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매와 알츠하이머, 어떻게 다른가
-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13일
- 3분 분량
파킨슨병으로 오래 진료를 받아온 환자의 보호자가 최근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가 요즘 자꾸 깜빡하시는데, 이게 파킨슨병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냥 치매인가요." 이 질문 안에는 이미 오해가 하나 숨어 있다. 파킨슨병 때문에 생기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같은 병이 아니다. 원인 단백질도 다르고,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도 다르다.
같은 '치매'라도 시작점이 다르다
치매는 하나의 병명이 아니라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 안에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여러 원인 질환이 들어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치매"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면 오히려 혼란이 커진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라는 이상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서서히 망가뜨린다. 반면 파킨슨병은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뇌간 하부에서부터 쌓이기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뇌의 위쪽, 즉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영역까지 올라온다. 시작 지점부터 다르기 때문에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도 다를 수밖에 없다.
파킨슨병 환자, 얼마나 치매로 이어지나
파킨슨병 환자라고 해서 모두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병이 오래 지속될수록 그 위험은 분명히 높아진다. 자료를 보면 파킨슨병 환자의 약 30~40%가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일반 인구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국내 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파킨슨병 환자 중 상당수가 치매를 동반 질환으로 진단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이 수치는 조사 시점과 기관에 따라 다르게 집계될 수 있다는 점은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시간적인 패턴도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킨슨병 치매는 대개 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그로부터 10~15년 정도 지난 뒤에 서서히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에서는 운동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된 후 치매가 나타나면 '치매를 동반한 파킨슨병'으로, 운동 증상과 인지장애가 거의 동시에 혹은 인지장애가 먼저 나타나면 '루이소체 치매'로 구분하는 기준을 참고한다. 이른바 1년 규칙이다.
기존 진단 방식의 한계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파킨슨병 자체를 확진할 수 있는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는 없다. 전문의의 진찰과 병력 청취가 진단의 핵심이다. 이 말이 진단이 불확실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파킨슨병 치매,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 치매가 임상 양상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과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루이소체 치매는 특히 초기 증상이 있다가도 몇 달간 별다른 증상 없이 안정기를 갖는 경우가 있다. 마침 그 안정기에 환자를 진찰한다면 의사도 이상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보호자가 평소 관찰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진단 지연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구별하는 실질적인 단서들
임상적으로는 몇 가지 관찰 가능한 차이가 감별의 실마리가 된다.
기억 장애의 양상 : 알츠하이머병은 힌트를 주어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파킨슨병 치매에서는 힌트를 주면 기억을 되살리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보다 인출하는 속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시 유무 : 파킨슨병 치매나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사람이나 동물 등 헛것이 보이는 환시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이런 증상이 상대적으로 드물다.
하루 중 증상 기복 :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아침에는 멀쩡했다가 밤이 되면 증상이 심해지는 등, 인지기능이 요동치는 특징을 보인다. 잠든 것처럼 보이거나 주위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다시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운동 증상 :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서동증이나 떨림 같은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파킨슨병 계열 치매에서는 운동 증상이 함께 있거나 인지장애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상 메모. 파킨슨병 치매는 '피질하 치매'로 분류된다. 알츠하이머병처럼 언어 장애나 새로운 기억 형성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 속도가 느려지고 집중력과 시공간 판단력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행 정도가 비슷하더라도 일상 대처 능력에서 체감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이 구분이 단순히 병명을 정확히 붙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단명에 따라 치료 접근과 주의사항이 달라진다. 특히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일부 항정신병 약물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환시나 행동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약을 늘리기보다는 정확한 감별이 우선되어야 한다.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인지 저하가 관찰되면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넘기지 말고, 신경과적 평가를 통해 PDD인지 DLB인지, 혹은 알츠하이머병이 겹친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치매가 곧 불치병이라는 인식이다. 치매는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꾸준한 관리를 통해 진행 속도를 조절하고 삶의 질을 지키는 병이다.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면 그에 맞는 약물 조절과 재활, 생활 관리 방향을 세울 수 있고, 이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정확한 감별이 곧 돌봄의 시작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다 보면, 정확한 진단명 하나가 가족의 마음을 훨씬 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이게 무슨 병인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파킨슨병 치매이고,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면 된다"는 구체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순간, 보호자의 표정이 달라진다. 원인 단백질이 다르고 증상의 순서가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환자를 어떤 눈으로 지켜봐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파킨슨병을 오래 앓고 있는 환자라면 인지기능 변화를 사소하게 넘기지 말고, 신경과 진료와 함께 꾸준한 관찰과 기록을 이어가길 권한다. 정확한 진단은 결국 환자에게 맞는 돌봄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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