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유전 상담사 상담, 언제 어떻게 받아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2일
4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물었다.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상담까지 따로 받아야 하나요.' 결과지 한 장으로 끝날 것 같던 질문이 실은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었다. 검사보다 먼저, 그리고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상담이 필요하다.

왜 신경계 희귀질환에서 유전자 검사가 핵심인가

신경계 희귀질환은 단일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유전자검사 가이드에 따르면 희귀질환의 80%는 유전적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진단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가 빠지지 않는다.

검사 경로는 통상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증상과 관련된 진료과나 임상유전체의학과, 유전상담클리닉을 통해 시작된다. 의료진은 기존 검사 결과와 증상 양상을 함께 보고 검사 종류를 정한다. 의심되는 질환이 뚜렷하면 표적 유전자 패널 검사를, 그렇지 않으면 더 넓은 범위를 보는 검사를 권고하는 식이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패널검사는 대개 검사 전 상담, 채혈, 4~8주 뒤 결과 확인, 검사 후 상담 순으로 진행된다. 채혈 자체는 6mL 정도로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지만, 그 앞뒤에 놓인 상담 두 번이 실은 이 과정의 중심이다.

검사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임상유전체의학이 발전하면서 진단 정확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문제는 그만큼 결과 해석과 이후 결정이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병원성 변이가 확인되는 경우도 있지만, 의미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변이(VUS)가 나오거나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결과지 한 줄만 보고 다음 행동을 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문장섭 교수는 검사 전 상담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검사 전에 결과가 양성으로 나올 경우를 가정해 환자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충분히 확인해야 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미리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함께 대처하겠다는 신뢰 관계를 먼저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임상 메모. 유전자 검사는 답을 주는 도구이지만, 그 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갈지는 상담을 거쳐야 정리된다. 검사지 한 장이 곧바로 치료 계획이 되지는 않는다.

유전상담이 실제로 다루는 것

유전상담은 단순히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정서적 수용과 심리적 지지를 포함하며,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가족이 주도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유전상담사 협회(NSGC)도 유전상담을 유전 질환의 의학적, 심리적, 가족적 영향을 다루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재발 위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적절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검사 결과가 나온 뒤 이어지는 상담은 결과 유형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 병원성 변이가 확인된 경우: 진단 확정, 치료 방향 논의, 필요하면 가족 대상 상담으로 이어진다.

  • 의미불명 변이(VUS)인 경우: 추가 가족 검체 분석이나 향후 재분석을 통해 정보를 보완할 수 있다.

  •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유전자와 질환의 연관성이 계속 보고되므로, 일정 기간 뒤 재분석으로 진단 가능성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다.

의료진의 신중함도 중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지나치게 검사를 권유하거나 결과를 단정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확신이 부족하면 추가 논의와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이다. 유전상담이 만능 해법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함께 다루는 과정이라는 점을 짚어두고 싶다.

가족은 언제 검사를 고려해야 할까

환자가 희귀질환으로 진단되면 그 가족도 검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김지민 전임의는 가족 검사의 목적을 조기 진단, 모니터링, 가족계획 세 가지로 정리한다.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검사로 조기에 질환을 확인할 수 있고, 유전성 부정맥이나 특정 암처럼 미리 알아둘 필요가 큰 질환이라면 모니터링 목적으로 검사를 고려하며, 가족계획을 앞두고 있다면 산전 검사나 착상 전 유전검사(PGT)를 검토하게 된다.

결국 유전상담의 목적은 환자와 가족이 의학적, 유전적, 심리적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답을 대신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로 함께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국내 제도, 어디까지 와 있나

다만 국내 유전상담은 아직 정식 의료 서비스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대한의학유전학회가 유전상담사 자격(성인, 소아, 암, 산전)을 인증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 NSGC처럼 법제화된 단일 자격 체계는 아니어서 인증 유전상담사라도 소속기관마다 실제 역할이 다르게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병원에서 상담을 받느냐에 따라 접근 경로와 인력 구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그래도 반가운 변화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6년 9월 15일부터 신경계 희귀질환 산정특례 재등록 절차를 손질했다. 성인기에 발병해 운동신경과 근육이 서서히 손상되는 케네디병 등 신경근육질환은 기존에 재등록 때마다 유전학 검사와 근전도·신경전도검사를 다시 제출해야 했지만, 이제는 임상진단만으로 재등록이 가능해졌다. 올해 1월부터 샤르코-마리-투스질환 등 9개 질환에 먼저 적용됐고, 이번 개편으로 케네디병을 포함한 95개 질환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완치가 어렵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반복 검사가 부담이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이는 재등록 시 진단검사 제출 부담을 줄여준 것이지, 최초 진단 단계에서 유전자 검사와 상담이 필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두 단계는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임상적 의미와 로뎀요양병원의 시선

정리하면 유전상담은 검사 전 마음의 준비를 돕고, 검사 후에는 결과 유형에 맞는 다음 단계를 함께 그려주는 과정이다. 병원성 변이든, 의미불명 변이든, 원인 미확인이든 각각 취할 수 있는 다음 행동이 다르고, 그 방향을 정하는 데 상담이 필요하다. 가족 역시 유사 증상, 조기 모니터링, 가족계획이라는 뚜렷한 필요가 있을 때 검사와 상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 신경계 희귀질환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다 보면, 진단명 하나보다 그 이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유전상담은 그 막막함을 조금씩 정리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후 관리와 돌봄을 함께 설계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환자와 가족에게 작은 지지대가 되기를 바란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희귀질환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폼페병 성인형, 계단 오르기 힘든 진짜 원인

성인형 폼페병에서 계단 오르기가 힘든 이유는 단순 체력 저하가 아니라 근위부 근육이 선택적으로 약해지는 질환 특이적 패턴 때문이다. 진단이 늦어지기 쉬운 이유와 함께 봐야 할 신호를 정리했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