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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후 반맹, 시야 절반이 사라졌을 때 대처법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3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 한 분은 뇌졸중을 겪고 나서 신체 마비는 크지 않았는데, 밥상 오른쪽에 놓인 반찬을 자꾸 못 찾겠다고 했다. 검사 결과는 반맹, 시야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였다. 마비보다 눈에 덜 띄지만, 일상을 무너뜨리는 힘은 결코 작지 않은 후유증이다.

시야 절반이 사라지는 병, 반맹이란 무엇인가

반맹(半盲)은 시야의 좌측 또는 우측 절반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뇌졸중으로 시각을 처리하는 후두엽이 손상되면, 손상된 뇌 반대쪽 시야가 통째로 캄캄해지는 일이 생긴다. 임상에서는 이를 손상 위치에 따라 교차 반맹과 동측 반맹으로 나눈다.

생각보다 흔한 후유증이다. 국내 자료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약 20%가 시야장애를 경험한다고 보고하고, 국제 문헌에서는 이보다 넓게 20~60%까지 보기도 한다. 특히 후두엽을 포함한 후방 순환계 뇌졸중만 놓고 보면 생존자의 약 70%에서 동측 반맹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외상성 뇌손상 후에는 14%, 뇌종양 후에는 약 12%에서 나타난다고 하니, 뇌를 다치는 여러 원인 중에서도 뇌졸중이 반맹과 가장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시야가 반쪽 사라졌을 때 벌어지는 일들이다. 길을 찾다가 방향 감각을 잃고, 사람이나 사물을 늦게 알아보고, 책 한 줄을 읽다가 문장이 끊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니 주변에서도 이해받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환자 스스로 고립되고 우울해지는 경우를 진료 현장에서 자주 본다.

기존 재활에서 놓치기 쉬웠던 부분

뇌졸중 재활은 오랫동안 팔다리 마비와 언어장애에 집중해 왔다. 상대적으로 시야장애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조기에 적절한 재활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야 결손이 그대로 고착되고, 나중에는 운전이나 독서 같은 기본적인 활동에서도 계속 불편을 겪게 된다.

반맹 재활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손상된 시야 자체를 되살리려는 회복적 치료, 남은 시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도록 행동을 바꾸는 보상 훈련, 기기나 환경을 바꿔 결손을 대체하는 대체 치료다. 그런데 각 접근법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서로 엇갈려서, 어느 하나를 표준 치료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시야는 다시 안 돌아온다”는 인식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자리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접근, 훈련과 기술이 함께 간다

최근 흐름은 조금 다르다. 시야 자체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더라도, 남은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훈련하고 여기에 기술을 더하는 방향으로 근거가 쌓이고 있다.

가장 근거가 탄탄한 쪽은 보상적 안구운동 훈련이다. 5년간 추적한 해외 연구에서는 체계적인 안구운동 전략 훈련을 받은 환자들이 동측 반맹으로 인한 시각 장애를 지속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나이나 동반질환이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훈련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영국에서 진행된 다기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SEARCH 연구)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34개 뇌졸중센터가 참여해 시각 스캐닝 훈련과 가짜 훈련을 비교했는데, 6주간 매일 30분씩 훈련을 시행하고 26주까지 삶의 질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연구진 스스로도 보상적 시각 탐색 훈련의 효과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더 쌓여야 할 자료가 남아 있다.

구조화된 시각 탐색 훈련을 다룬 또 다른 연구(Eye-Search)에서는 반맹 환자, 특히 무시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도 객관적 수행능력과 환자가 체감하는 결과 모두에서 의미 있는 개선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임상 메모. 우측 후두엽 뇌졸중 발병 4개월 후 좌측 하측 시야가 안 보이던 환자가, 안구추적 훈련과 경두개직류자극을 함께 받은 지 4일 만에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는 해외 사례보고가 있다. 다만 이는 단일 환자 사례이므로 표준 치료로 확대 해석하기보다, 단기 집중 개입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일상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대처법

거창한 장비 없이도 오늘부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 있다.

  • 보행 시 머리와 눈을 함께 돌려 안 보이는 쪽을 의식적으로 살피는 훈련

  • 좌측 반맹 환자는 글의 시작점, 우측 반맹 환자는 끝점이 표시된 반맹독서카드 활용

  • 프리즘을 부착한 안경으로 시야를 부분적으로 넓히는 방법(개인차가 있어 절대적 효과 수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 집안 동선에서 자주 부딪히는 방향에 색 테이프 등으로 시각적 표시를 해두는 환경 조정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국내에서 뇌졸중 후유증인 시야장애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치료제가 품목허가를 받아 처방되고 있다. 시각 자극을 반복 학습시켜 시야 민감도를 높이고, 병변 주변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원리로 작동하며, 환자마다 다른 시야장애 양상을 분석해 훈련 위치와 난이도를 자동으로 맞춰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이는 확립된 완치법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선택지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임상적 의미와 회복의 골든타임

임상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회복적·보상적·대체적 치료를 환자 상태에 맞춰 병행하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발적 시야 회복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가 발병 후 3~6개월이라는 점이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이후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다만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반맹으로 생긴 맹점 자체는 대개 영구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재활의 목표는 시야를 완전히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보상 전략을 통해 일상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그리고 운전 재개는 절대 환자 스스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시력과 시야, 시각 무시 여부를 포함한 공식적인 운전인지평가를 거쳐야 하며, “예전보다 좀 나아진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운전대를 잡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반맹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삶 전체를 바꿔놓는 후유증이다. 그만큼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훈련하고, 필요한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뇌졸중 후유증을 겪는 환자 한 분 한 분의 남은 시야와 능력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지 함께 고민하며, 완전한 회복이 아니더라도 다시 걷고 읽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끝까지 찾아가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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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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