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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신약 급여 거부, 이의신청으로 되돌릴 수 있나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5일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10일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물었다. 어렵게 나온 희귀질환 신약이 급여 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이의신청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약 급여 탈락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이의신청'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 신약, 왜 급여 심사에서 불리한가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신약 개발부터 급여 등재까지 모든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대규모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입증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급여 심사는 비용효과성을 따지는 경제성평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이 틀은 대상 환자가 많은 만성질환 치료제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소수 환자를 위한 희귀질환 치료제는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쉽다.

이런 문제를 인식해 국내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한해 일반 신약보다 빠른 별도 평가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제도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빠르게 작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의신청이라는 단어, 오해가 시작되는 지점

국민건강보험법 제87조는 이의신청 절차를 정하고 있다.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보험급여 비용에 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공단에, 요양급여비용과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에 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심사평가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을 지나면 신청할 수 없다는 기한도 정해져 있다.

문제는 신약의 급여 등재 여부 자체는 이 조항이 말하는 '처분'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신약이 급여목록에 오르는 과정은 제약사와 심사평가원이 협상하는 절차이지, 환자 개인에게 내려지는 행정처분이 아니다. 그래서 신약이 급여에서 탈락했을 때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이의신청서를 낼 수 있는 공식 창구는 사실상 제한적이다.

임상 메모. 국민건강보험법상 이의신청은 보험료·자격·보험급여 등에 대한 개인 처분 불복 절차다. 신약 급여 탈락은 대개 이 절차가 아니라 제약사와 심사평가원 간의 재협상·재평가 절차로 다뤄진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실제 되돌릴 수 있는 경로, 재협상과 재평가

약가협상이 결렬된 약제는 곧바로 급여 목록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에 따르면, 협상이 결렬된 약제에 대해서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의견을 다시 조회한 뒤, 그 의견에 따라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하거나 1회에 한해 재협상을 명할 수 있다. 2022년 10월에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보건복지부장관이 협상 관련 조치를 하기 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1회에 한정해 공단 이사장에게 재협상을 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즉 신약 급여가 한 번 거부됐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협상이라는 한 번의 기회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다. 다만 이 절차를 신청하는 주체는 환자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제약사라는 점이 중요하다. 협상이 타결되면 30일 이내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급여 여부와 상한금액이 고시된다.

희귀질환 전용 신속등재 트랙, 확인해볼 가치가 있다

희귀질환 의약품 가운데 조속한 등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급여결정 신청 후 평가기간을 최대 100일로 단축하는 신속 트랙이 마련돼 있다. 대상은 선천적 유전성 질환에 사용되는 식약처 지정 희귀의약품 가운데 동일 성분 대체 약제가 급여목록에 없는 경우다. 최근에는 허가와 평가, 협상을 병행하는 시범사업, 그리고 글로벌 혁신제품을 대상으로 한 신속심사지원체계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사용 중이거나 사용을 고려하는 약제가 이런 신속등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 희귀의약품 지정 여부, 동일 성분 대체약제 존재 여부 확인

  • 급여결정 신청 후 경과 일수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 여부 확인

  • 환자단체·관련 학회를 통한 공론화 가능성 확인

제도가 있어도 지연은 발생한다

신속 트랙이 마련돼 있다고 해서 모든 사례가 빠르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과 신속심사지원체계 대상으로 선정됐음에도, 급여 신청 후 500일이 넘도록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안건에 오르지 못한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사례가 환자단체와 학회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폐혈관이 좁아지면서 심장에 부담을 주는 중증 진행성 질환으로, 해당 치료제는 임상시험에서 사망을 포함한 악화 위험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상정 자체가 장기간 지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환자단체와 학회의 문제 제기가 절차 진행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개인이 법적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는 어렵더라도, 학회나 환자 커뮤니티를 통한 공론화는 사실상 중요한 비공식 경로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산정특례와 급여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구분해야 할 개념이 있다. 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정은 건강보험공단이 질병관리청 위탁을 받아 논의하는 절차인데, 이 위원회는 위원 구성이나 개최일시, 운영절차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회의록까지 공개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는 투명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치료제가 있어도 급여 혜택에서 배제될 수 있어, 산정특례 지정 여부와 개별 약제의 급여 여부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적 의미

정리하면, 신약 급여 탈락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상 이의신청을 직접 제기할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급여 여부는 제약사와 심사평가원 간의 협상·평가 절차 안에서 결정되며, 협상이 결렬되면 재협상이라는 한 번의 기회가 제도적으로 열려 있다. 환자와 가족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은 해당 약제가 희귀질환 신속등재 대상인지 확인하고, 진행 상황을 계속 추적하며, 필요하다면 환자단체나 학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미리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막막함은 줄어든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이런 제도적 어려움까지 함께 살피며, 급여 정보와 절차를 안내하고 필요한 순간마다 곁에서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치료의 길이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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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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