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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기 치매, 50대에도 생길 수 있나요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13일
  • 3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50대 환자 보호자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부모가 아니라 배우자, 그것도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 남편이나 아내가 갑자기 성격이 변하고 말이 어눌해졌다는 것이다.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의 병이라는 통념이 여전히 강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40~50대 환자를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65세 미만에도 찾아오는 치매, 초로기 치매란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65세 미만에 발병하는 치매를 따로 '초로기 치매'라고 부른다. 실제로 50대 초반에 발병해 대중에게 알려진 사례도 있어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초로기 치매는 원인 비중부터 노인성 치매와 다르다. 노년기에는 드물게 나타나는 전두측두엽치매의 비율이 초로기 치매에서는 상대적으로 높고, 혈관성 치매 역시 40~50대 고혈압·당뇨 환자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 메타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약 119명이 초로기 치매를 겪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 약 390만 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후 이어진 분석에서도 65세 미만 치매의 유병률과 발생률이 1990년보다 2021년에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초로기 치매가 드문 예외적 질환만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2019년 보도 기준으로 초로기 치매 환자 수가 10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가 있었다. 다만 이는 2019년 시점 자료이며 이후 갱신된 최신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지금 시점의 정확한 수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억력 저하보다 성격 변화가 먼저 온다

진료 현장에서 초로기 치매를 놓치기 쉬운 이유는 증상이 시작되는 양상이 노년기 치매와 다르기 때문이다. 노년기 알츠하이머 치매는 대체로 기억력 저하로 시작해 최근 일을 잊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반면 초로기 치매는 기억력보다 성격 변화, 언어 장애, 시공간 능력 저하, 판단력 저하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우울증이나 번아웃, 갱년기 증상과 구분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는 원인이 된다.

국제 학술 자료에 따르면 초로기 치매는 증상 발생부터 진단까지 평균 4.4년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노년기 치매의 평균 2.8년보다 훨씬 긴 시간이다. 그만큼 환자와 가족이 '치매'라는 가능성을 뒤늦게 떠올리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상 메모. 40~50대의 건망증이나 집중력 저하는 대부분 치매가 아니라 수면 부족, 스트레스, 우울감, 갑상선 기능 이상 등 치료 가능한 원인인 경우가 많다. 다만 업무 수행 능력이 실제로 떨어지고, 가족이 보기에도 성격이나 언어, 판단력의 변화가 뚜렷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진행되는 양상이라면 신경과 진료를 통한 감별이 필요하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 알츠하이머, 혈관성, 전두측두엽, 알코올성

초로기 치매의 원인은 크게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치매, 알코올성 치매로 나눌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정확한 비중은 자료마다 편차가 크다. 어떤 보고에서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라 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60~70%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수치를 단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알츠하이머가 여러 원인 가운데 비중이 큰 편이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다.

  • 알츠하이머 치매: 두정엽(뇌 윗부분)에 이상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쌓여 시공간 지각과 언어 능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보고된다.

  • 혈관성 치매: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뇌혈관이 손상되어 발생하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계단식으로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 전두측두엽치매: 노년기보다 초로기에서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으며, 성격 변화나 행동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 알코올성 치매: 과도한 음주가 뇌세포를 직접 손상시켜 발생하며, 금주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과 차이가 있다.

기존 치료의 한계와 예방 가능한 위험요인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초로기 치매, 특히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되돌리는 근본적 치료제는 없다. 그래서 국제 연구에서는 치료 자체보다 예방 가능한 위험요인 관리를 강조한다. 실제로 2024년 개정된 국제 위원회 보고서는 65세 이전 시기의 위험요인 관리를 통해 치매 사례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과도한 음주, 수면 문제 등 40~50대에 흔히 관리되지 않는 요인들이 곧 치매 위험과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50대에 진단받아도 이용 가능한 제도가 있다

50대에 치매 진단을 받으면 나이 때문에 지원받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 제도상 완전한 사각지대는 아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원칙적으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지만, 65세 미만이라도 치매나 뇌혈관성 질환 같은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일상생활 수행이 어렵다고 인정되면 신청이 가능하다.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역시 연령기준이 만 60세 이상이지만 초로기 치매 환자도 선정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진단 이후에는 치매안심센터 등을 통해 이런 제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임상적 의미와 마무리

40~50대에 기억력 저하만이 아니라 성격 변화, 언어 문제, 판단력 저하, 업무 수행 능력 저하가 동반되고 시간이 지나며 진행된다면, 단순히 스트레스나 갱년기 탓으로 넘기지 말고 신경과 진료를 통한 감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반대로 일시적인 건망증이나 집중력 저하라면 치매보다 치료 가능한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크므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진료 현장에서 50대 초로기 치매 환자와 가족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시기의 환자들이 아직 사회적 역할과 가족 내 책임이 많다는 점이다. 그만큼 조기 진단과 위험요인 관리가 이후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이런 초로기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며,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증상과 경과에 맞춘 돌봄 계획을 함께 세워가고 있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대비할 시간도 줄어드는 만큼, 이상 신호가 보인다면 너무 늦지 않게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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