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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이 바뀐 치매 환자, 수면장애 관리법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8일
4분 분량

저녁 6시만 되면 어머니가 짐을 싸기 시작한다는 보호자를 최근 진료실에서 만났다.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해가 지면 불안해하고, 밤에는 온 집안 문을 확인하며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치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이 현상은 단순한 수면 습관 문제가 아니라, 뇌의 일주기 리듬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임상 증상이다.

왜 치매에 걸리면 밤낮이 바뀌는가

치매가 진행되면 수면 구조 자체가 무너진다. 얕은 수면 시간이 늘어나면서 환자는 쉽게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더해 늦은 오후부터 밤 사이 불안, 초조, 배회 같은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흔히 '해질녘증상'이라 부른다.

2025년 발표된 해외 스코핑 리뷰는 이 현상을 'sundowning syndrome'으로 정리하면서, 진단 기준에 따라 치매 환자의 2.5%에서 66%까지 다양하게 보고된다고 밝혔다. 수치 폭이 이렇게 큰 이유는 평가 방법이 통일돼 있지 않기 때문인데, 그만큼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발생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시교차상핵 기능장애, 멜라토닌 조절 이상, 환경적 요인, 충족되지 않은 신체·심리적 욕구 등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치매 환자는 어린아이와 비슷하게 어두운 것 자체를 무서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다른 방의 가족을 깨우거나, 창문과 문이 잠겼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수면제로 해결하려던 접근의 한계

가장 손쉬운 해법으로 여겨지는 수면제나 진정제는 치매 환자에게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국내 자료에 따르면 수면제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연관이 없다는 결과보다 더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통 약물은 치매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 국제 자료 역시 진정제 계열 수면 보조제는 치매 환자에서 혼동, 낙상, 초조함을 유발할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수면장애가 환자 본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질녘증상은 저녁 시간대 파괴적 행동 관리로 인해 돌봄자에게 신체적 탈진, 정서적 고통, 만성 수면 부족을 안기고, 돌봄자 소진과 우울 위험을 함께 키운다. 지역사회 치매 돌봄의 상당 부분을 가족 돌봄자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증상이 시설 입소를 결정하는 직접적 계기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수면위생 교육 중심의 기존 관리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돌봄자 부담을 함께 줄여줄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약물에 의존하기 전에 시도할 수 있는 비약물적 방법들이 있다. 여러 국내외 자료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 낮 시간에는 낮잠을 최소화하고, 빨래 개기·화분 물주기 같은 가벼운 일거리로 활동량을 유지한다

  • 햇볕을 받으며 야외를 걷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도록 돕는다

  • 저녁에는 카페인·알코올이 든 음료와 음식을 피하고, 저녁식사 후 수분 섭취를 제한해 야간 배뇨로 인한 각성을 줄인다

  • 침실 온도를 편안하게 유지하고, 화장실과 복도에는 작은 조명을 켜둔다

  • 환자가 조명이나 TV를 켜놓고 자려 한다면 억지로 끄지 말고 그대로 두는 편이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외 임상 자료는 여기에 더해, 반복적인 배회나 해질녘증상이 있을 경우 최소 1개월간 매일 증상 일지를 기록해 어떤 시간에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심해지는지 문서화할 것을 권한다. 이 기록은 진료 시 의사가 원인을 파악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임상 메모. 야간 증상이 갑자기 새롭게 나타나거나 급격히 악화됐다면, 단순히 치매가 진행됐다고 넘기지 말아야 한다. 요로감염, 전해질 이상, 갑상선 기능 저하, 약물 부작용 등 교정 가능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소변검사, 혈액검사, 비타민 B12·갑상선호르몬 수치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

수면제·안정제, 정말 써도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나 일반 진정제는 치매 환자의 1차 선택지가 아니다. 낙상 위험을 높이고 섬망을 악화시키며 인지기능을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종설 자료는 수면위생 조치를 우선 적용하고, 일주기 리듬 장애 양상이 뚜렷한 경우에 한해 멜라토닌이나 트라조돈 같은 약물을 보조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정리한다. 다만 이는 하나의 치료 전략일 뿐,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확립된 표준 치료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약물 사용 여부는 반드시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저용량·단기간 원칙을 지켜 결정해야 한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인용된 대한치매학회 조사에 따르면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49% 높다고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연관성을 본 조사 결과이므로, 수면장애가 치매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 관리를 소홀히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돌봄자를 위한 국가 지원제도

야간 증상 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돌봄자의 휴식이다. 국내에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돼 있다.

  •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1~5등급, 인지지원등급)에 따라 방문요양, 인지활동 프로그램, 주야간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야간 배회가 심한 경우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배회감지기 대여 및 관리비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 배회 가능 어르신 인식표 제공, 행복GPS 사업 등 무상 지원 사업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다만 세부 지원 조건과 한도는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거주지 관할 치매안심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접 문의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상적 의미와 마무리

야간 수면장애와 해질녘증상은 치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흔드는 문제다. 새롭게 나타나거나 급격히 심해진 증상이라면 교정 가능한 신체적 원인을 먼저 확인하고, 낮 활동량 확보와 저녁 환경 조정 같은 비약물적 방법을 우선 시도하는 것이 순서다. 약물은 꼭 필요할 때 전문의 판단 아래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밤낮이 바뀐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민을 자주 마주한다. 규칙적인 낮 활동 프로그램과 야간 안정 환경을 함께 챙기면서, 무엇보다 지쳐가는 보호자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밤이 힘든 날이 있더라도, 낮의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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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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