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ALS 환자 스마트홈, 눈으로 조명·TV 켤 수 있을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8일
3분 분량

지난달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물었다. 손도 목소리도 점점 못 쓰게 되는데, 그래도 방 안의 불빛 하나는 환자가 직접 켤 수 없겠느냐고. 답은 '가능하다'였다. 다만 그 방법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아직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는 설명이 함께 필요했다.

손은 멈춰도 눈은 움직인다

ALS, 즉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사라지면서 팔다리와 호흡근, 발음에 관여하는 근육이 순서대로 약해지는 병이다. 하지만 이 병이 눈을 움직이는 근육까지 침범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손이 굳고 말이 어눌해져도 시선만큼은 비교적 오래 남는다. 이 사실 하나가 스마트홈 기술이 ALS 환자에게 접근하는 출발점이 된다.

국내 진료 지침에서도 보조기, 이동 보조기기, 비침습적 환기치료, 기침유발기, 위루관,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 같은 도구를 병의 진행 시점에 맞춰 순차적으로 도입하면 환자가 독립적인 일상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마트홈 기기도 이런 흐름 안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 방식의 한계

지금까지는 손이나 목소리를 쓰기 어려운 환자에게 헤드마우스, 휠체어에 부착하는 헤드어레이, 몸의 남은 부위로 누르는 스위치 같은 방식을 권해왔다. 문제는 병이 진행할수록 이 방법들마저 쓸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근력이 남아 있는 부위 자체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시선추적, 즉 눈동자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읽어 기기를 조작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만 이 방식에도 한계는 있다. 환경을 인식하기 위해 웨어러블 카메라를 항시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카메라가 집 안 곳곳을 계속 촬영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실제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또 눈동자를 오래, 자주 움직이면 정확도가 떨어지고 눈 피로도 커져 장시간 사용에는 무리가 따른다.

임상 메모. 시선추적 기기는 '한번 세팅하면 끝'이 아니다.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고 눈의 피로가 누적된다는 점을 환자와 보호자 모두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카메라 없이도 가능한 기술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연구진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조명이나 냉난방 같은 집안 기기를 제어하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선추적 보조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시선추적 안경, 주변 공간의 형태를 파악하는 뎁스 카메라, 장애물을 감지하는 초음파·적외선 센서, 유연한 거치대에 올린 노트북, 위급 상황에서 즉시 전원을 끌 수 있는 안전 스위치로 구성돼 있으며, 실제 전동휠체어에 탄 ALS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카메라 사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도 있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 무선주파수인식(RFID), 음성 피드백을 결합한 방식이다. 먼저 눈 움직임으로 사용자가 어떤 기기를 조작하려는지 파악하고, RFID로 실제 목표 기기를 확인한 뒤, 음성으로 결과를 알려주는 구조다. 이 방식은 별도 실험에서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는 정확도가 90%를 넘는 수준으로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웹캠으로 시선을 추적해 발성이 어려운 환자의 의사소통을 돕는 시스템인데, 기존 영어 알파벳 배열이 아니라 한글 자모를 재배치해 눈의 움직임과 깜빡임만으로 단어를 입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더해, 시선으로 입력한 문장을 인공지능 음성합성 기술로 환자 본인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재구성해 들려주는 방식까지 구현됐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가는 환자에게는 이 부분이 특히 의미가 크다.

손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는

시선추적조차 어려워지는 단계, 즉 눈 움직임마저 제한되는 중증 마비 상태에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연구가 다음 단계로 거론된다. 해외 학술지에 보고된 사례에서는 대화 능력을 완전히 잃은 45세 남성 ALS 환자에게 뇌 이식 장치를 적용해, 생각한 문장을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이어간 결과가 소개됐다. 이식 전 이 환자는 일반적인 대화 속도인 분당 160단어에 비해 분당 약 7단어만 겨우 말할 수 있는 상태였다.

다만 이는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단계의 성과이며, 국내 임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 치료는 아니다. 보완대체의사소통(AAC) 기기는 대체로 경도~중등도 언어 문제 단계에서는 음성 앱, 손 기능이 떨어지면 안구추적 시스템, 마비가 심해지면 BCI 순서로 단계적으로 검토되는 흐름을 따른다.

국내에서 실제로 지원받을 수 있을까

보호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결국 비용이다. 국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산정특례에 등록된 건강보험가입자 중 환자가구와 부양의무자가구의 소득·재산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 본인부담금과 보조기기 구입비, 인공호흡기·기침유발기 대여료 일부를 지원한다.

  • 산정특례 등록 건강보험가입자 대상

  • 환자가구·부양의무자가구 소득·재산 기준 충족 필요

  • 보조기기 구입비, 인공호흡기·기침유발기 대여료 포함

  • 스마트홈 IoT 기기 자체에 대한 별도 지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음

즉 전통적인 의료기기는 일정 부분 지원되지만, 조명이나 가전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기기까지 이 제도가 보장하는지는 이번 자료로는 분명하지 않다. '전액 지원된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담당 사회복지사나 지역 보건소를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료 현장에서 드리고 싶은 말

스마트홈 기기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갑자기 도입하기보다, 손 기능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미리 시험해보고 세팅해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작업치료사, 재활의학과와의 조기 상담을 통해 환자의 남은 기능에 맞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카메라가 포함된 시스템을 고려할 때는 사생활 우려도 함께 짚어야 하고, 눈동자 움직임과 RFID, 음성 피드백을 결합한 비(非)카메라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안내할 필요가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ALS 환자와 가족이 병의 진행 단계마다 어떤 도구와 지원을 준비해야 할지 함께 고민한다. 손을 움직이지 못해도, 목소리를 잃어가도, 눈빛 하나로 방 안의 불을 켜고 가족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방법을 환자 곁에서 하나씩 찾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ALS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