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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입체근염, 노년기 근력 저하와 어떻게 다를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9일
4분 분량

진료실에서 만나는 노년층 환자 중 상당수는 팔다리 힘이 빠지는 것을 그저 나이 탓으로 돌린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유독 손가락을 굽히는 힘과 무릎을 펴는 힘만 먼저, 그것도 좌우 다르게 약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봉입체근염을 함께 떠올린다.

계단이 힘든 어르신, 다 같은 이유일까

최근 진료실에서 70대 환자 한 분을 만났다. 몇 달 전부터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졌고 젓가락질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보호자는 "나이가 드셨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진찰을 해보니 근력 저하 양상이 조금 특이했다. 양쪽 손힘이 똑같이 빠진 게 아니라 한쪽 손가락을 굽히는 힘이 유독 약했고, 무릎을 펴는 힘도 한쪽이 더 떨어져 있었다. 이런 비대칭성은 흔한 노화성 근력 저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소견이다.

봉입체근염이란 무엇인가

봉입체근염(inclusion body myositis, IBM)은 일반적으로 4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희귀한 연령 연관 근육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발생률과 유병률이 늘어나는 추세로 보고되고 있지만, 진단이 근병리학적 소견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실제보다 적게 파악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병태생리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근육량 감소가 아니다. 최근 연구들은 NLRP3 인플라마좀 활성화와 미토파지(mitophagy) 이상이 이 질환의 핵심 경로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봉입체근염은 노화, 근육 단백질 항상성 손상, 비정상적 미토파지가 얽혀 나타나는 퇴행성·염증성 복합 질환으로 이해되어 왔다.

반면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근감소증은 호르몬 변화, 영양 부족이나 흡수장애, 만성 염증, 신경근 기능 저하, 활동량 감소 등 여러 요인이 서서히 겹쳐 나타난다. 국내 지역사회 거주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근감소증 유병률이 남성 21.3%, 여성 13.8%로 확인된 바 있어, 봉입체근염보다 훨씬 흔한 노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진단·관리 방식의 한계

근감소증은 개정 EWGSOP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진단 기준이 마련돼 있다. 종아리 둘레, 근력, 신체 수행 능력, 골격근량을 순차적으로 평가하는 비교적 표준화된 절차를 따른다. 국내에서는 종아리 둘레가 남성 34cm, 여성 33cm 미만이거나 SARC-F 설문 점수가 4점 이상이면 근력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반면 봉입체근염은 오랫동안 근병리 소견에 크게 의존해 진단해 왔다. 그러다 보니 근력 저하를 단순히 노화 탓으로 여기고 넘어가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관리 목표도 다르다. 근감소증은 영양과 저항성 운동을 통해 근력·근육량을 회복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봉입체근염은 아직 질병 경과 자체를 바꾸는 치료가 없어 지지적 치료에 머물러 있다.

두 질환 모두 방치하면 운동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골절 위험이 커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봉입체근염은 여기에 더해 연하곤란, 즉 삼킴장애를 포함한 이환율과 사망률이 최근 역학 연구들에서 부각되고 있어 단순한 근력 문제로만 볼 수 없다.

2024년 개정된 진단 기준, 무엇이 달라졌나

2013년 유럽신경근질환센터(ENMC) 회의에서 발표된 진단 기준은 이른바 'ENMC IBM 진단기준'으로 불리며 임상 실무와 코호트 분류, 임상시험 등록 기준으로 널리 쓰여 왔다. 그리고 2023년 6월 열린 272차 ENMC 국제 워크숍에서 그동안 쌓인 이해와 진단 발전을 반영해 기준이 새롭게 개정됐다.

새 기준의 핵심은 근병리학적 소견에만 의존하지 않고, 혈청검사(항-cN1A 항체)와 근육 초음파·MRI 같은 영상 검사를 함께 뒷받침하는 임상 통합적 접근이다. 임상 양상 유형을 먼저 결정한 뒤 확진을 위한 추가 검사를 진행하는 2단계 접근 방식을 취하며, 이전 기준보다 더 포괄적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하기 쉬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발표된 임상 리뷰에서도 근생검이 여전히 진단의 중심축이지만, cN1A 항체와 근육 영상 검사가 진단을 뒷받침하는 데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24년 개정 기준은 이런 흐름을 통합해 새로운 진단 틀을 제공한 것이다.

진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

봉입체근염을 의심하게 하는 대표적인 진찰 소견은 원위지관절을 저항에 대해 굽히도록 했을 때 나타나는 약화다. 흥미로운 점은 어깨를 벌리는 근력은 비교적 보존된 채로, 손가락 굽힘근과 무릎 폄근에서만 선택적으로 약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완부, 특히 손바닥 쪽 근육군의 위축과 대퇴사두근 중 광근 위축도 고령 환자에서 근력 저하와 함께 나타나면 강하게 의심할 만한 소견이다.

얼굴 근력 저하와 경미한 삼킴장애도 흔히 동반되지만, 환자 본인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나 의료진이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 메모. 좌우 비대칭적 근력 저하, 손가락 굽힘력·무릎 폄력의 선택적 약화, 삼킴장애 동반 여부. 이 세 가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봉입체근염을 놓치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

치료의 현주소와 임상적 의미

현재 T세포와 자가포식(autophagy)을 표적으로 하는 임상시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노화 관련 질환 특유의 복잡한 병태생리가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상당한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지금으로서는 운동이 활용 가능한 주된 치료 수단이며, 근감소증처럼 영양 보충이나 저항성 운동만으로 근본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봉입체근염을 의심되는 모든 노인에게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근감소증과 봉입체근염은 근력 저하와 보행 어려움이라는 증상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이 스스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노인이 팔다리 힘이 빠지면 무조건 봉입체근염을 의심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다만 비대칭적 약화, 선택적 근력 저하, 삼킴장애가 함께 나타난다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감별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2024년 개정 기준이 도입되면서 적시에 진단을 내리는 일의 중요성도 커졌다. 향후 나올 수 있는 질병 조절 치료를 질병 경과 초기에 적용받으려면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봉입체근염으로 오인했던 사례 중 일부는 다발근염으로 재진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감별진단의 정확도가 실질적인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걷는 이유

봉입체근염은 아직 완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진단이 늦어지지만 않는다면, 환자와 가족은 남은 근력을 최대한 유지하며 일상을 지켜나갈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은 근력 저하로 거동이 불편해진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움직이고, 삼킴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노화인지 질환인지 구별이 어려운 순간, 혼자 판단하기보다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 이후의 관리와 돌봄은 로뎀요양병원이 곁에서 함께 감당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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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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