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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백질이영양증, 신생아 선별검사로 알 수 있을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5일 전
  •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보호자는 형제 중 한 명이 소아 대뇌형 부신백질이영양증으로 뒤늦게 진단받은 뒤, 둘째 아이는 신생아 때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지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국가 필수 선별검사 항목에는 아직 들어있지 않다. 이 간극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부모들에게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부신, 뇌, 척수를 함께 공격하는 유전질환

부신백질이영양증(X-ALD)은 X염색체에 있는 ABCD1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이 유전자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초장쇄지방산이라는 물질이 몸속에 쌓이면서 뇌, 척수, 부신을 서서히 손상시킨다. 출생아 약 1만 7천 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퍼록시좀 질환 중 가장 흔한 편에 속한다.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어도 나타나는 양상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남성은 여성보다 대체로 더 이른 나이에, 더 무겁게 발병한다. 가장 위중한 형태는 6~12세 사이에 나타나는 소아 대뇌형으로, 남성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발생한다. 나머지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서야 서서히 진행하는 신경근육계 증상을 겪거나, 부신 기능 저하를 먼저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늦을 수 있다

기존에는 부신 기능 저하로 인한 위기 상황이 오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등 신경학적 증상이 뚜렷해진 뒤에야 진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소아 대뇌형의 경우 조혈모세포이식 같은 치료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증상을 보고 나서 진단을 시작하면, 치료가 가능한 초기 창(window)을 이미 지나쳐버릴 위험이 크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신생아 선별검사로 ABCD1 변이가 확인된 남아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뇌 MRI 감시 체계에 대한 국제 합의 지침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 다만 국내 신생아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은 신생아기에 증상이 없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질환은 선별검사의 이득이 크지 않다고 보는 원칙을 두고 있어, 어떤 질환을 국가 항목에 넣을지는 신중하게 검토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선별검사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에서는 2021년부터 X-ALD 신생아 선별검사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2025년 6월까지 신생아 약 13만 8천 명을 대상으로 C26:0-LPC라는 지표 물질 수치를 검사한 결과, 11명이 병원성 또는 병원성 의심 ABCD1 변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검사를 국가 선별검사에 통합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며, 조기 진단과 신속한 감시로 이어진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미네소타주는 2017년부터 이 검사를 선별검사에 포함해왔다. 첫 5년 동안 남아 32명, 여아 11명이 확진됐고, 이 중 6명이 평균 18개월이라는 이른 나이에 부신 기능 저하를 보였으며 2명은 소아 대뇌형으로 진행해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다. 미국의 국가 권고 선별검사 패널(RUSP)에도 이 검사가 포함되어 있지만, 아직 모든 주에서 시행되는 것은 아니며 위스콘신주는 2025년 8월에야 정식 도입했다.

임상 메모. 국내 국가 신생아 선별검사는 건강보험 급여로 광범위 대사이상 질환을 검사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 범위 내에서는 X-ALD의 지표 물질인 C26:0-LPC 검사가 공식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일부 사설 검사기관에서 유료로 별도 검사를 제공하고 있어, 가족력이 있다면 이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조기 발견이 바꾸는 것은 '완치'가 아니라 '감시 체계'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신생아 선별검사로 ABCD1 변이가 확인됐다고 해서 병이 얼마나 심하게, 언제 나타날지 미리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변이를 가진 형제라도 한쪽은 가볍게 지나가고 다른 쪽은 대뇌형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이 질환은 현재까지 완치법이 없다. 조기 진단의 의미는 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호르몬 검사와 뇌 영상 감시를 통해 심각한 상태로 악화하기 전에 개입할 시점을 놓치지 않는 데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프로그램에서 변이가 확인된 남아들은 신경학적, 내분비학적, 영양학적 평가를 포함한 다학제 추적관찰에 등록됐다. 미네소타 사례처럼 부신 기능 저하가 두 돌 이전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기적인 호르몬 검사가 위기 상황을 막는 실질적 수단이 된다. 여성 보인자의 경우 증상이 대개 폐경 전후로 훨씬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남성과 같은 감시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족이 알아야 할 것, 병원이 함께해야 할 것

  • 국내 국가 무료 선별검사에는 아직 X-ALD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가족력이 있다면 사설 검사나 유전상담을 통해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 선별검사 양성이 곧 심각한 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정기적인 부신 기능 검사와 뇌 영상 추적이 핵심이다.

  • 여성 보인자는 남성과 발병 시기가 다르므로 개별화된 관찰이 필요하다.

희귀질환은 진단명이 붙는 순간보다, 그 이후 누가 곁에서 꾸준히 지켜보고 관리해주는가가 실제 삶의 질을 좌우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이런 희귀 뇌신경계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면서, 완치라는 단어보다 '오늘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을 함께 챙기는 일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거듭 확인하게 된다. 조기 발견의 창이 좁더라도, 그 창을 함께 지켜봐 줄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족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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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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