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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성격이 변했다는 가족의 말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9일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엔 다정했는데 요즘은 화를 잘 내고 무기력해요." 걸음이 불편해지기도 전에 성격부터 달라졌다는 하소연이었다. 비정형 파킨슨증에서는 이런 변화가 드물지 않다.

운동 증상보다 먼저 오는 변화

비정형 파킨슨증은 진행성핵상마비(PSP), 다계통위축(MSA), 피질기저핵변성(CBD), 루이소체치매(DLB) 등을 포함하는 퇴행성 질환군이다. 파킨슨병과 비슷하게 몸이 굳고 느려지는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진행 속도가 더 빠르고 파킨슨병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가족이 놓치는 부분은, 이 병에서 나타나는 무감동이나 짜증, 충동적 행동 같은 변화가 운동 증상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이상해지기 전에 성격부터 변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런 행동 변화는 운동 기능이 얼마나 심하게 손상됐는지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질환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

같은 비정형 파킨슨증이라도 질환에 따라 성격 변화의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 PSP: 무감동, 탈억제, 성격 변화, 섭식 습관의 변화가 두드러지며 불안과 과민 반응도 비교적 흔하다.

  • CBD: PSP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우울 증상이 더 흔하고, 공감 능력의 변화나 충동적 행동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MSA: 우울장애 빈도가 건강한 사람보다 높게 보고되며, 다른 신경정신 증상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다.

이처럼 병리학적 배경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의사결정과 충동 조절, 사회적 행동을 담당하는 뇌의 집행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결과 환자는 진단 이전의 자기 자신과는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되고, 이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혼란을 준다.

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

레보도파 같은 파킨슨병 약물은 경직이나 느린 움직임 같은 운동 증상에 처방될 수 있지만, 효과가 있다 해도 크지 않거나 오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현재로서는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거나 멈추는 치료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성격 변화도 마찬가지다. 약물 조정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 변화가 '마음가짐'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손상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가족이 이해하는 것 자체가 첫 번째 대응이 된다. 이를 알지 못한 채 환자를 탓하거나 서운해하다 보면, 가족 관계 자체가 지치고 힘들어지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종종 본다.

임상 메모. 무감동이나 짜증이 늘어난 환자를 보면 가족들은 흔히 '고집이 세졌다', '게을러졌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전두엽과 기저핵 등 뇌의 특정 영역이 손상되며 나타나는 증상일 뿐, 환자의 성품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진료 때마다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약물로 성격 변화를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접근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 질환 교육: 성격 변화가 뇌 손상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가족이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 다학제 재활: 작업치료, 언어치료, 물리치료 등은 전반적인 기능을 지지하면서 기분과 행동에도 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 보호자 지지 모임: 비슷한 상황을 겪는 가족들과의 교류는 정서적 고립감을 줄이고 실질적인 돌봄 정보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된다.

  • 제도 활용: 국내에서는 진단 초기에 산정특례를 등록하면 진료비 본인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다만 세부 기준은 바뀔 수 있으므로 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소에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임상적 의미와 가족이 기억할 것

비정형 파킨슨증에서 성격 변화는 부수적 증상이 아니라 질환 자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그만큼 환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보호자의 삶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병이 진행되면서 필요한 돌봄의 형태도 계속 달라지므로, 어느 시점부터는 환자 못지않게 보호자에 대한 지지가 돌봄의 중심축이 된다.

진행성핵상마비의 평균 생존기간이 약 7.9년으로 보고되기도 하지만, 이는 인구 집단의 평균일 뿐 개별 환자의 경과를 단정하는 수치가 아니다. 환자마다 진행 속도와 증상의 조합이 다르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족이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진료실에서 만나는 보호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이 변화가 병 때문인지,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서 온다. 이럴 때일수록 혼자 판단하지 말고 신경과 진료와 함께 재활, 정서적 지지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비정형 파킨슨증을 비롯한 이상운동질환 환자들의 신체 재활뿐 아니라, 성격 변화로 지쳐가는 가족들의 마음까지 함께 돌보고자 한다. 병의 진행을 멈출 수는 없어도, 환자와 가족이 하루하루를 덜 외롭게 보낼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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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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