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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이영양증 환자의 호흡과 심장, 왜 같이 봐야 할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13일
  • 3분 분량

얼마 전 요양병원에 입원한 근이영양증 환자 보호자로부터 '숨은 아직 괜찮은데 왜 호흡 검사를 자꾸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근이영양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증상이 나타난 뒤가 아니라, 아무 증상도 없을 때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심장과 호흡근의 변화다. 그래서 이 병은 걷는 능력보다 오히려 숨쉬는 능력과 심장 기능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병이다.

근육만의 병이 아니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 결함으로 골격근이 점진적으로 약해지는 유전질환이다. 그중 듀시엔형(DMD)은 가장 흔하면서 연구가 가장 많이 축적된 형태로, 남아 출생아 3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디스트로핀이라는 단백질이 유전자 돌연변이로 거의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팔다리 근육뿐 아니라 호흡근과 심장근까지 함께 약해진다.

보행이 가능한 시기, 대략 진단 이후 10~12세까지는 대부분 호흡 보조기기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걷는 능력이 사라지는 시점부터는 호흡근 약화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심장 쪽은 더 은밀하다. DMD 환자의 심장 기능이상은 10세 이전에도 나타날 만큼 흔하게 관찰되는데, 정작 환자 스스로는 활동량 자체가 적어 가슴 답답함이나 숨참을 느끼기 어렵다.

왜 놓치기 쉬운가

호흡 관리 등 지지요법이 발전하면서 근이영양증 환자의 기대수명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제 DMD의 중앙생존기간은 20대 후반까지 이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래 살게 되면서 확장성 심근병증과 심부전이 이 환자군의 주된 사망 원인으로 떠올랐다. 예전에는 호흡부전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던 환자들이, 이제는 심장 문제로 위기를 맞는 시기까지 살게 된 셈이다.

문제는 진료 현장에서 이 사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신 지침이 나온 뒤 더 어린 나이에 심장 치료를 시작하는 경향은 보이지만, 여전히 상당수 환자가 권고되는 심장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지침과 실제 진료 사이의 간극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또한 보행이 불가능한 환자는 숨참이나 부종 같은 전형적인 심부전 증상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에 의존한 판단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선제적 감시가 핵심이다

최근 발표된 호흡관리 권고안은 최대호기유량, 즉 마우스피스를 물고 억지로 기침하듯 내쉴 때 나오는 유량(PCF)을 정기적으로 측정해 환자 개인의 평상시 수치와 비교하도록 권한다. 수치가 떨어지면 수면 중 호흡을 보조하는 처치, 즉 비침습적 환기(NIV)를 검토한다. NIV는 급성 환기부전 상황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확인된 치료이며, 기침보조기 같은 흡기-호기 보조 장치는 감염 예방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서 임상 현장에서 꼭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근이영양증 환자에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고 해서 고농도 산소를 단독으로 투여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런 환자는 이산화탄소 축적에 매우 민감해서, 산소만 채워 넣으면 몸이 스스로 숨을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덜 느끼게 되어 오히려 호흡부전이 악화될 수 있다. 산소 보충이 필요해졌다는 것 자체가 응급 평가가 필요하다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임상 메모. 근이영양증 환자가 산소포화도 저하로 산소를 요청할 때는 단순히 산소 농도를 올리기보다,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호흡기내과와 신경근육질환 진료팀에 연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심장은 증상 전부터 관리한다

심장 관리의 핵심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한다'는 원칙이다. 현행 관리 권고안은 심장 기능이상이 확인되지 않아도 DMD 환자는 10세 무렵부터 심장 보호 약물을 시작하도록 권한다. 진단 시점부터 심전도와 심초음파를 포함한 종합 심장 평가를 하고, 이후 최소 매년 추적 검사를 이어가며, 10세 이후 위험이 커지는 시기에는 6개월마다 검사를 늘리는 기관도 있다.

이런 정기 감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 억제제)를 비롯한 심장 보호 약물을 조기에 도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조기 개입이 심근병증 발생 자체를 늦추는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다만 DMD 환자는 진행성 근육병증과 제한된 신체 기능, 기증 장기 부족 문제로 심장이식 대상이 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약물과 정기 감시로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최근에는 유전자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이 심혈관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기존의 심장 감시 체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제도적 지원도 함께 안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출 수 있고, 자발적 호흡이 어렵거나 야간 호흡 보조가 필요한 환자는 재택 인공호흡기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임대료의 90%, 희귀질환자나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00%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서킷 등 소모품 부담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다만 지원 비율과 대상 기준은 시점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신청 시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최신 공지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보행 소실 전후부터 정기적인 최대호기유량(PCF) 검사

  • 산소포화도 저하 시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 함께 확인

  •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정기적인 심전도·심초음파 추적

  • 10세 전후부터 심장 보호 약물 도입 여부 상담

  • 산정특례·재택 호흡보조기기 지원 제도 조기 안내

결론: 관리로 시간을 벌 수 있다

근이영양증에서 환기부전은 언젠가 마주할 가능성이 큰 경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어차피 벌어질 일이니 손쓸 게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정기적인 호흡·심장 감시와 적절한 시점의 치료 개입으로 그 시간을 늦추고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신경근육질환 환자의 호흡 상태와 심장 기능을 정기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시점에 전문 진료로 연계하는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증상이 없는 시기에 놓치지 않고 챙기는 관리 하나하나가, 환자와 가족이 더 오래 안정적인 일상을 이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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