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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실종 대비, GPS 위치추적기 활용법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지난달 진료실에서 만난 보호자는 어머니가 잠깐 마트에 다녀오겠다고 나간 뒤 세 시간 넘게 소식이 끊겼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행히 이웃 주민이 발견해 큰일은 없었지만, 그 세 시간 동안 느꼈던 공포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배회, 치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

치매는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를 파악하는 능력, 즉 지남력이 함께 무너지는 병이다. 그래서 환자는 자신이 잘 아는 동네라고 생각하며 걷다가도 정작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배회 증상은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에게서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로 추정되는 환자는 약 97만명 수준으로, 전체 노인의 10명 중 1명꼴이다. 지역별로는 전남, 전북, 충남 등에서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환자 수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배회로 인한 실종 위험에 노출된 가정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실종,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나는 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함께 낸 실종아동 등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실종 신고 중 치매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분의 1에 이른다. 다른 통계에서도 치매 환자 실종 신고 건수는 몇 해 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실종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치매 환자 실종 신고 중 일부는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되거나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위험이 커지는 만큼, 실종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

임상 메모. 배회 증상이 있는 치매 환자의 보호자에게는 GPS 기기 하나만 믿기보다, 인식표와 지문 사전등록을 함께 준비하도록 권한다. 여러 안전장치를 겹겹이 마련해두는 것이 실제 상황에서 훨씬 도움이 된다.

GPS 배회감지기, 어떻게 신청하나

정부는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항목으로 GPS 배회감지기를 지원하고 있다. 위치추적장치가 탑재되어 있어 보호자가 5분 단위로 환자의 위치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고, 보호자가 미리 설정해둔 안심지역을 벗어나면 알림 메시지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 신청 방법: 수급자나 가족이 장기요양급여 인정서와 복지용구 급여확인서를 지참해 복지용구사업소에 방문

  • 기기 종류: 목걸이형(가볍고 작은 사이즈)과 매트형(침대 아래·출입구에 설치)

  • 본인부담금: 일반대상자 15%, 경감대상자 7.5%, 기초생활수급자는 부담금 없음

  • 신청 제외 대상: 완전와상으로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배회 등 문제행동이 없는 경우

이 밖에도 SK하이닉스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행복 GPS'처럼 민간과 지자체가 협력한 무료 지원사업도 있다. 다만 이런 사업은 배부 수량이 정해져 있어(연간 약 2천여 대 수준) 신청한다고 모두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거주지 관할 치매안심센터에 문의해 지역별 지원 규모와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GPS 기기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준비할 것들

여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GPS 기기 외에도 인식표 보급, 스마트태그 보급, 지문 사전등록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인식표는 옷이나 소지품에 부착해두면 실종 상황에서 신원 확인에 큰 도움이 된다. 지문 사전등록 제도가 도입되면서, 예전에는 보호자의 실종 신고가 있어야 신원 확인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사전등록된 정보와 지문, 얼굴 사진 유사도 검색 등을 통해 신고 없이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보호자가 없는 독거 치매환자를 위한 제도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서, 재가복지센터, 노인종합복지관 등이 협력해 시설 소속 종사자를 보호자로 지정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이런 지역사회 연계망이 실질적인 안전망 역할을 한다.

실제 사용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GPS 배회감지기가 만능은 아니다. 재가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가족들은 환자가 기기 착용을 거부해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고, 환자가 기계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알람이 수시로 울려 당황하거나, 위치추적 기능이 정확하지 않았던 경험, 매일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도 함께 보고됐다.

그럼에도 같은 연구에서 알람 기능 덕분에 환자가 길을 잃고 헤매는 상황을 바로 알아채고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경험도 함께 확인된다. 기기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높이기보다는, 착용 거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점진적으로 적응시키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임상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

배회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GPS 기기 신청 전에 신청 가능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완전와상 상태이거나 배회 문제행동이 없다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을 발견했다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않고 임의로 보호하는 일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호자와 지역 주민 모두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GPS 기기 하나로 실종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기의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고, 인지 저하가 심한 환자는 기기를 스스로 벗거나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그래서 GPS와 인식표, 지문 사전등록을 함께 준비하는 다층적인 대비가 실질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마무리하며

치매 환자의 배회와 실종은 가족 혼자만의 힘으로 막기 어려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안심센터, 복지용구사업소, 지역 경찰과의 연계가 중요하고, 이런 제도를 미리 알고 준비해두는 것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입원 환자의 배회 위험을 상시 파악하고, 보호자에게 지역 내 실종 예방 제도를 안내하며 함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작은 준비 하나가 가족의 불안을 덜고, 환자가 안전하게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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