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희귀질환 아동, 성인 진료 병원 옮기는 시기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12일
3분 분량

얼마 전 외래에서 한 보호자가 물었다. 결절성 경화증을 앓는 아이가 올해 성인이 되는데, 지금 다니는 소아신경과를 계속 다녀도 되는지, 아니면 성인 신경과로 옮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해줄 전국 공통 기준은 아직 우리나라에 없다.

소아 중심으로 짜인 희귀질환 진료 체계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 자체가 어려워 정확한 환자 수조차 알기 힘든 질환을 말한다. 질환 종류는 7000개가 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소아기에 증상이 시작된다. 그래서 국내 희귀질환 진료 체계는 자연스럽게 소아청소년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소아신경과는 출생부터 만 18세까지를 진료 대상 연령으로 규정한다. 뇌와 신경, 근육, 유전 질환을 폭넓게 다루며 선천성 발달 장애부터 유전대사질환, 퇴행성 변성 질환, 뇌전증까지 범위가 넓다. 문제는 이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된 뒤에도 받아줄 성인 전문의나 전문 클리닉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희귀질환은 소아청소년과 기반 유전학 전문의가 주로 담당해 왔기 때문에, 환자가 성인이 되어도 사실상 소아 진료 체계에 계속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전환을 미루면 생기는 돌봄의 공백

주치의만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진단 체계, 산정특례 적용 방식, 재활·영양 지원까지 돌봄 전체 틀이 달라질 수 있다. 치료제가 존재하는 희귀질환 자체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고, 발달 지연을 동반한 질환은 조기 재활 치료가 필수적인데도 상당수가 비급여 항목이어서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진단·진료가 여러 병원에 나뉘어 있는 현실도 전환을 더 어렵게 만든다. 희귀질환 환자는 전문 진료기관이 부족해 진단을 위해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검사를 중복해서 받는 일이 흔했고, 진단 이후에도 수술과 재활을 위해 각각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인이 되는 시점은 이런 분절이 더 두드러지는 때다. 반대로 소아청소년과 쪽에서는 만성질환의 연속성을 이유로 성인이 되어도 계속 소아 진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다. 익숙한 의료진을 유지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심혈관 질환이나 골다공증, 정신건강 문제 같은 성인기 합병증 관리에 특화된 전문의의 개입이 늦어질 위험도 함께 안고 간다.

언제, 어떻게 옮기는 것이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환 시점을 만 18세 같은 숫자 하나로 못 박기는 어렵다. 질환의 진행 양상, 치료가 안정적인지 여부, 환자 스스로 자기 몸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보고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절성 경화증처럼 연령에 따라 병변이 생기는 부위가 달라지는 질환은 특히 그렇다. 한 번에 진료를 끊고 옮기기보다, 소아과와 성인 진료과가 함께 환자를 보는 다학제 협진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이관하는 방식이 더 안전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병원은 소아 희귀질환 클리닉과 성인 희귀질환 클리닉을 함께 운영하며 같은 병원 안에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 결절성 경화증 같은 희귀 유전질환에 대해 소아부터 성인까지 다학제로 진료하고 치료, 예방, 경제적 지원까지 맞춤형으로 돌보는 통합 진료 모델을 시도하는 병원도 나타나고 있다.

전환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

병원을 옮기기로 했다면 아래 세 가지는 미리 챙겨야 한다.

  • 산정특례 등록 승계 여부 - 희귀난치성질환자는 요양급여비용의 10%만 본인부담하며 등록일로부터 5년간 적용받는다. 진료과나 병원이 바뀌어도 이 등록 자체는 유지되므로, 새 주치의에게 반드시 산정특례 상태를 확인하고 연계해야 한다.

  • 기존 진단 기록의 인계 - 유전자 검사 결과, 영상 자료, 그동안의 경과 기록을 빠짐없이 새 병원에 전달해야 중복 검사를 피할 수 있다.

  • 재활·영양 지원 프로그램의 연속성 - 비급여로 받아온 재활이나 영양 관리가 병원을 옮긴 뒤에도 끊기지 않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임상 메모. 산정특례 본인부담 10%와 5년 등록 규정은 희귀난치성질환자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 규정으로, 질환별 세부 조건은 다를 수 있다. 전환기 진료에 대한 전국 공통 가이드라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으므로, 병원마다 운영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담당의와 상의해야 한다.

옮기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돌봄의 시작이다

전환기 진료는 한국만의 숙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도 소아기 발병 만성질환을 가진 아이가 성인이 될 때 어떻게 진료를 넘길지 소아과 의사들 사이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전환 프로그램이 예후를 얼마나 좋게 만드는지 정량적으로 입증한 연구는 없지만, 구조적 한계와 그 필요성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희귀 뇌신경계 질환을 오래 앓아온 환자와 가족을 만나다 보면, 진료 체계가 바뀌는 시점마다 불안해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하지만 그 불안은 돌봄이 끝나서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산정특례와 진단 기록을 꼼꼼히 챙기고, 담당의와 미리 전환 계획을 상의하며, 필요하다면 요양병원 같은 장기 돌봄 기관과도 협력해 나간다면,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그 길목이 조금은 덜 막막해질 수 있다. 환자와 가족이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그 곁을 함께 지키는 일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희귀질환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폼페병 성인형, 계단 오르기 힘든 진짜 원인

성인형 폼페병에서 계단 오르기가 힘든 이유는 단순 체력 저하가 아니라 근위부 근육이 선택적으로 약해지는 질환 특이적 패턴 때문이다. 진단이 늦어지기 쉬운 이유와 함께 봐야 할 신호를 정리했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