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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말기 돌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언제 말해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8월 13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10일

루게릭병(ALS)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숨쉬기가 힘들어졌을 때 인공호흡기를 달 것인가, 어디까지 치료를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질문은 환자가 말을 할 수 있을 때 미리 답해두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응급 상황이 닥친 뒤에야 처음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서서히 다가오는 호흡부전, 자각보다 늦게 알게 되는 병

루게릭병은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감각이나 자율신경은 거의 침범되지 않아 감각이상이나 인지장애는 드물지만, 팔다리 근육과 호흡근이 함께 약해진다는 점이 이 병의 가장 무거운 특징이다. 병이 진행하면 결국 호흡근육 마비로 인한 호흡부전이 사망의 가장 흔한 경로가 되며, 발병 후 평균 3~5년 안에 경과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개인차가 커서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지내는 환자도 존재한다.

더 까다로운 점은 호흡근 약화가 환자 스스로 느끼기 전에 이미 진행되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숨을 들이마시는 힘뿐 아니라 기침으로 가래를 뱉어내는 힘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본인은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 폐 속에 가래가 고여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말이나 삼킴 기능부터 나빠지는 구형(연수형) 루게릭병은 진행이 빠른 편이어서 더 이른 시기부터 호흡과 삼킴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 처음 묻는 것이 왜 문제인가

루게릭병에는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리루졸이나 에다라본 같은 약물이 도움을 주지만 이는 생존 기간을 어느 정도 늘려주는 수준이며, 병의 진행 자체를 멈추지는 못한다. 결국 병이 진행하면 마스크형 인공호흡기를 거쳐 기관절개형 인공호흡기까지 넘어가는 단계를 앞두게 되는데, 이 갈림길에서의 결정을 급성 호흡부전이 닥친 응급 상황에서 처음 논의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가 이미 의식이 흐려지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뒤일 때가 많다. 결정은 가족의 몫으로 넘어가고, 가족은 평소 환자의 뜻을 정확히 듣지 못했다는 부담을 안은 채 짧은 시간 안에 답을 내려야 한다. 이 부담은 환자를 떠나보낸 뒤에도 오래 남는 후회로 이어지는 경우를 임상에서 종종 보게 된다.

임상 메모. 루게릭병 환자는 병이 진행해도 인지와 판단 능력이 대체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즉 스스로 결정을 밝힐 수 있는 시기가 분명히 존재하며, 그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미리 뜻을 남겨두는 제도

국내에는 연명의료결정법에 근거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등록기관을 통해 작성할 수 있고, 임종과정에 있을 때를 대비해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미리 남겨두는 절차다. 등록기관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늘고 있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찾아가는 상담도 지원되고 있어 접근성이 조금씩 개선되는 중이다.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는 이 문서를 쓰면 치료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통증을 줄이는 처치와 영양·수분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그대로 지속된다. 즉 연명의료 중단이 돌봄 자체의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등록기관을 방문해 작성할 수 있다

  • 언제든지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문서다

  • 작성 후에도 통증완화, 영양·수분 공급, 산소 공급은 지속된다

  • 말기·임종과정 환자는 담당의사와 연명의료계획서를 별도로 작성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루게릭병은 병의 단계마다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논의도 한 번으로 끝내기보다 진행 경과에 맞춰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다. 진단 초기 의사소통이 자유로울 때 큰 방향을 한 번 정리해두고, 정기적인 폐활량 검사로 호흡근 상태를 확인하면서 인공호흡기 도입 시점이 가까워질 때마다 신경과 주치의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도 함께 자리에 앉아 환자의 뜻을 직접 듣는 것이 나중의 결정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인공호흡기나 위루술 도입 시점, 사용 방식은 환자 개인의 검사 결과와 전문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 특정 시점이나 방법을 일반화해서 정하기보다, 신경과와 재활의학과, 호흡기내과 등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그때그때 결정해가는 것이 옳다.

미리 말해두는 것이 남은 시간을 지키는 방법이다

루게릭병 환자와 가족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병이 힘든 이유가 신체 기능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언제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함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그 불확실함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도구다. 완치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환자 자신의 뜻대로 채워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루게릭병 환자와 가족이 이런 결정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진행 단계에 맞춰 호흡 상태를 함께 살피고 필요한 순간마다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병의 진행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지는 여전히 환자와 가족이 함께 정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곁을 지키고자 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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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가능 여부와 제도 관련 문의는 로뎀요양병원의 입원 대상 안내와 사회복지 안내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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