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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를 전신 증상, 미토콘드리아병일 수 있다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9일
3분 분량

몇 달 사이 근력이 약해지고 자주 넘어지는데, 심장 검사에서도 이상이 나오고 눈까지 침침해진다는 환자를 본 적이 있다. 신경과, 순환기내과, 안과를 차례로 다녀도 각각의 검사 결과는 애매했다. 이렇게 여러 장기에 걸쳐 설명되지 않는 증상이 동시에 겹칠 때, 나는 미토콘드리아병을 의심선상에 올려둔다.

왜 여러 장기가 한꺼번에 무너지는가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이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조직부터 먼저 반응한다. 뇌, 근육, 심장, 간처럼 대사가 활발한 장기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병은 한 부위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근력 저하, 발달 지연, 경련, 심장 리듬 이상, 시력 저하 같은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료를 보면 발병 시 경련이 절반 이상에서 동반되고, 뇌 MRI 이상도 흔하게 관찰된다. 원인 유전자만 해도 3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전 양식도 다양해 같은 병명이라도 환자마다 나타나는 양상이 크게 다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희소 질환으로 분류되며, 등록된 환자 수보다 실제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전문가들에게서 자주 듣는다.

임상 메모. 미토콘드리아병이라고 하면 흔히 '엄마 쪽 유전'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뿐 아니라 핵 DNA 이상으로도 발병할 수 있고, 자체 돌연변이 발생 빈도도 높아 모계 유전으로 단정할 수 없다. 진료실에서 산모가 스스로를 탓하는 경우를 볼 때마다, 이 부분은 꼭 짚어드리려 한다.

근육 생검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

기존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근육 조직 검사가 필수적이었다. 근육 검체를 이용한 생화학적 진단, 형태학적 진단, 분자유전학적 진단을 함께 시행했지만, 이 세 가지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 검사 자체가 침습적인데다 해석까지 까다로워,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흔했다. 그 사이 환자와 보호자는 원인도 모른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치료 측면의 한계도 뚜렷했다. 근본적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자체를 되돌리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지금까지의 관리는 증상에 맞춰 대응하는 지지 요법이 중심이었고, 이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단의 축이 검사실에서 혈액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진 점은 진단 순서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침습적인 생검을 먼저 하기보다 혈액이나 소변에서 채취한 DNA로 유전체 전반을 살펴보는 방식이 국제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국에서 마련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검사 모범진료지침이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24년 말 열린 국제 워크숍에서도 유럽의 신경근질환 전문가들이 모여 원발성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진단 기준과 평가 지표를 다시 정리했다. 미국의 미토콘드리아의학회 역시 유전자, 생화학, 조직 검사를 조합해 판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생검부터'가 아니라 '유전자 검사부터' 접근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중이다.

확진 이후,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

진단이 이뤄지면 신경과, 심장내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평가와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권고된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미리 점검하고 개입하는 것이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게 국제 컨센서스의 요지다.

  • 특정 복합체 결핍이나 특정 돌연변이 환자군에서는 리보플라빈이 도움이 됐다는 보고가 있다

  • 일부 환자에게는 보조 효소인 코엔자임Q10이 사용된다

  • 유산증이 동반된 경우 다이클로로아세트산으로 유산염 수치를 낮추기도 한다

  • 뇌졸중양 삽화에는 아르기닌이 쓰이기도 한다

  • 특정 유형의 리 증후군에서는 티아민, 비오틴 보충이 도움이 됐다는 보고도 있다

임상 메모. 위에서 언급한 보조제들은 특정 유전형이나 특정 증상에 국한된 사례이지, 모든 미토콘드리아병 환자에게 똑같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미토콘드리아근병증이 국가관리 희귀질환 목록에 포함돼 있어 산정특례 등 제도적 지원을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

진료실에서 느끼는 의미

미토콘드리아병은 여전히 근본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다만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증상별로 관리 계획을 세워 삶의 질을 지키는 방향으로는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이 병을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서, 원인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의 불안이 상당히 줄어드는 모습을 자주 본다.

여러 장기에 걸친 증상으로 오랜 시간 답을 찾지 못한 환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진단만큼이나 그 이후의 일상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신경계 희귀질환으로 근력과 일상 기능이 저하된 분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면서 필요한 재활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원인을 알기까지의 시간은 길었더라도, 그 이후의 시간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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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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