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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의 우울과 불안, 어떻게 도와줄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말은 어눌해졌지만 생각은 또렷한 환자가 진료실 구석에서 눈물만 흘리던 날이 있었다. 몸이 굳어가는 것보다 아무에게도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힘들다고 했다. 비정형 파킨슨증에서 우울과 불안은 흔히 지나치는 동반 증상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문제다.

몸보다 먼저 무너지는 마음

다계통위축증(MSA), 진행성핵상마비(PSP), 피질기저핵변성(CBD) 같은 비정형 파킨슨증은 걸음걸이와 균형, 자율신경 기능이 무너지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의외로 기분의 변화다. 어제까지 담담하던 환자가 갑자기 말수가 줄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실제 비교연구에서 PSP 환자의 56%, MSA 환자의 43%가 우울 증상을 보였고, 두 질환 모두에서 37%가 불안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료에서도 MSA 환자의 거의 대부분이 위장관, 비뇨기, 수면 문제와 함께 기분·무감동 관련 증상을 동반한다고 보고됐다. 우울과 불안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 질환을 겪는 사람 대부분이 마주하는 일상의 일부라는 뜻이다.

기존 치료가 놓치기 쉬운 부분

문제는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의 우울과 불안을 직접 겨냥해 검증한 치료 연구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진료 현장에서는 일반 파킨슨병에서 쓰이던 원칙을 조심스럽게 가져와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을 단순히 보충하는 방식만으로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 접근을 더 세심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약을 고를 때도 주의할 점이 많다. 기립성저혈압이 있는 환자에게는 특정 계열의 항우울제가 혈압을 더 떨어뜨릴 수 있어 피해야 하고, 대신 통증이나 수면 문제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방식이 실제로 통용된다. 이는 하나의 약으로 여러 증상을 함께 관리하려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임상 메모. PSP·CB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우울 증상이 동반될수록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우울이 확인된 환자에게는 이런 생각이 있는지 직접,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과정이 안전 관리의 필수 절차가 되어야 한다.

말을 잃어가는 환자의 고립감

MSA와 PSP에서 흔한 심한 구음장애는 우울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인지 기능은 유지되는데도 원하는 만큼 말이 나오지 않으면, 환자는 점점 대화를 포기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가족과 눈을 마주치고도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병 자체보다 더 큰 좌절을 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런 경우 언어재활이나 그림판, 문자판 같은 보완대체의사소통 도구를 활용해 소통 경로를 다시 열어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신건강 개입이 될 수 있다. 약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대화의 통로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 부작용 프로파일을 우선 고려한 약물 선택 (예: 기립성저혈압 환자에서 특정 항우울제 회피)

  • 통증·수면·식욕 저하를 함께 조절할 수 있는 약제 활용

  • 언어재활,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통한 대화 경로 확보

  • 우울이 확인되면 자살·죽음에 대한 생각 여부를 직접 확인

  •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의 정서적 부담도 함께 살피기

보호자도 함께 지쳐간다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낙상, 흡인성폐렴, 기립성저혈압으로 인한 실신 같은 위험을 24시간 신경 써야 한다. 병 자체가 희귀해 전문적인 간병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환자의 우울과 불안을 살피는 만큼, 보호자의 심리적 소진도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기관을 통해 장기요양이나 산정특례 관련 지원을 개별적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치가 아니라 동행

비정형 파킨슨증은 여전히 근본적인 치료법이 부족한 진행성 질환이다. 그렇다고 우울과 불안을 그대로 내버려 둘 이유는 없다. 증상을 줄이고 남은 시간의 질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운동 증상만큼이나 환자의 기분과 소통 상태를 매 방문마다 함께 살피려 한다. 말이 어눌해진 환자와도 눈을 맞추고 시간을 들여 대화를 시도하고, 가족의 지친 마음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결국 환자를 더 오래, 더 편안하게 지켜주는 길이라고 믿는다. 완치를 약속할 수는 없어도, 함께 걸어가는 시간만큼은 덜 외롭게 만들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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