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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긴장성 이영양증, 손을 폈다 못 펴는 이유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2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손을 꽉 쥐어보라고 한 뒤 다시 펴보라고 하면, 손가락이 서서히 풀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이 짧은 동작 하나가 근긴장성 이영양증이라는 유전성 근육질환을 의심하게 만드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주먹을 쥐면 왜 바로 펴지지 않을까

근긴장성 이영양증(Dystrophia myotonica, DM)은 성인에게 나타나는 유전성 근육 영양장애 중 가장 흔한 형태다. 원인은 19번 염색체에 위치한 DMPK 유전자의 특정 부위에서 CTG라는 삼염기 반복서열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나는 것이다. 상염색체 우성유전 질환이라 부모 중 한쪽이라도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전달될 확률이 절반이다. 증상은 유아기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흔히는 20대에서 50대 사이에 서서히 드러난다.

환자들이 가장 먼저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손을 폈다 못 펴는' 느낌이다.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지 못하거나, 컵을 쥐었다가 떼는 데 시간이 걸리고, 뚜껑 있는 그릇을 열기가 유난히 힘들어진다. 이런 현상을 의학적으로는 근긴장증(myotonia)이라고 부른다.

기존 치료의 한계, 왜 증상만 완화될까

근긴장증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쓰여 온 약은 메실레틴이다. 나트륨 채널을 조절해 근육의 과흥분을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FDA와 EM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라모트리진 역시 소규모 연구에서 효과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약들의 공통된 한계는 명확하다. 근긴장증이라는 '증상'을 줄여줄 뿐, 그 증상을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인 유전자 이상이나 RNA 독성을 교정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원인을 직접 겨냥하는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계열 치료제들도 개발되고 있지만, 이 약물들은 혈액뇌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해 인지장애나 주간졸림 같은 뇌 증상에는 적용이 어렵고, 골격근 자체로 충분히 전달되는 것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손이 안 펴지는 이유, 세포 수준에서 밝혀지다

최근 연구들은 이 '손이 안 펴지는' 현상의 분자적 원인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규명했다. 근긴장증의 1차 원인은 근육세포막에 있는 ClC-1이라는 염소이온통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상적으로 ClC-1 채널은 근육이 한 번 수축한 뒤 세포막의 흥분 상태를 빠르게 가라앉혀 이완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DM1 환자에서는 이 채널을 만드는 유전자의 스플라이싱, 즉 유전 정보를 편집하는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조절되면서 ClC-1 단백질이 부족해진다. 그 결과 근육이 수축한 뒤에도 세포막이 계속 흥분 상태에 머물러 이완이 지연되고, 이것이 바로 손을 폈다 못 펴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 스플라이싱 이상이 생기는 근본 배경에는 RNA 독성이라는 기전이 있다. CTG 반복서열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DMPK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RNA가 세포핵 안에서 뭉쳐 응축체를 형성하고, MBNL이라는 스플라이싱 조절 단백질을 붙잡아 가둬버린다. MBNL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서 ClC-1뿐 아니라 심장 전도에 관여하는 SCN5A 등 여러 유전자의 스플라이싱이 함께 흐트러진다. 손의 근긴장증, 심장 전도장애, 인슐린저항성이 한 환자에게서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상 메모. 칼슘채널(CaV1.1)과 염소채널(ClC-1) 스플라이싱 이상을 함께 가진 동물모델에서, 이미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칼슘채널차단제 베라파밀을 장기간 투여했더니 생존기간과 근력, 근긴장증, 호흡기능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다만 이는 동물실험 단계의 결과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원인표적 치료, 어디까지 왔나

현재 가장 주목받는 흐름은 DMPK 유전자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치료제 개발이다. 항체와 결합한 형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OC 1001, Dyne 101)나 펩타이드 접합형(VX-670, PGN-EDODM1) 등 여러 후보물질이 임상 2상에서 3상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 중 VX-670의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투여 후 이르면 6주 만에 일부 참가자의 손 근긴장증이 줄어들고,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근력이 개선됐으며 1년 뒤에도 그 효과가 유지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다만 이는 아직 조기 단계 임상 데이터이며, 최종 승인 여부나 장기 안전성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DM1에 대해 정식 승인을 받은 ASO 계열 치료제는 아직 없다.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

  • 반복 동작 후 근육이 서서히 풀리는 양상이 있다면 신경과 진찰과 유전자검사(CTG 반복수 확인)를 통해 확진을 받아본다.

  • 손 증상만 보고 안심하지 말고, 심장 전도장애와 호흡근 약화 여부를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생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대개 이 두 가지다.

  • 확진 후에는 30일 이내에 산정특례를 신청하면 확진일로 소급 적용되어 진료비 본인부담이 총액의 10%로 줄어든다.

  • 메실레틴 등 현재 처방 가능한 약물은 증상 완화 목적이며, 근력저하나 질병 진행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는 점을 미리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결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근긴장성 이영양증은 아직 원인을 완전히 되돌리는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왜 손이 안 펴지는지에 대한 세포 수준의 이해가 쌓이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원인표적 치료제들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까지 와 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완치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방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이런 희귀 신경근육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이 매일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근력과 호흡, 삼킴 기능을 꾸준히 확인하며 상태 변화에 맞춘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손 하나 펴는 일이 버거운 환자에게도, 오늘 하루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방법은 늘 존재한다. 그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로뎀요양병원이 지향하는 진료의 방향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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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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