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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후 편측무시, 왜 마비보다 알아채기 어려울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12일
3분 분량

회진 중 식판 왼쪽 절반을 그대로 남긴 채 다 먹었다고 말하는 환자를 만났다. 마비는 없었다. 그런데 왼쪽 공간 자체가 그 환자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가족들은 처음에 이를 꾀병이나 고집으로 오해했는데, 이것이 바로 편측무시다.

마비가 아닌데 왜 한쪽을 못 볼까

뇌졸중 후유증 하면 흔히 팔다리 마비나 언어장애를 떠올린다. 그런데 편측무시(반측공간무시)는 이 둘과는 결이 다르다. 눈도 보이고 팔도 움직일 수 있는데, 손상된 뇌 반대쪽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 촉각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자신의 팔다리를 자기 것으로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진료 현장에서 이 증상을 접한 보호자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일부러 안 보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는 감각이나 운동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을 향한 주의를 배분하는 뇌 네트워크의 장애다. 환자 본인도 자신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족의 오해와 환자의 당혹감이 겹치는 증상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흔하고, 생각보다 복잡하다

편측무시는 주로 우측 측두-두정 접합부나 전두엽 손상에서 발생하지만, 시상이나 기저핵 같은 피질하 영역 손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급성기 우반구 뇌졸중에서는 적지 않은 비율로 관찰되고, 좌반구 손상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흔히 "편측무시는 우반구 손상에서만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좌반구 손상 환자에서도 상당수 보고되고 있어 이런 통념은 수정이 필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급성기보다 아급성기에 오히려 더 많은 환자에서 무시 증상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이는 증상이 늘어난다기보다, 급성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편측무시가 제대로 포착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환자일수록 이 증상을 놓치기 쉽다.

편측무시는 한 가지 형태가 아니다. 물체를 보고도 알아채지 못하는 감각성 무시, 팔 마비가 없는데도 반대쪽으로 손을 뻗지 않는 운동성 무시, 자신의 팔다리를 자기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신체 무시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한 가지 검사만으로는 전체 양상을 파악하기 어렵고, 여러 검사를 함께 시행해야 중증도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다.

임상 메모. 편측무시 환자는 중증 실어증과 편마비를 동시에 가진 환자보다도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보고된다. 증상이 눈에 덜 띈다고 해서 예후가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확립된 정답 치료는 아직 없다

현재 재활 현장에서는 시각 탐색 훈련, 거울치료, 프리즘 적응치료 같은 방법들이 함께 활용되고 있다. 국내 연구에서는 거울치료가 마비측 상지 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뿐 아니라 무시 증상 자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침습적 뇌자극(경두개자기자극, 경두개직류자극)이나 가상현실 훈련도 연구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아직 "유망한 수준"이지 확립된 표준 치료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최근 메타분석에 따르면 무시 증상을 보인 환자의 상당수가 발병 후 3개월 이내에 호전되고, 3~6개월 사이에도 회복이 이어진다. 그런데 6개월을 넘어 17개월에 이르는 구간에서는 표준치료로 추가적인 의미 있는 회복이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발병 초기 집중적인 평가와 재활 개입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 시각 탐색 훈련: 무시된 쪽으로 눈과 주의를 옮기는 연습

  • 거울치료: 마비측 상지 기능과 무시 증상을 함께 개선하는 접근

  • 프리즘 적응치료: 손-눈 협응을 재조정해 공간 인식을 보완

  • 비침습적 뇌자극(rTMS, tDCS): 두 반구 간 균형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연구 중

전문가들은 여러 치료법을 환자 상태에 맞춰 조합하는 복합적 접근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 가지 치료법에 의존하기보다, 환자의 손상 부위와 증상 양상에 따라 개별화된 재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가족의 역할, 그리고 일상의 안전

편측무시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 증상이 고의나 게으름이 아니라는 이해다. 환자가 식사의 절반을 남기거나, 복도 한쪽 벽에 계속 부딪히거나, 거울을 보면서도 한쪽 얼굴을 씻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이는 주의 네트워크의 장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보호자의 좌절감이 크게 줄어든다.

안전 관리도 중요하다. 무시된 쪽에서 다가오는 장애물이나 사람을 인지하지 못해 충돌하거나 낙상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생활 공간을 정리하고 무시된 쪽에서의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재활 치료 과정에 가족이 함께 참여하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도, 치료에 대한 환자의 적극성을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로뎀요양병원에서 전하는 당부

편측무시는 낯설고 설명하기 어려운 증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뇌의 원리가 있다. 발병 초기일수록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하고,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로뎀요양병원은 환자 한 명 한 명의 손상 양상을 세심히 살피며, 시각 탐색 훈련과 거울치료 등 여러 재활 기법을 환자 상태에 맞춰 조합해 적용하고 있다. 낯선 증상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가족들에게, 정확한 이해와 꾸준한 재활이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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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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