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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증후군 여아, 발달 퇴행 신호 어떻게 알아챌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6일
3분 분량

생후 1년까지 또래와 다름없이 자라던 여아가 어느 순간 옹알이가 줄고 손을 쓰지 않으려 한다며 진료실을 찾는 보호자를 종종 만난다. 대부분은 '말이 조금 늦되는 것 아니냐'는 안심을 원하지만, 이미 습득한 기능을 잃어버리는 퇴행은 단순 지연과는 결이 다른 신호다. 렛증후군은 바로 이 퇴행의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대표적 희귀 신경발달질환이다.

정상 발달처럼 보이다가 시작되는 퇴행

렛증후군은 여아에서 주로 진단되는 희귀 신경발달질환이다. 남아 태아는 이 질환으로 인해 출생 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는 대부분 여아다. 뇌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하지만, 이 요소가 필요해지기 전인 영아기에는 뇌가 미성숙한 채로도 정상처럼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이는 만삭에 별다른 문제없이 태어나고, 첫돌 무렵까지는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1세 이후부터 언어와 운동 발달이 멈추거나 이전에 할 수 있던 것을 못 하게 되는 퇴행이 시작된다. 임상적으로는 네 단계로 구분하는데, 처음에는 발달이 정지되는 시기가 오고, 이어 발달 퇴행이 급속히 진행되는 시기에 대부분 진단이 이루어진다. 이후 퇴행 속도는 다소 늦춰지지만 뇌전증 같은 합병증이 흔히 동반되고, 말기에 이르면 보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놓치기 쉬운 초기 신호들

1~4세 사이 퇴행기에 들어서면 사회적 관계, 인지 능력, 손 사용 능력, 언어 등에서 이전에 습득했던 기능을 하나둘 잃어버린다. 이 시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신호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머리 둘레가 정상보다 작아지는 후천적 소뇌증(2~5세 사이 뚜렷)

  • 손을 입에 넣거나 쥐어짜는 반복적인 손 상동증

  • 과거 할 수 있던 손 기능의 상실

  • 뒤뚱거리는 걸음, 이갈기, 호흡 양상의 변화

  • 옹알이나 낱말이 줄어드는 뚜렷한 언어 퇴행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멈추는 변화' 그 자체가 평가 대상이라는 점이다. 하던 옹알이가 줄거나 쓰던 낱말이 사라지는 것은 월령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다만 감기나 중이염처럼 컨디션이 무너진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반응이 줄었다가 회복과 함께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 몇 주 이상 지속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실제 감별에 도움이 된다.

임상 메모. 발달 지연과 발달 퇴행은 다르다. 늦게 시작하는 것과 하던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신호이며, 후자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면 지체 없이 소아신경과 상담을 권한다.

확진의 어려움과 기존 접근의 한계

렛증후군의 임상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뚜렷해지므로 5세 아동에서는 진단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증상이 모호한 유아 단계에서는 진단이 쉽지 않다. 초기 퇴행 신호가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다른 발달장애와 겹쳐 보이는 경우도 많아, 관찰만으로는 확진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두부 발달 정지에 따른 후천적 소뇌증, 사회성 발달 퇴행과 자폐증 유사 대인관계 장애 같은 진단 기준과 함께, MECP2 유전자 검사가 확진의 핵심 절차로 자리잡고 있다.

치료 역시 오랫동안 근본적인 접근보다는 물리·작업·언어 치료를 포함한 팀 접근과 발작·호흡·운동 증상에 대한 대증적 약물 치료 위주로 진행돼 왔다. 뇌전증, 척추측만, 자율신경계 부전 같은 동반 문제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만큼, 한 진료과만으로는 아이의 전체 경과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해외에서 시작된 새로운 접근

최근 몇 년 사이 렛증후군 자체를 겨냥한 약물치료가 해외에서 표준치료의 일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트로피네타이드라는 성분은 2023년 미국에서 렛증후군에 대해 처음으로 승인받은 약물이 됐고, 이후 유럽에서도 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허가를 받았다. 2025년에는 복용 편의성을 높인 분말 제형이 추가로 승인돼 보호자의 투약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 처방 경험을 다룬 후향적 연구에서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각성도, 사회적 상호작용 영역에서 개선을 보고한 보호자가 많았다고 한다. 다만 이 약물이 렛증후군의 근본 원인인 유전자 이상을 교정한다는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국내에서 실제로 처방 가능한지 여부도 별도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해외 신약 소식을 접했다고 해서 국내에서 곧바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임상적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

렛증후군을 조기에 알아채는 것은 결국 '퇴행'이라는 신호를 부모와 의료진이 함께 놓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손 상동증, 두위 성장 정체, 언어와 사회성 퇴행이 함께 나타난다면 유전자 검사를 서두를 근거가 된다. 진단 이후에도 뇌전증, 척추측만, 자율신경계 문제까지 아우르는 다학제 추적 관찰이 아이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희귀질환은 진단 이후가 더 긴 싸움이다. 아이와 가족은 오랜 시간 동안 재활, 증상 관리, 정서적 지지가 함께 이루어지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로뎀요양병원은 뇌신경계 희귀질환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이 긴 여정을 함께 지켜보며, 다학제 협진과 꾸준한 관찰을 바탕으로 환자 각자의 속도에 맞춘 돌봄을 이어가고자 한다. 퇴행이 시작된 순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관리와 지지가 시작되는 지점이 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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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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