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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체중 급감,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2일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뒤 몇 달 사이 살이 눈에 띄게 빠졌는데, 이게 병이 심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체중감소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체중감소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확히 짚어봐야 한다.

왜 치매 환자는 살이 빠질까

치매는 기억력과 사고력, 판단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체중감소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두고 흔히 자율성 저하로 음식을 스스로 챙겨 먹지 못하거나 식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치매에서 체중감소가 나타나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노인에게서 체중이 줄어드는 원인은 치매 외에도 다양하다. 우울증, 음식 섭취 장애, 후각 저하, 설사, 약물 부작용, 치아 문제, 신체 기능 저하 등이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체 질병보다 정신·심리적 요인에 의한 체중감소가 흔하다는 점은 임상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이다.

기존 접근의 한계, '당연한 현상'으로 치부하는 위험

진료 현장에서는 치매 환자의 체중감소를 두고 '병이 진행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노인에게서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는 그 자체로 사망률을 높이는 위험 신호다. 체중감소의 흔한 원인으로는 악성종양, 원인 불명, 정신 질환, 종양 외 위장관 질환 등이 꼽힌다. 즉 치매 환자라 하더라도 체중이 급격히 줄면 암 같은 다른 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함께 감별해야 한다.

문제는 실제 진료에서 이 감별이 늦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인지저하가 있는 환자는 어디가 아픈지, 왜 식사를 잘 못하는지 스스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삼킴장애나 행동증상처럼 눈에 보이는 원인에만 집중하게 되고, 우울증이나 약물 부작용처럼 치료로 되돌릴 수 있는 원인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새로운 연구가 말해주는 것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 문제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새롭게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진단 전후 체중이 측정된 3만7천여 명을 분석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혈관성 치매 환자가 함께 포함된 이 코호트를 2019년 말까지 평균 4.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였다.

임상 메모. 치매 진단 이후 저체중이 된 환자는 정상 체중을 유지한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약 1.6배 높았다. 특히 비만 상태에서 저체중으로 급격히 체중이 줄어든 경우 사망 위험이 약 2배까지 높아졌는데, 이는 과도한 체중 감소가 사망 위험을 높이는 가장 뚜렷한 요인이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비만 상태를 유지하거나 정상·과체중에서 비만으로 체중이 늘어난 경우에는 오히려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른바 '비만의 역설'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다만 이는 비만이 몸에 좋다는 뜻이 아니라, 체중감소 자체가 질병 악화나 영양 상태 저하를 반영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를 이끈 교수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이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체중감소는 치매의 자연스러운 경과라기보다, 삼킴장애로 인한 식사량 감소나 영양결핍, 근육량 저하 같은 신체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지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체중 변화와 사망 위험의 연관성이 노년층보다 중년층에서 더 뚜렷했고,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에서는 여성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 체중은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해야 할 활력 지표다

  • 체중감소가 확인되면 삼킴장애·우울증·약물 부작용·치아 문제뿐 아니라 종양성 질환까지 함께 감별해야 한다

  • 식사 시 도구 없이 집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한 번에 한 가지씩 주고, TV를 끄는 등 단순한 식사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섭취량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상적 의미, 체중 유지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연구가 임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치매 환자에게서는 억지로 살을 빼는 것보다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약간 늘리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체중을 유지한다는 것은 병의 진행 과정에서 신체가 버틸 수 있는 에너지 여유분이 충분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결과를 두고 '비만이 좋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연구팀이 강조한 것은 체중 자체의 증감이 아니라, 급격한 체중감소가 질병 악화나 영양 상태 저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 분석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것

로뎀요양병원에서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체중 기록표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체중은 말이 어눌해지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보다 먼저, 조용히 몸의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일 때가 많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보다, 원인을 하나씩 짚어가며 식사와 영양 상태를 세심하게 챙기는 것이 치매를 앓는 어르신과 가족 모두에게 더 안심이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규칙적인 체중 측정과 세심한 식사 관리로,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일상을 이어가시길 바라본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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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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