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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망상 나타난 CJD, 정신과만으로는 안 되는 이유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8일
3분 분량

최근 병원에서 만난 보호자 한 분은 어머니가 두 달 전부터 갑자기 헛것을 보고 누군가 해치려 한다는 말을 반복해 정신과를 두 곳이나 다녀왔다고 했다. 약을 바꿔도 증상은 그대로였고, 오히려 걸음이 이상해지고 손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뒤늦게 신경과로 왔다. 이런 흐름은 CJD 진료 현장에서 드물지 않게 반복된다.

환청·망상, 왜 CJD에서도 나타날까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비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뇌를 해면상으로 변화시키며 급속히 진행하는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병은 기억력 저하나 걸음걸이 이상으로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정신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발성 CJD 환자의 18~39%는 우울장애, 성격 변화, 감정 기복 같은 정신 증상을 초기에 겪는다. 미국의 한 25년간 분석에서는 126명 중 53명, 즉 42%에서 정신병적 증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영국의 사례군에서는 무기력·위축, 망상, 불안이 85% 이상에서 나타났고, 망상은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변종 CJD(vCJD)는 기억 상실보다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 증상을 첫 증상으로 겪는 경향이 있다. 이 유형에서는 일시적 망상과 청각·시각 환각이 자주 동반되는데, 문제는 이런 증상만 놓고 보면 흔한 정신질환과 구별할 특이한 소견이 없다는 점이다.

정신과 치료만으로는 왜 부족한가

환청과 망상이 먼저 나타나면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정신건강의학과부터 찾는다. 실제로 여러 사례에서 환자들은 정신과 진료를 여러 차례 받고 항정신병약을 시도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한 사례에서는 지남력 장애, 초조, 청각 환각, 피해망상이 한 달에 걸쳐 나타나 두 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할로페리돌과 리스페리돈을 짧게 시도했지만 정신 증상은 그대로였고, 이후 정신과 자문의가 근육 떨림(간대성 근경련)을 발견하고 나서야 뇌파 검사가 제안되었다. 또 다른 60대 환자는 시각 환각으로 응급실을 찾았는데, 항정신병약 용량을 늘려도 초조와 환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근육 떨림이 심해졌다.

이는 항정신병약이 초조 증상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환각 자체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관찰과도 맞아떨어진다. 즉 '약을 써도 잘 안 듣는다'는 반응 자체가 오히려 원인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임상 메모. 환청·망상에 항정신병약을 써도 반응이 없고, 이후 근육 떨림이나 보행 불안정이 뒤따라 나타난다면 정신과 단독 관리보다 신경과 협진을 고려해야 한다.

신경과 검사가 필요한 신호들

환청·망상이 새로 나타난 중년 이후 환자에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함께 보이면 신경과 진료와 뇌파(EEG), 뇌 MRI, 뇌척수액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 근육이 순간적으로 움찔거리는 간대성 근경련

  •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거나 균형을 못 잡는 소뇌 기능장애

  • 몇 주에서 몇 달 사이 빠르게 나빠지는 인지저하

  • 항정신병약을 써도 환각·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국내 진단 기준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급속히 진행하는 치매에 간대성 근경련, 시각 또는 소뇌 기능장애, 추체로 또는 추체외로 기능장애 중 두 가지 이상, 전형적인 뇌파 소견, 뇌 MRI에서 미상핵 또는 피각의 이상 신호 등을 종합해 산발성 CJD를 진단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뇌파의 특징적 예파, 뇌척수액 검사, 뇌 MRI 소견을 함께 확인하며, 그래도 진단이 불확실하면 조직병리검사나 유전자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과도한 의심도 경계해야 한다

다만 환청과 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CJD를 의심하는 것도 옳지 않다. CJD는 매우 드문 질환이어서, 급성 정신병이나 섬망, 약물 부작용, 대사 이상 같은 흔한 원인을 먼저 배제하는 것이 순서다. 항정신병약 반응이 부족한 것도 노인 정신병이나 섬망 등 다른 원인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한 가지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

또한 CJD는 현재까지 진행을 막는 치료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진행성 질환이다. 정신 증상을 일부 조절할 수 있다 해도 이를 회복이나 완치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CJD로 진단되면 산정특례 등록을 통해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부검 필요성 등 안내를 함께 받게 되므로 보호자는 미리 의료진과 상담해두는 것이 좋다.

임상적 의미

환청과 망상은 CJD의 우연한 동반 증상이 아니라 질환 자체의 핵심 임상상 중 하나다. 정신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각·망상이 근육 떨림, 보행 이상, 빠른 인지저하와 함께 나타난다면, 이는 신경과적 원인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뜻일 수 있다. 반대로 정신 증상만 있다고 성급히 CJD를 의심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진료 현장에서 이런 환자와 가족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신 증상이 앞서 나타나는 병일수록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함께 살피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환자의 작은 변화 하나까지 기록하고, 필요한 시점에 협진과 검사를 안내하며 환자와 가족이 덜 헤매도록 곁을 지키고 있다. 진단이 늦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덜 힘들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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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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