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치매 환자도 독감·폐렴 예방접종 맞아야 하나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5일
3분 분량

지난달 회진 중 한 보호자가 물었다. "어머니가 치매인데 독감 주사를 맞혀도 괜찮을까요, 오히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치매는 예방접종의 금기가 아니라, 오히려 접종이 더 필요한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가 폐렴에 더 취약한 이유

치매가 진행되면 인지기능뿐 아니라 삼킴기능도 함께 떨어진다. 음식이나 침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는 흡인이 반복되면서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지기 쉽다. 여기에 의식저하까지 동반되면 흡인 위험은 더 커진다. 즉 치매는 그 자체로 폐렴의 대표적 위험 요인 중 하나다.

폐렴은 전체 고령층에서도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니다. 폐렴은 국내 사망원인 통계에서 암, 심장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65세 이상 폐렴 입원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사망에 이르고,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중증 폐렴은 사망률이 절반에 가깝다. 치매 환자는 여기에 연하장애라는 위험 인자가 하나 더 얹힌 셈이다.

"소용없다"는 오해, 접종을 미루게 만든다

진료 현장에서는 치매 환자 보호자들이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가 대체로 비슷하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백신을 맞아도 몸이 제대로 반응할지 의심스럽다는 것, 혹은 부작용이 더 클 것 같다는 막연한 걱정이다. 그러나 치매 진단 자체를 접종 금기로 규정한 국내 지침은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만성질환이나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 있는 성인은 연령과 무관하게 접종 대상으로 권고된다.

문제는 접종을 미뤘을 때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보면, 치매를 가진 사람들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62.6% 수준이었고 요양시설 거주자가 재가 거주자보다 접종률이 더 높았다. 그런데 재가에서 지내면서 접종을 하지 않은 치매 환자의 입원 위험은 보정 후 하위위험비 1.88로, 접종하지 않은 비치매 환자의 1.74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접종을 미룬 대가가 치매 환자에게 더 크게 돌아온다는 뜻이다.

임상 메모. 치매가 있다는 이유로 접종을 미루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판단이다. 오히려 감염 합병증 위험이 높은 만큼 접종의 실익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판단 근거다.

백신이 실제로 막아주는 것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매년 독감 백신과 1회 폐렴구균 23가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무료 지원한다. 효과에 대한 근거도 어느 정도 쌓여 있다.

  • 폐렴구균 13가 백신은 침습성 감염을 약 75%, 비침습성 감염인 폐렴을 약 45%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폐렴구균 23가 백신은 침습성 감염을 50~80%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 60대 이상에서 독감 백신은 중증 합병증 위험을 60~80%까지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독감에 걸리더라도 중증 진행과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더해 치매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나오고 있다. 덴마크 전국 등록자료를 이용한 최근 연구는 65세 이상 치매 환자에서 독감 예방접종과 전체 원인 및 독감 관련 입원·사망률의 연관성을 살폈다. 치매 환자는 감염 관련 합병증 위험이 이미 높은 상태이며, 이런 위험이 일반적인 예방접종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다.

"치매 예방 효과"는 아직 다른 이야기

최근 몇 년 사이 독감 백신이 치매 발병 위험 자체를 낮춘다는 연구가 언론에 자주 소개되면서, 보호자들이 이 부분을 궁금해하는 경우도 늘었다. 하지만 이는 감염·입원을 줄이는 효과와는 전혀 다른 질문이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2025년 발표된 한 메타분석에서는 치매 고위험군에서만 제한적으로 발병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이 관찰됐을 뿐, 전체 인구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덴마크의 다른 전국 코호트 연구에서는 오히려 접종군에서 치매 위험이 소폭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접종군과 비접종군의 애초 건강 상태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앞서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는 접종군의 치매 위험이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리는 것은 관찰연구가 가진 태생적 한계, 즉 교란변수나 추적 시점의 편향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다수 연구자의 입장이다.

정리하면, 이미 치매를 진단받은 환자에서 백신이 감염과 입원, 중증화를 줄이는 효과는 비교적 견고한 근거를 갖고 있다. 반면 아직 치매가 없는 사람에서 백신이 치매 발병 자체를 막아준다는 주장은 아직 탐색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두 가지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실에서 드리는 실제 조언

보호자와 상담할 때는 "백신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기대보다는 "감염과 그로 인한 입원, 중증화를 줄인다"는 확립된 근거를 중심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 편이 더 정확하고, 실제로도 치매 환자에게 더 절실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 환자마다 사정은 다르다. 심한 알레르기 병력이 있거나 급성 발열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혹은 최근 다른 시술이나 치료를 받은 경우라면 접종 시기와 가능 여부를 담당 의료진과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이 개별 처방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결론: 예방할 수 있는 위험은 미리 막는다

치매는 그 자체로도 힘든 병이지만, 여기에 흡인성 폐렴 같은 감염 합병증이 겹치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훨씬 힘든 시간이 찾아온다. 다행히 독감과 폐렴구균 감염은 예방접종으로 상당 부분 미리 막을 수 있는 위험이다. 치매가 있다는 이유로 접종을 미루기보다는, 오히려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할 이유로 받아들이는 편이 환자에게 이롭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인지기능 저하가 있는 어르신들의 연하 상태와 전신 건강을 함께 살피면서, 접종을 포함한 감염 예방 관리를 진료 계획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키고 있다. 작은 예방 조치 하나가 큰 위기를 막아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건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치매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