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신경척수염 재발 신호, 응급실은 언제 가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6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만난 시신경척수염 환자 중 상당수는 '조금 지켜보다가' 병원을 찾은 경우였다. 시력이 흐려지거나 다리에 힘이 빠져도 며칠 쉬면 나아지겠거니 생각하고 넘긴 것인데, 이 질환은 그 며칠 사이에 돌이키기 어려운 손상이 남을 수 있다. 재발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 무엇을 기준으로 응급실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 정리해본다.

한 번의 재발이 남기는 흔적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은 시신경과 척수에 특별한 이유 없이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아쿠아포린-4(AQP4) 항체가 발견되면서 다발성경화증과는 별개의 독립된 질환으로 분류됐고, 여성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데 여성 대 남성 비율이 9대 1에 이른다. 발병 연령은 40대 전후가 많다.

이 질환의 특징은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발작성으로, 즉 재발의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병변이 시신경에 생기면 시력 감소와 중심 맹점이, 뇌간에 생기면 복시와 어지럼증이, 척수에 생기면 감각·운동장애와 배뇨장애가 나타난다. 증상이 서서히 나빠지는 경과는 전체의 1~2%에 불과할 만큼 드물고, 대부분은 갑자기 나타난다. 첫 발작 후 4주 이상 지나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이를 별개의 재발로 본다.

왜 '지켜보다 늦게' 가는 경우가 많을까

NMOSD는 아직 완치가 가능한 질환은 아니다. 적절한 치료로 재발 빈도를 줄이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재발 자체를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문제는 재발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잠잠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재발만으로도 시력 저하,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같은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재발과 '가성재발'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가성재발은 감염이나 발열, 더위 같은 다른 원인으로 신경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빠지는 경우를 말하는데, 원인을 치료하면 증상도 가라앉는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게 진짜 재발인지 단순한 컨디션 저하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그 사이 병원 방문이 늦어지는 일이 흔하다.

기준이 되는 '24시간 룰'

국제 환자단체 자료와 전문가 지침을 종합하면, 재발을 의심할 수 있는 기준점이 있다. 새로 생기거나 악화된 증상이 최소 24시간 이상 지속되고, 발열이나 감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진짜 재발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가성재발은 보통 24시간 미만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 한쪽 또는 양쪽 눈의 안구통을 동반한 급격한 시력 저하

  • 시야장애, 색각 이상

  • 팔다리 근력 저하, 이상 감각

  • 대소변 장애

이런 증상이 24시간 넘게 이어지면 지켜보기보다 담당 신경과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원칙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응급실로 바로 가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24시간을 기다리면 안 되는 증상들

다만 모든 증상에 이 기준을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 염증이 뇌간까지 침범하면 호흡곤란,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구토, 멈추지 않는 딸꾹질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신호다. 이런 경우에는 24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임상 메모. 뇌간 침범 재발은 다른 부위 재발보다 경과가 빠르고 위중할 수 있다. 딸꾹질이나 구토가 '왜 이렇게 안 멎지' 싶을 정도로 지속된다면, 그 자체가 응급실로 가야 할 이유다.

시간 경과 양상도 참고할 수 있다. 첫 증상 이후 4시간 넘게 계속 악화되는 경우라면 다른 질환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하고, 반대로 너무 빠르게 최저점에 도달한다면 뇌졸중 같은 혈관성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NMOSD 발작은 수 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진행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

급성기 치료는 빠를수록 효과적이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공통된 권고다. 1차 치료는 고용량 정맥 스테로이드이고, 이것만으로 호전이 충분하지 않으면 혈장교환술이 추가로 고려된다. 조기에 개입할수록 더 나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최근 국제 전문가 합의에서는 재발 대응의 문턱을 더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많은 재발이 본질적으로 중증이기 때문에, 의심되는 시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미 한쪽 눈 시력을 잃는 등 기존 장애가 있는 환자라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진료 현장에서 권하는 준비

진단을 이미 받은 환자라면 재발 상황을 미리 대비해두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담당 신경과 연락처, 야간·휴일에 이용 가능한 응급실 정보, 자신의 진단명과 AQP4 항체 여부, 과거 치료 반응을 간단히 정리해 소지하고 있으면 응급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산정특례 등록 여부도 챙길 부분이다. NMOSD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으로, 확진 후 30일 안에 등록 신청하면 확진일로 소급해 본인부담률 10%가 적용된다. 다만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상급병실료 차액, 식대는 감면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함께 알아둬야 한다.

마무리하며

재발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아직 없지만, 재발이 시작됐을 때 얼마나 빨리 반응하느냐는 환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지켜보다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것과, 바로 연락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남은 삶의 질을 크게 가를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신경계 희귀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이 재발 신호를 미리 알고,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막막하게 느껴지는 질환이라도, 기준을 알고 준비해두면 한 걸음씩 덜 불안하게 나아갈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희귀질환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폼페병 성인형, 계단 오르기 힘든 진짜 원인

성인형 폼페병에서 계단 오르기가 힘든 이유는 단순 체력 저하가 아니라 근위부 근육이 선택적으로 약해지는 질환 특이적 패턴 때문이다. 진단이 늦어지기 쉬운 이유와 함께 봐야 할 신호를 정리했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