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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강직성 하반신마비, 다리 뻣뻣함의 정체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8일
4분 분량

몇 년째 다리가 뻣뻣해서 잘 못 걷는다는 중년 환자를 진료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처음에는 허리디스크나 파킨슨병을 의심했지만, 검사를 거듭한 끝에 유전성 강직성 하반신마비라는 생소한 병명을 마주하게 됐다. 이 병은 흔히 알려진 병이 아니지만, 다리 근력 약화와 경직이 서서히 진행되는 환자를 볼 때 반드시 감별해야 할 질환 중 하나다.

다리가 뻣뻣해지는 병, 무엇이 문제인가

유전성 강직성 하반신마비는 다리 근육이 점점 뻣뻣해지면서 힘이 빠지는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의학적으로는 척수 안에서 뇌의 명령을 다리 근육으로 전달하는 신경다발, 즉 피질척수로의 축삭이 서서히 변성되면서 나타난다. 전 세계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0.1~9.6명 수준으로 보고되는데, 이 수치만 봐도 지역과 조사 방식에 따라 편차가 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병의 가장 큰 특징은 원인 유전자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 유전자만 45개에서 많게는 80개에 달한다는 보고까지 있다. 유전 방식도 상염색체 우성이 가장 흔하지만 열성이나 X-연관 열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상염색체 우성인 경우 부모 중 한 명이 원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에 달할 수 있다는 점도 환자와 가족에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임상 양상도 크게 둘로 나뉜다. 순수형은 다리와 방광 조절 신경에만 영향을 주지만, 복합형은 신경계 다른 부위까지 침범한다. 순수형 환자는 반사가 과도하게 나타나거나 진동을 느끼는 감각이 떨어지고 근육이 조금씩 마르는 증상을 겪으며, 주로 성인 초중기에 증상이 시작된다. 반면 소아기에 발병하는 SPG50 같은 경우는 훨씬 중한 복합형에 속한다. 영아기부터 발달지연과 머리둘레 성장 저하가 나타나고, 경직이 악화되면서 대부분 10대에 휠체어를 사용하게 된다. 이 유형은 5만 명 중 1명도 안 되게 발생하는 초희귀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환자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기존 치료의 한계, 왜 이렇게 답답한가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이 병의 진행 자체를 멈추거나 되돌리는 근본적 치료법은 없다. 지금까지 나온 치료는 모두 증상을 완화하고 남은 기능을 지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리치료와 규칙적인 운동은 이동 능력과 근력을 유지하고, 관절이 굳는 것을 막고, 근육 연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치료도 시도되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인 것은 많지 않다. 가바펜틴, 프로가바이드, 달팜프리딘, 보툴리눔 톡신, 레보도파, 베타인과 엽산 등 여러 약제가 연구됐지만, 그중 가바펜틴과 프로가바이드 정도만 중등도의 효과가 확인됐다. 보툴리눔 톡신의 경우 최근까지 발표된 관련 임상 연구가 10건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는 단 1건뿐이었다. 다시 말해 현재 쓰이는 약물 대부분이 확고한 근거보다는 경험적 처방에 가깝다는 뜻이다.

치료 개발이 더딘 근본적인 이유는 원인 유전자 자체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개별 유전자마다 맞춤 치료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접근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여러 유전자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임상 메모. 진행형 하반신 강직 증상은 국내 산정특례코드 'ㅍ117'로 등록돼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적용 기준은 병원과 보험 상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연구, 유전자 치료가 문을 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소식은 소아기 발병형인 SPG50에 대한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이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는 캐나다 연구팀이 진행한 단일 환자 대상 1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AP4M1이라는 원인 유전자를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에 실어 척수강 내로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었는데, 진단 후 3년 만에 4세 환아에게 시행됐다.

투여 12개월 후 결과를 보면, 치료는 대체로 잘 견뎌졌고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일시적인 호중구감소증이나 위장염 같은 경미한 부작용은 있었지만 모두 회복됐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예비 유효성 지표에서 질병 경과가 안정화되는 경향이 시사됐다는 점이다. 물론 연구진 스스로도 더 긴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이를 완치나 극적인 호전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왔나

단일 환자 결과 이후 임상은 더 넓은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MELPIDA라는 이름의 치료제는 AAV9 벡터에 정상 AP4M1 유전자를 실어 전달하는 방식으로, 미국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4개월에서 10세 사이 SPG50 환자를 대상으로 1상 시험을 모집 중이다. 최대 24개월까지 추적된 미국과 캐나다 환자 4명의 데이터가 보고된 상태다.

  • SPG50: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 후원 유전자 치료 임상 진행 중

  • SPG47: 보스턴 어린이병원 후원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 신청 예정

  • 비유전자 치료: PCSK9 억제제(에볼로쿠맙), 충격파 치료, 척수 자극술 등 임상시험 진행

  • 물리치료 영역: 전기자극, 로봇보조 보행훈련, 수치료 등 다양한 개입 시도 중

이탈리아에서는 로봇보조 보행 치료가 환자의 보행 방식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유전자 치료뿐 아니라 재활 영역에서도 근거를 쌓으려는 시도가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상적 의미, 그리고 남은 과제

진료실에서 이 병을 설명할 때 나는 항상 '완치'가 아니라 '관리'라는 단어를 먼저 꺼낸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지금,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경직을 완화하고 이동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며 배뇨 문제 같은 동반 증상을 함께 다루는 다학제적 접근이다. 물리치료, 필요시 약물이나 보툴리눔 톡신 주사, 배뇨 관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원인 유전자가 명확히 밝혀진 일부 초희귀 소아형에서는 유전자 치료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실제 임상시험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이는 언젠가 원인 유전자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근거 있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아직 장기 추적 자료가 부족하고, 대상이 극히 일부 유전형과 연령대에 한정된다는 한계도 함께 짚어야 한다. 45개에서 80개에 이르는 전체 원인 유전자를 생각하면, 지금의 성과가 HSP 전체로 곧바로 확대되기는 어렵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하는 이유

희귀질환일수록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막막함은 더 크다. 병명조차 낯설고, 치료법도 제한적이라는 사실 앞에서 무너지기 쉽다. 하지만 경직을 관리하고 남은 이동 기능을 지키는 노력만으로도 일상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은 이런 환자들이 매일의 재활과 증상 관리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 완치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오늘 할 수 있는 관리를 성실히 쌓아가는 것이 결국 더 나은 내일로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환자와 가족을 지지하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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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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