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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찾아온 가족, 치매 환자를 대하는 법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7일 전
  • 4분 분량

이번 명절 진료실에는 유독 자녀들의 걱정 섞인 질문이 많았다. "어머니가 명절 음식 간을 못 맞추시더라", "같은 얘기를 세 번씩 하시더라"는 이야기다. 평소 전화로는 몰랐던 변화가 명절에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명절이 치매를 처음 의심하게 되는 시점이 되는 이유

1년에 몇 번 얼굴을 보는 자녀들에게 명절은 부모님의 인지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다. 짧은 안부 전화로는 알 수 없던 변화가 긴 시간 함께 지내며 드러나기 때문이다.

치매는 하나의 병이 아니라 후천적 원인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해내지 못하는 상태를 통칭하는 증후군이다. 중앙치매센터 추정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는 10.33%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성 치매의 약 70%는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고,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시기는 경도인지장애 단계다. 정상 노인은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하는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한다. 이 시기에 발견해 관리를 시작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한 구간이다.

기존 방식의 한계 – 짧은 통화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

많은 가족이 "어머니 목소리는 그대로시던데요"라고 말한다. 문제는 전화 통화만으로는 조리 순서를 헷갈리는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지, 낯선 친척을 못 알아보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실제로 치매가 처음 의심되는 계기는 명절처럼 오래 함께 지내는 시간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돌봄이 시작된 이후의 부담도 가족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 다소 오래된 조사이긴 하지만 대한치매학회 설문에서 치매환자 보호자의 33%가 근로시간을 단축했고 14%는 퇴사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참고용 수치이긴 해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명절에 확인할 것 – 무엇을 유심히 봐야 할까

수십 년간 해온 명절 음식의 간을 갑자기 맞추지 못하거나, 익숙했던 조리 순서를 헷갈리는 모습은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대화 중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거', '저거' 같은 대명사 사용이 늘고, 30분 전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 익숙한 음식의 간과 조리 순서를 헷갈리는지

  • 대명사 사용이 눈에 띄게 늘었는지

  • 같은 질문이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지

  • 낯선 친척이나 오랜만에 온 손주를 못 알아보는지

  • 본인이 잊어버린 것을 인정하지 않고 "누가 훔쳐 갔다"고 남 탓을 하는지

여기서 핵심은 마지막 항목이다. 치매의 대표 증상은 '잊어버리는 것' 자체지만, 본인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아는 경우는 건망증에 가깝다. 반대로 잊어버린 것을 인정하지 않고 도둑맞았다고 주장한다면 치매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돌발 행동,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명절은 평소보다 사람이 많고, 상차림과 TV 소음 등 자극이 몰리는 날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와 낯선 얼굴들이 매우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 가족이 짜증을 내거나 논리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환자에게 상처만 남는다.

실수를 했을 때는 반드시 존칭어를 사용하고, "하지 마세요"라는 부정형 대신 "같이 해볼까요?"라는 긍정형 문장을 쓰는 것이 좋다. 환자가 하는 말의 표면적 내용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먼저 읽어야 한다. "집에 가고 싶어"라는 말은 실제로는 불안하니 안심이 필요하다는 뜻이거나, 화장실이 급하다는 뜻일 수 있다.

임상 메모. 반복되는 질문에 지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를 하나의 '증상'으로 받아들이고,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도구로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망상·환각, 그리고 해질녘 불안

치매 환자가 누군가 자신을 쫓거나 물건을 훔쳐 갔다는 망상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맞서 싸우거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우선이다. 기분 좋은 방향의 환각이라면 굳이 부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위협받는 느낌을 주는 부정적 내용이라면 포옹이나 스킨십으로 안정감을 주고, 증상이 심하면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해가 질 무렵 인지 기능이 더 떨어지면서 집에 가겠다며 밖으로 나가려는 '일몰 증후군'도 명절에 자주 관찰된다. 이럴 때는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 환자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걷고 오는 식의 '전환'이 도움이 된다. 환자가 말하는 내용의 진위보다 그 말에 담긴 정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서 위주 접근의 핵심이다.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면, 다음 단계

명절에 이런 변화를 확인했다면 그 자리에서 진단을 내리려 하지 말고, 명절이 끝난 뒤 가까운 시군구 치매안심센터를 찾는 것이 순서다. 60세 이상은 누구나 치매인지선별검사(CIST)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하루의 관찰만으로 확정 진단처럼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나이 탓'으로 가볍게 넘기는 것도 모두 경계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전문 검사로 확인해야 할 '의심' 신호일 뿐이다.

중앙치매센터가 권장하는 경도인지장애 예방 수칙도 참고할 만하다. 1주 3회 이상 걷기와 생선·채소 골고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를 권하는 '3권', 절주·금연·머리 부상 조심을 뜻하는 '3금',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정기 체크와 매년 치매 조기 검진, 가족·친구와 자주 소통하기를 담은 '3행'이다.

임상적 의미

명절은 자녀와 손주가 평소 자주 보지 못하던 부모님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치매안심센터의 무료 선별검사로 이어가는 것이 조기 진단율을 높이는 실질적인 경로가 된다.

또한 존칭어 사용, 긍정형 문장, 사실 논박 대신 정서적 공감이라는 대응 방식은 명절 당일 가족 간 갈등과 환자의 정서적 상처를 줄이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낯선 손님, 늦은 시간,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겹치는 명절 특성상 방문 일정과 활동을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게 짜두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명절에 발견한 변화가 걱정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그 뒤를 이어줄 곳이 필요하다. 로뎀요양병원은 명절이 지나고 나서야 용기를 내 찾아오는 가족들을 자주 만난다. 검사부터 이후의 관리 방향까지 함께 상의하며, 환자와 가족이 남은 시간을 덜 불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자 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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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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