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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갑자기 변했다면, 항NMDA수용체 뇌염일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20대 여성 보호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멀쩡하던 딸이 열흘 만에 사람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처음엔 감기 몸살처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헛소리를 하고 밤새 소리를 지르더니 결국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다는 사연이었다. 이런 증상을 접할 때마다 나는 한 가지 질환을 반드시 떠올린다. 바로 항NMDA수용체 뇌염이다.

정신병이 아니라 뇌염일 수 있다

항NMDA수용체 뇌염은 뇌 신경세포의 NMDA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가 시냅스 기능을 방해하면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뇌 조직 자체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자기 뇌를 공격하는 셈이다. 이 병의 특징은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처럼 시작한다는 점이다. 며칠간 미열과 두통, 몸살 기운이 있다가 2주 안에 감정과 행동이 급격히 변하고, 지남력을 잃거나 긴장증, 정신병적 증상, 환시나 환청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대부분 정신과적 질환으로 오인된다는 것이다. 불안, 우울, 이상행동, 환각 같은 증상만 놓고 보면 조현병이나 조울증의 초발 삽화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환자가 신경과가 아닌 정신과 병동에 먼저 입원하게 된다.

젊은 여성, 난소기형종과의 연관성

이 질환은 특히 젊은 여성에서 잘 나타난다. 진단되는 환자의 상당수가 여성이며, 그중 일부는 난소에 생긴 기형종이 항체 생성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뇌염을 유발하는 종양의 대다수가 난소기형종이라는 보고가 있다. 소아·청년층에서도 진단이 늘고 있는데, 한 연구에서는 환자의 상당수가 18세 이하였고, 같은 연령대의 다른 바이러스성 뇌염보다 오히려 더 자주 진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젊은 여성 환자가 급격한 성격 변화, 이상행동, 원인 불명의 경련을 함께 보인다면 골반 초음파나 CT로 난소기형종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종양이 발견되면 면역치료와 별개로 수술적 제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존 진단·치료의 한계

이 질환을 다루면서 가장 답답한 부분은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확정 진단을 위한 항체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다. 그사이 증상은 계속 악화되고, 치료 시작이 늦어질수록 예후가 나빠진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 초기 증상이 정신과 질환과 유사해 오인되기 쉽다

  • 항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데 수주가 걸릴 수 있다

  • 1차 면역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위한 치료 표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 2차 생물학적제제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다

이런 한계 때문에 해외 진료 지침에서는 항체 검사 결과를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임상 증상만으로 내릴 수 있는 확률적 진단 기준을 별도로 두고 있다. 급성으로 발병해 이상행동이나 인지기능장애, 언어장애 같은 주요 증상군 중 일정 개수 이상이 확인되면 항체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확정 진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지연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진단과 치료, 실제 임상 흐름

실제 신경과 임상에서는 MRI 이상 소견, 국소 신경학적 증상, 설명되지 않는 경련이 함께 나타날 때 다른 원인을 먼저 배제하는 순서를 밟는다. 뇌척수액 검사로 바이러스성 뇌염 가능성을 배제한 뒤 자가항체 검사를 진행하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소아 대상 임상진료지침을 도입한 한 병원의 사례를 보면, 지침 시행 전에는 요추천자까지 평균 5.4일이 걸렸지만 지침 도입 후에는 1.5일로 줄었고, 치료 시작까지 걸리는 시간도 7.6일에서 3.9일로 단축되었다. 진단 자체를 더 빨리 확정했다기보다, 치료 시작을 앞당긴 것이 핵심이다.

1차 치료로는 고용량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정맥용 면역글로불린, 혈장교환술이 사용된다. 여기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환자에서는 리툭시맙 같은 2차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임상 메모. 국내 한 대학병원 연구팀은 고전적 면역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자가면역뇌염 환자에게 리툭시맙과 토실리주맙을 사용한 결과, 상당수 환자가 완치되거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호전되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단일 기관의 관찰 결과이며,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함께 설명드려야 한다.

회복은 개인차가 크다

한 소아 코호트 연구에서는 발병 시 대부분 행동 변화로 처음 증상이 나타났고, 평균 3.5년의 추적 관찰 후 대다수가 양호한 기능 상태를 회복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런 결과는 분명 희망적이지만, 모든 환자가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환자는 완전히 회복하고, 어떤 환자는 인지기능이나 정서적 측면에서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완치'라는 표현보다는 '치료 가능한 뇌염'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진단이 확정되면 국내에서는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 후 5년간 해당 질환으로 진료받을 때 본인부담률이 크게 낮아지므로, 진단 즉시 등록 절차를 안내하는 것이 장기 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임상적 의미

급성 정신병 증상, 이상행동, 원인 불명의 경련이 함께 나타나는 젊은 환자, 특히 여성에서는 정신과적 진단만으로 상황을 종결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물론 성격이 갑자기 변했다고 해서 모두 이 뇌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발성 정신질환일 수도 있고, 다른 감염성·대사성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감별진단 목록에 이 질환을 반드시 올려두어야, 치료 가능한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 뇌신경계 희귀질환 환자들을 지켜보며 느끼는 것은, 진단명이 낯설고 무겁게 느껴질수록 오히려 정확한 정보와 침착한 대응이 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이다. 항NMDA수용체 뇌염처럼 조기 발견과 치료로 회복의 여지가 있는 질환이라면, 가족이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고 병원 문을 두드리는 그 첫걸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희 병원은 진단 이후의 재활과 장기적 돌봄 과정에서도 환자와 가족이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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