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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성 치매, 막을 수 있는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13일
  • 3분 분량

얼마 전 회진 중 만난 보호자가 이렇게 물었다. '어머니가 뇌경색을 두 번이나 겪으셨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기억력이 나빠지신 것 같아요. 이것도 치매인가요.'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처럼 서서히 오는 병이 아니라, 뇌혈관 사건이 쌓이며 계단식으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 예방의 실마리가 있다.

뇌혈관이 반복해서 다치면 생기는 치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치매의 원인으로 꼽힌다. 발생 기전은 크게 두 가지다.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허혈성 뇌혈관 질환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출혈성 뇌혈관 질환이다. 대개는 이런 뇌혈관 질환이 반복해서 일어나며 치매로 이어지지만, 기억이나 판단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에 단 한 번의 손상만으로도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뚜렷한 뇌졸중 이후 갑자기 나빠지는 다발성 경색 치매나 주요부 뇌경색 치매가 있는 반면, 미세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며 생기는 피질하 혈관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처럼 천천히 진행하기도 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두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 병력만으로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뇌영상 검사를 통해 대혈관 경색, 기저핵과 전두엽 백질의 소공 경색, 광범위한 백질 병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일단 발생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한계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이미 나빠진 뇌를 다시 좋아지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혈관성 치매는 일단 손상이 발생한 이후에는 회복이 제한적이다. 현재 쓰이는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 혈류순환 개선제, 재활치료, 필요한 경우의 혈관 시술은 모두 손상된 뇌 조직 자체를 되돌리는 치료가 아니라 추가 손상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항상 이렇게 설명한다. '이미 생긴 흔적을 지우는 치료는 없지만, 다음 뇌졸중을 막는 치료는 분명히 있다.' 결국 혈관성 치매 관리의 핵심은 재발 방지이고, 재발 방지의 핵심은 위험 요인 관리다.

예방 가능한 위험 요인들

혈관성 치매가 다른 치매보다 조금 다행스러운 지점이 있다면, 위험 요인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관리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심방세동, 흡연, 심근경색 병력 등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고혈압과 당뇨, 죽상경화증은 뇌 안의 혈관을 서서히 손상시키고, 심방세동은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뇌로 흘러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 고혈압 - 뇌혈관 벽을 손상시켜 경색과 출혈 위험을 모두 높인다

  • 당뇨병 - 미세혈관 손상을 가속화해 뇌 백질 병변을 늘린다

  • 이상지질혈증(높은 LDL 콜레스테롤) - 죽상경화를 진행시킨다

  • 심방세동 - 심장 내 혈전이 뇌로 이동해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 흡연과 과음 - 혈관 내피 손상과 혈전 형성을 촉진한다

2024년 발표된 국제 치매 예방·관리 전문가 위원회 보고서에서도 저학력, 난청,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 신체활동 부족, 당뇨, 과음, 외상성 뇌손상,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에 더해 치료받지 않은 시력 저하와 높은 LDL 콜레스테롤이 새롭게 추가된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다만 이 보고서가 제시한 예방 가능 비율은 치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인구집단 수준의 추정치이지, 혈관성 치매 개인 한 사람의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임상 메모.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양상과 뇌졸중 이후 단계적으로 나빠지는 양상이 섞여 있다면, 두 질환의 혼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평가해야 한다.

목표 수치 관리와 생활습관, 무엇을 실천해야 할까

위험 요인을 안다고 저절로 관리되지는 않는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각각의 목표 수치에 맞춰 조절하고, 처방받은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금연과 절주, 경동맥 협착이나 심방세동 같은 구체적인 뇌졸중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과정이 더해져야 한다.

생활습관 측면에서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싱겁게 먹는 식습관, 적정 체중 유지, 두뇌 활동과 사회적 관계 유지가 혈관 건강과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과식을 피하고 해산물, 등푸른생선, 견과류처럼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챙기는 것도 실천 가능한 방법이다. 다만 이런 관리가 치매 발생을 완전히 막아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위험을 낮추고 진행을 늦추는 것이지, 절대적인 예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상적 의미와 제도적 지원

진료 현장에서는 뇌졸중이나 뇌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될 때, 조기에 뇌영상 검사를 통해 혈관성 치매 여부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진단 이후에는 병변을 되돌리는 치료가 아니라 추가 손상을 막는 이차예방이 핵심 전략이라는 점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안내하고 싶은 부분은 제도적 지원이다. 국내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혈관성 치매 환자가 산정특례 등록 요건을 충족하면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낮출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진단 초기에 이런 제도를 함께 안내하면 치료를 지속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다만 세부 기준은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담당 의료진을 통해 최신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은 오늘의 관리가 내일을 바꾼다

혈관성 치매는 이미 생긴 손상을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다음 손상을 막는 일은 지금부터도 충분히 가능하다. 혈압 하나, 혈당 하나를 챙기는 일이 사소해 보여도 그것이 쌓여 뇌졸중 재발을 막고, 결국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힘이 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혈관성 치매 환자의 위험 요인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남아 있는 인지 기능과 일상 능력을 최대한 지켜드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미 겪은 뇌졸중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다음 걸음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안전하게 내딛도록 돕는 일은 지금도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환자와 가족 곁을 지키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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