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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발성두개내압상승, 두통과 시력저하가 같이 온다면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4일
4분 분량

진료실에서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볼 때마다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시야가 흐린지,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지, 귀에서 맥박 소리가 들리는지다. 이 세 가지가 두통과 함께 온다면 단순한 편두통이 아니라 뇌 안의 압력이 오르는 질환, 특발성두개내압상승을 의심해야 한다.

두통 뒤에 숨어 있는 압력의 문제

특발성두개내압상승(IIH)은 과거 가성뇌종양이라 불리던 질환으로, 뇌 주변에 뇌척수액이 쌓이면서 두개골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는 병이다. 종양이 없는데도 뇌압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이름이 붙었지만, 정작 왜 압력이 오르는지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실제로 환자의 92~94%가 심한 두통을 겪는다고 보고된다. 여기에 시야가 흐릿하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 이명, 메스꺼움, 목 통증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20~50세 여성에서 남성보다 약 20배 흔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미국의 대규모 전자의무기록 분석에서는 이 비율이 3.29대 1로 훨씬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두 수치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출처를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같은 미국 데이터에서는 성인 IIH 발생률이 1990년대 인구 10만 명당 16명 수준에서 2020년대 들어 127명까지 가파르게 늘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전 세계적인 비만 유행이 이 질환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신경과 학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수치들은 모두 해외 자료이며, 국내 발생률에 대한 통계는 아직 확인된 자료가 없다는 점을 짚어둔다.

진단과 치료, 왜 쉽지 않은가

IIH는 사실상 배제 진단에 가까운 질환이다. 뇌 MRI나 CT로 종양 같은 다른 원인이 없다는 것을 먼저 확인하고, 이후 척추 천자를 통해 뇌척수액의 개방압이 높다는 것을 확인해야 진단이 내려진다. 그만큼 초기에는 다른 질환과 감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 시력 문제가 진행될 위험이 있다.

급성 두통을 조절하는 근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오스트리아의 IIH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연구는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효과적인 급성기 두통 치료가 꼭 필요하지만, 현재 지침은 두통 양상에 맞춘 치료를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각 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하는 확실한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약물 치료의 성공률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 미국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차 약물인 아세타졸아마이드의 성공률은 42.3%, 토피라메이트는 28.7%에 그쳤다. 반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재발성·불응성 환자에서 시행한 진행된 시술적 치료는 82.5%의 성공률을 보였다. 다시 말해 약물만으로는 조절되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 과체중 또는 최근 체중 증가 - 대표적인 위험 인자

  •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약물 - 질환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

  •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 야간 산소포화도 측정으로 선별 가능

  • 우울·불안 증상 - 과소 보고되며 시각적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음

체중 관리, 보조가 아니라 핵심 전략으로

2014년 발표된 IIH Treatment Trial은 16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저염 체중감량 식이요법과 아세타졸아마이드 병행 치료를 시험했다. 그 결과 시야 검사, 유두부종 등급, 삶의 질, 요추천자 개방압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확인되었다. 이 연구 이후 체중 관리는 IIH 치료에서 보조적 권고가 아니라 핵심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2022년 Neurology에 발표된 연구는 비만대사수술 후 감량한 체중의 정도가 클수록 여성 IIH 환자의 두개내압 개선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보고했고, 2023년에는 체중 관리 중재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임상 권고안도 발표됐다. 영국 NICE는 2025년 과체중·비만 관리 지침을 개정하며 약물치료와 수술적 옵션에 대한 최신 권고를 반영하기도 했다.

임상 메모. 체중 감량이 압력 개선과 연관이 있다는 근거는 쌓이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연관성'을 보고한 것이지 모든 환자에서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체중을 줄이면 완치된다는 식의 단정적인 설명은 피해야 한다.

새롭게 주목받는 안전성 이슈

최근에는 비만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GLP-1 계열 약물과 관련한 새로운 안전성 이슈도 나왔다.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감시 위해평가위원회는 위고비, 오젬픽, 라이벨서스 등에 포함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이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복용 환자 1만 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매우 드문 부작용이지만, 위원회는 그 심각성 때문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이는 IIH 자체가 유두부종으로 인한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체중 감량 목적으로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 특히 IIH 병력이 있거나 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에서 새로운 시력 이상이 생겼을 때, 이것이 기저 질환의 악화인지 약물에 의한 별개의 시신경병증인지 감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드문 부작용을 근거로 GLP-1 계열 약물 전체를 위험하다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되지만, 시력 증상이 새로 생겼다면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는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진료 현장에서 달라져야 할 것

두통과 시야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환자를 만나면 안저검사로 유두부종 여부를 확인하고, 신경영상 검사와 필요시 요추천자를 통한 개방압 측정을 조기에 진행해야 한다.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을 수 있다는 점이 진단을 미루면 안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체중 감량이 치료 전략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신경과와 안과뿐 아니라 영양, 내분비, 필요시 비만대사수술까지 아우르는 다학제 접근이 표준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서는 정맥동 스텐트 삽입술 같은 새로운 시술도 등장했고, 관련 데이터가 점차 쌓이는 단계다. 급성 두통 조절 역시 편두통형인지 긴장형인지에 따라 치료제를 다르게 선택하는 방식이 최근 강조되고 있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지켜보는 이유

IIH는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만성 두통과 시력 저하가 반복되면 일상생활과 정서적 안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진단과 치료 이후에도 체중 관리, 동반질환 관찰, 시력 변화 모니터링이 꾸준히 필요한 질환이라는 뜻이다. 로뎀요양병원은 이런 만성 신경계 질환 환자들이 급성기 치료를 마친 뒤에도 안정적으로 회복 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신경과적 관찰과 전신 건강 관리를 함께 챙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두통 하나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세심한 관찰이, 결국 시력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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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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