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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와 보내는 명절, 가족이 챙겨야 할 것들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5일
4분 분량

추석 연휴를 앞두고 외래에서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명절에 뭘 조심해야 하느냐'다. 뇌졸중을 겪은 환자와 그 가족에게 명절은 반가운 만남인 동시에, 과식과 음주, 수면 부족, 장거리 이동이 겹치며 혈압과 혈액 점도가 출렁이는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왜 명절에 뇌졸중을 더 조심해야 할까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조직에 산소 공급이 끊기는 질환이다.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나뉘는데, 단일 질환 기준으로 국내 사망 원인 4위에 오를 만큼 흔하면서도 무서운 병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살아남은 뒤다. 생존한 환자의 75%가 마비, 언어 장애, 감각 이상, 인지 저하, 연하 장애, 우울증 등 크고 작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문제는 한 번 겪었다고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뇌경색을 앓은 뒤 5년 안에 재발할 확률은 24%에 이른다. 65세 이상 고령, 흡연, 과도한 음주, 심부전, 치료받지 않은 당뇨와 고혈압이 있으면 재발 위험과 사망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 그런데 명절 연휴는 이 모든 위험 요인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다. 기름지고 간이 센 전이나 떡국, 반복되는 술자리,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수면 부족이 며칠 사이 혈압과 혈중 지방 농도를 급격히 바꿔놓는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며칠 리듬이 흐트러져도 큰 문제가 없지만,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을 가진 고위험군에게는 이 변화 자체가 혈관에 부담을 주는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존 안내의 한계, '증상 발생 후'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명절 뇌졸중 관련 안내는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면 119를 부르라'는 응급 대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뇌졸중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응급 처치가 사실상 없고,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이동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명절 당일 가족이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피로와 감정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보호자들에게 '배려는 증상이 생긴 다음이 아니라 생기기 전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족이 할 수 있는 몫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 평소 복용하던 혈압약, 당뇨약, 지질강하제는 연휴에도 거르지 않도록 챙기기

  • 기름지고 짠 명절 음식과 술자리를 적당히 조절해주기

  •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고 수면 시간을 최소 6시간 이상 확보하기

  • 연휴 중 문을 연 응급의료기관을 미리 확인해두기

증상이 잠깐 사라져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뇌졸중 의심 증상을 기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FAST다. 웃을 때 한쪽 얼굴이 처지는지(Face), 양팔을 들었을 때 한쪽이 힘없이 떨어지는지(Arm),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지(Speech)를 확인하고, 셋 중 하나라도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Time)다. 허혈성 뇌졸중은 증상 발생 후 4.5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면 혈전용해제 투여가 가능하다. 시간이 곧 뇌세포다.

여기서 가족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증상이 10~20분 만에 저절로 사라지면 '별일 아니었나 보다'며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증 뇌졸중으로 진행되기 전 나타나는 일과성 허혈발작, 이른바 미니뇌졸중일 수 있다. 피로 탓으로 여기고 병원행을 미루다가 며칠 뒤 본격적인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임상 메모. 의식이 흐릿하거나 삼키는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손가락을 따거나 우황청심환, 혈압약을 억지로 먹이는 민간요법은 위험하다. 연하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는 음식이나 약이 기도를 막아 질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 피로와 감정 기복

뇌졸중 환자를 둔 가족이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뇌졸중 후 피로'다. 뚜렷하게 정의된 개념은 아니지만, 환자가 한 달 중 최소 2주 이상 피로와 무기력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이 증상은 뇌졸중의 중증도와 별 상관없이 환자의 40~70%가 겪을 만큼 흔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가족도 의료진도 알아채기 어렵다. 오랜만에 모인 명절 자리에서 환자가 쉽게 지치고 말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면, '성격이 변했다'거나 '귀찮아서 그런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변화는 환자가 일부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뇌졸중의 후유증일 수 있다는 점을 가족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한다.

정서적 반응은 단계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 후 심리적 변화는 큰 상실을 경험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을 거치는데, 초기에는 '왜 하필 나에게'라는 분노가 나타나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수용 단계에 접어들면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재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보호자 역시 이 과정을 함께 겪으며 환자를 돕는 방법을 배워간다는 점을 이해하면, 명절 중 감정이 오가는 순간들을 조금 더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음식과 역할, 작은 배려가 만드는 차이

연하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송편이나 전처럼 질감이 까다로운 명절 음식을 그대로 권하기보다 질감과 점도를 조절해주는 것이 안전하다. 물이나 음료도 흡인 위험이 있으므로 빨대나 스푼을 이용하고, 필요하면 점증제로 농도를 높이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음주는 환자에게 특히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알코올 30g 이상의 음주는 혈압과 중성지방 수치를 끌어올리고, 안주 자체도 염분과 지방이 많아 체중 증가와 혈압 상승을 함께 부를 수 있다. 소량의 음주가 도움이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돌기도 하지만, 뇌졸중을 이미 겪은 환자에게는 음주량을 최대한 줄이는 쪽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챙기고 싶은 부분은 역할이다. 뇌졸중 이후 환자는 옷 입기, 요리, 장보기처럼 예전에 당연히 하던 일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스스로 무기력하다고 느끼며 활력을 되찾기까지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명절 음식 준비나 차례 자리에서 환자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은 역할을 맡기는 것이 자존감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전처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가족이 계속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회복의 한 부분이 된다.

임상적 의미

명절 연휴에 가족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다. 평소 복용약을 빠뜨리지 않도록 챙기는 것, 과음과 과식을 자연스럽게 조절해주는 것, 그리고 무리한 일정 대신 쉴 시간을 배려하는 것이다. 여기에 FAST 증상이 잠깐이라도 보이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향하는 판단력, 환자의 피로와 감정 변화를 성격 탓으로 돌리지 않는 이해가 더해지면 명절은 재발의 위험이 아니라 회복을 다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물론 재활과 회복의 속도는 환자마다 차이가 크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진료실에서 뇌졸중 환자와 가족을 함께 만나다 보면, 결국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거창한 치료법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의 작은 관찰과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명절을 전후해 환자들의 약물 관리와 생활 리듬을 더 세심히 살피며, 가족이 집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함께 챙기고 있다. 올 명절에는 환자도 가족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식탁에 둘러앉을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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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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