나 다발성경화증에서는 MRI가 진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지만, ALS에서는 오히려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용도로 활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최종 진단은 어느 한 가지 검사가 아니라, 신경학적 진찰과 근전도, 혈액검사, 필요시 영상·척수액 검사를 종합하고 임상 경과를 지켜보는 배제법으로 이루어진다. 근육이 씰룩거리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만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스로 병명을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목디스크·오십견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는 것도 모두 신중하지 못한 태도다.
임상적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
오진율에 대한 수치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어 3.9%에서 10% 안팎까지 다양하게 보고되지만,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초기 감별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어깨 통증으로 치료를 받는 중이라도 손의 정교한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지거나, 근력저하가 반대쪽 팔이나 다리로 옮겨간다면 신경과 전문의와의 재평가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근육이 툭툭 떨리는 증상 대부분은 양성 근육잔떨림으로 정상 범위인 경우가 많다. 지레 겁먹기보다는, 통증 치료의 반응이 예상과 다르거나 증상이 계속 확산되는 양상을 보일 때 정밀한 신경학적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다.
이런 감별 진단의 어려움을 겪은 환자와 가족을 만날 때마다, 진단 이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느냐가 결국 더 큰 숙제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ALS를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들이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재활과 돌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신경과적 경과 관찰과 일상 관리가 함께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진단의 혼란 속에서도 환자와 가족이 다음 걸음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