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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뇌졸중, 왜 호스피스 대상이 아닐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8일
3분 분량

얼마 전 병동에서 대량 뇌경색으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임종을 앞둔 환자의 가족이 나에게 물었다. "이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길 수 있나요."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말을 골라야 했다. 뇌졸중은 국내 법정 호스피스 대상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갑자기 찾아와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병

뇌졸중은 발병과 동시에 의식이 저하되고 신체 절반이 마비되는 등 중증 신경학적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광범위한 뇌출혈이나 큰 혈관이 막혀 생기는 대량 뇌경색은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로 급속히 진행되기도 한다. 그런데 뇌는 아직 그 기능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손상 이후에도 끈질기게 회복하려는 힘을 보이는 장기다. 그래서 대법원도 뇌 기능이 돌이킬 수 없이 상실됐는지 판단하려면 최대한 객관적이고 신중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암처럼 병의 진행 경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질환과 달리, 뇌졸중은 언제 임종 국면에 들어섰는지 판단하는 일 자체가 훨씬 조심스러운 과정이다.

말기 뇌졸중 환자에게는 호스피스가 없다

많은 보호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말기 암 환자처럼 말기 뇌졸중 환자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그렇지 않다.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법정 대상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로 정해져 있다. 입원형 호스피스는 사실상 암 환자에게만 제공되고, 가정형 호스피스 역시 말기 암과 일부 만성 호흡기·간 질환에 국한된다. 뇌졸중은 이 목록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해외 일부 호스피스 기준에서는 심혈관 질환의 임종 치료 대상에 뇌졸중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국내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신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연명의료 결정' 제도다. 이는 질환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뇌졸중 환자도 대상이 된다. 다만 문제는 절차에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가 말기 또는 임종기로 진단된 뒤에야 작성할 수 있는데, 뇌졸중은 발병 즉시 의사결정능력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시점에는 이미 환자 스스로 의사를 밝히기 어렵다.

가족의 몫이 된 결정, 절반을 넘는다

환자 본인의 사전 의사표시가 없으면 결정은 가족에게 넘어간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집계에 따르면 가족이 환자의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대신 결정한 비율이 약 55.7%에 이른다. 이 경우 법적으로는 가족 2인의 진술을 통해 확인하는 '추정적 의사'가 판단 기준이 되는데, 이는 여러 학술 논문에서 절차적 위험성이 꾸준히 지적되어 온 부분이기도 하다. 가족의 진술만으로 환자의 뜻을 짐작해야 하는 상황은 법적으로는 허용되지만, 그 무게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임상 메모.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결정하면, 가족이 대신 결정하는 경우보다 치료 강도가 낮아지고 의료비도 줄어든다는 분석이 올해 발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20~2023년 중환자실 입원 성인 환자 118만 9042명을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뇌졸중 위험군에게 특히 의미 있다

이 연구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환자 본인이 미리 뜻을 밝혀둘수록, 임종 국면에서의 결정이 더 환자 중심적으로, 더 간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고혈압, 심방세동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 뇌졸중 위험이 높은 사람이라면,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는 일이 훗날 가족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다행히 이 절차는 점점 접근하기 쉬워지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등록기관은 2024년 12월 760개에서 2025년 12월 819개로 늘었고, 보건복지부는 온라인으로도 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아래는 뇌졸중 환자와 가족이 알아두면 좋은 사항이다.

  •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해도 통증완화 처치, 영양·수분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계속 유지된다.

  • 연명의료 결정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의 판단을 거쳐 이뤄진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건강할 때 미리 작성해 둘수록 임종 시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가족 상담에서 짚어야 할 것들

진료 현장에서 나는 두 가지를 특히 분명히 설명하려 한다. 하나는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중단'이 서로 다른 제도라는 점이다. 뇌졸중 환자에게는 법정 호스피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완화적 돌봄과 연명의료 결정 절차임을 정확히 안내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환자가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증을 줄이는 처치와 기본적인 수분·영양 공급은 계속된다. 이 두 가지를 분명히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불안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을 여러 번 지켜봤다.

결론적으로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와 삶의 마지막 국면까지 급속히 몰아가는 병이다. 제도적으로 호스피스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환자와 가족이 존엄한 임종을 준비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두는 일,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통증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은 지금도 가능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뇌졸중으로 회복이 어려운 환자와 그 가족이 이 과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의료진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함께 결정을 고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 그 시간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덜 힘들고 더 평온하게 남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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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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