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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섬유종증, 아이 피부에 생긴 점 괜찮을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부모님이 아이 등과 배에 생긴 옅은 갈색 반점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며 물었다. 신경섬유종증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반점 개수와 크기를 기록해두라고 안내하면서, 이 질환에 대한 오해가 여전히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피부에 생긴 반점, 왜 부모님들을 불안하게 만들까

아이 피부에 옅은 갈색 반점, 흔히 카페오레 반점이라 부르는 병변이 몇 개 보이면 부모님들은 곧바로 인터넷을 검색한다. 그리고 신경섬유종증이라는 이름을 마주하면서 불안이 커진다. 하지만 반점 한두 개는 소아에게 드물지 않은 소견이다. 문제는 개수와 시기별 크기다.

신경섬유종증 1형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이지만, 부모에게 병력이 없어도 새로운 유전자 변이로 발생할 수 있다. 17번 염색체의 NF1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며, 증상의 폭이 넓어 반점만 있는 경증부터 총상신경섬유종을 동반한 중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질환 배경, 반점부터 신경섬유종까지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담갈색 반점이 출생 시부터 나타나며, 성장하면서 크기와 개수가 늘고 색도 진해진다. 3~4세 이후에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부위에 작은 주근깨 형태의 색소침착이 생기기도 한다. 사춘기 이후에는 피부나 말초신경을 따라 신경섬유종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 세 명 중 한 명 정도는 신경을 따라 종양이 자라는 총상신경섬유종을 겪는다. 이는 단순한 외관 문제가 아니라 호흡 곤란, 시력 장애, 장기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볍게 볼 수 없는 소견이다. 신경종양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질환이다.

기존 치료의 한계, 지켜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오랫동안 신경섬유종증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대증치료에 머물렀다. 신경섬유종이 커지면 수술로 제거하는 정도였고, 특히 총상신경섬유종은 신경을 감싸며 자라는 특성상 완전 절제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커가는 동안 종양이 자라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진단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반점만 있고 신경섬유종이나 리쉬 결절 같은 다른 소견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어린 영유아는 확진이 미뤄지는 경우가 흔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반점을 발견한 순간부터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을 불안하게 기다려야 했던 셈이다.

새로운 진단 기준과 치료제, 무엇이 달라졌나

2021년 국제 진단 기준이 개정되면서 진단의 틀이 좀 더 명확해졌다. 밀크커피색 반점 6개 이상(사춘기 이전은 5mm 이상, 사춘기 이후는 15mm 이상), 신경섬유종 2개 이상 혹은 총상신경섬유종 1개 이상, 겨드랑이나 서혜부 주근깨, 시각로 교종, 특징적인 뼈 병변, NF1 유전자 이상 중 두 가지 이상이 확인되면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치료 측면에서는 최근 가장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총상신경섬유종에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인 셀루메티닙(코셀루고)이 2021년 소아 환자 대상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고, 2024년 1월부터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총상신경섬유종을 가진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임상 메모. 국내 89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셀루메티닙 치료 후 총상신경섬유종의 크기가 평균 약 4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세 미만 소아는 평균 39%, 19세 이상 성인은 약 42% 감소했으며, 89명 중 88명에서 종양 크기 감소가 관찰됐다. 이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연구 결과이며, 성인 환자 데이터로는 세계 최초로 보고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부모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반점의 개수, 크기, 위치, 언제부터 있었는지를 기록해두는 것이다. 진료 시 이 정보가 진단의 첫 단추가 된다. 소아청소년과나 피부과에서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다가 애매한 경우에는 NF1 유전자 검사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

  • 카페오레 반점 개수와 크기, 발견 시기를 기록해둔다

  • 사춘기 전후로 기준 크기가 다르다는 점을 알아둔다(전 5mm, 후 15mm)

  •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주근깨, 신경섬유종 유무도 함께 살핀다

  • 총상신경섬유종이 확인되면 수술 가능 여부와 함께 표적치료제 적용 대상인지 상담한다

다만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치료제 투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셀루메티닙의 국내 허가·급여 대상은 수술이 어려운 총상신경섬유종으로 인해 통증, 외형 이상, 기능 손상이 동반된 경우 등으로 제한돼 있어,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임상적 의미, 진단 이후가 더 중요하다

신경섬유종증은 진단을 받았다고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안과에서는 리쉬 결절과 시신경교종 여부를, 정형외과에서는 척추측만증이나 골병변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다학제 감시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2023년 유럽 유전성 종양위험증후군 네트워크가 NF1 종양 감시 지침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내 환자 수는 자료마다 추산치가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자료는 약 2,100명, 다른 자료는 약 4,876명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정확한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반점을 발견한 시점부터 꾸준히 추적 관찰하고 필요시 다학제 진료로 연결하는 흐름 자체다.

불안보다 관찰과 관리가 우선이다

아이 몸에 생긴 반점을 처음 발견했을 때 부모의 마음은 무겁다. 하지만 반점 몇 개가 곧바로 심각한 진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진단 기준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설령 진단을 받더라도 예전과 달리 총상신경섬유종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로 마련돼 있다는 사실은 부모에게 실질적인 위안이 될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희귀 유전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을 오랜 시간 지켜봐 왔다. 신경섬유종증처럼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일수록, 처음의 막막함을 줄여주는 것은 결국 정확한 정보와 꾸준한 추적 관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이의 작은 반점 하나에도 세심하게 반응하되, 지나친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다음 단계를 밟아가는 것, 그것이 이 질환을 마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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