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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유전자 검사, 자녀에게 꼭 필요할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13일
  • 3분 분량

진료실에서 자녀 손에 이끌려 온 보호자를 만나면, 부모의 병보다 자녀의 불안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저도 나중에 이 병에 걸리나요, 검사받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부모의 치매가 어떤 유형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치매를 만드는 유전자는 하나가 아니다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유전자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프리세닐린1, 프리세닐린2, 아밀로이드전구단백(APP) 유전자의 변이로 생기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 형태다. 이 경우는 알츠하이머병 전체의 약 5% 정도로 비율은 적지만, 65세 이전에 발병하고 진행도 빠른 편이라 조발성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이라 부른다.

다른 하나는 대다수 노년기 치매와 관련된 APOE 유전자다. 19번 염색체에 위치한 이 유전자는 ε2, ε3, ε4라는 세 가지 형태의 조합으로 나뉘는데, ε4를 두 개 가진 경우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이 위험은 확률일 뿐 확정된 진단이 아니다. 같은 '치매 유전자 검사'라는 이름으로 불려도,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검사라는 점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기존 접근의 한계, 뭉뚱그려진 '유전자 검사'

가장 흔한 오해는 부모가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자녀가 곧바로 유전자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경우다. 조발성 가족성 알츠하이머 원인 유전자는 예측력이 매우 높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발병한 부모 본인에게서 원인 돌연변이가 확인되어야만 자녀의 검사가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어떤 돌연변이를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자녀만 검사한다면, 음성 결과가 나와도 안심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상업적으로 흔히 시행되는 APOE 검사는 정반대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해외 주요 유전학회의 공동 지침은 오히려 이 검사를 예측검사로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한다. 예측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가이드라인은 진단·예후 평가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국내외 권고가 엇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임상 메모. 부모가 70대 후반에 발병한 흔한 알츠하이머라면, 자녀가 APOE 검사를 받아도 확정적인 답을 얻기 어렵다. 반면 부모가 40~50대에 발병했고 형제자매도 이른 나이에 치매를 앓았다면, 순서는 부모 본인의 원인 유전자 확인이 먼저다.

치료제 도입이 바꾸고 있는 검사 환경

최근 항아밀로이드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APOE 검사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ε4 변이가 있으면 이 계열 치료제 사용 시 뇌 영상 이상 반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환자 본인의 치료 전 APOE 확인이 실제 임상에서 필요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자녀나 형제자매의 위험 정보까지 함께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 본인을 위한 검사였는데, 가족 전체의 불안으로 번지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종종 본다.

여기에 소비자 직접판매(DTC) 유전자 검사도 변수다. 이런 검사는 대개 가족력을 반영하지 않는데, 가족력은 유전자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정보다. 가족력이 뚜렷한 사람이 ε4 음성 결과만 보고 잘못된 안심을 느껴, 정작 필요한 장기 대비를 미루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진료실에서 자녀에게 드리는 기준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 부모가 40~50대 이른 나이에 발병했거나 형제자매 여러 명이 젊어서 치매를 앓았다면, 먼저 부모(발병자) 본인에게서 원인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이것이 확인된 뒤에야 성인 자녀가 유전상담을 거쳐 검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 부모가 70~80대 이후 흔한 형태의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면, 자녀의 APOE 검사는 확정적 예측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검사를 받더라도 위험도 참고 정보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 미성년 자녀에 대한 예측적 검사는 국내외 모두 권장되지 않는 방향이며, 성인이 된 뒤 본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검사 결과가 나온 뒤의 심리적 충격, 보험이나 취업상 불이익에 대한 막연한 우려도 사전에 짚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이런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는 아직 논쟁 중인 만큼, 지나친 공포를 심어줄 필요는 없다. 유전상담 전문가와 함께 검사의 의미와 한계를 충분히 이해한 뒤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임상적 의미와 남은 과제

결국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검사 자체가 아니라, 부모의 치매가 어떤 유형인지 정확히 아는 일이다. 조발성 가족성 치매가 의심된다면 전문 클리닉에서 부모 본인의 원인 유전자를 먼저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순서고, 흔한 노년기 치매라면 검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생활습관 관리와 정기적인 인지기능 점검이 더 실질적인 대비가 된다. 유전자 하나로 병의 운명이 정해진다는 생각은, 아직 의학이 확인해준 사실이 아니다.

진료 현장에서 자녀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검사 결과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부모의 치매를 지켜보며 자녀가 느끼는 불안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불안을 검사 하나로 해소하려 하기보다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얻는 과정이 우선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가족성 치매가 의심되는 사례를 만나면 성급한 검사보다 유전상담과 정확한 진단 절차를 먼저 안내하고 있으며, 이러한 세심한 접근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진료실 문을 연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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