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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CJD라면, 어린 자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2일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이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배우자가 CJD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초등학생 자녀가 있었다. 이 질문은 생각보다 자주 마주치는데, CJD·프리온병은 다른 병과 달리 진행 속도가 워낙 빨라서 부모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왜 이 병은 유독 설명이 어려울까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치료법이 없고 일단 발병하면 사망에 이르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가장 흔한 산발성 CJD는 대부분 35세 이상에서 발생하며, 증상이 나타나면 3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질환처럼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 아니라, 몇 주 사이에도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가족성, 즉 유전성 CJD는 전체 CJD 중 5~15%를 차지하며 산발성보다 발병 연령이 이르고 경과가 조금 더 길게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아직 어린 경우라면 이 유전성 유형일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전상담이 함께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초기 증상이다. 변종 CJD(vCJD)의 경우 우울감, 불안, 초조함, 공격적인 행동, 무감동증 같은 정신적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왜 갑자기 저러지"라고 느끼는 첫 신호가 바로 이런 성격·행동의 변화다. 이 시점을 자녀와의 대화를 준비하는 신호로 삼을 수 있다.

기존 안내서에는 빠져 있는 부분

국내 질병관리청이나 보건소에서 배포하는 CJD 관련 안내서를 보면 대부분 진단 기준, 역학 통계, 감염관리와 부검 절차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작 환자 가족, 그중에서도 어린 자녀와의 대화법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암이나 다른 만성질환의 경우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야기한다"는 원칙이 일반적으로 권고된다. 그런데 CJD처럼 진행이 급격한 병에서는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호자들이 특히 막막함을 느낀다.

일반 완화의료 가이드에서 참고할 만한 원칙

CJD에 특화된 자녀 대화 지침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지만, 말기질환 전반을 대상으로 한 완화의료 분야의 공통 권고는 참고할 만하다. 해외 여러 의료기관의 환자 교육 자료를 보면 몇 가지 공통된 원칙이 있다.

  • 완곡한 표현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이를 덜 혼란스럽게 한다.

  • 단순히 "아프다"고만 말하면 아이는 아픈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오해할 수 있으므로, 어떤 종류의 병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 이 병이 다른 사람에게서 옮은 것이 아니며, 자신이나 형제자매에게 옮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 아이 자신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어린 나이라면, 몸이 더 이상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게 된다는 식으로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수 있다.

다행히 CJD는 환자와의 일상적인 접촉이나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 전염되었다는 보고가 없다. 이 사실은 아이가 느낄 수 있는 "나도 옮았을까" 하는 불안을 다루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근거다.

임상 메모. 아이들은 나쁜 소식을 접했을 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먼저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거나, 친구와 자주 다투거나, 부모에게 유난히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를 아이 나름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담임교사나 상담교사에게 상황을 미리 알려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것

대화를 꺼내기 전, 부모 스스로 먼저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짧은 산책이나 심호흡,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가까운 사람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면 무엇이든 괜찮다. 이 대화가 반드시 그날 즉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부모가 이미 상황을 알고 있다고 해서 아이도 곧바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완화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미 많은 것을 눈치채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아이가 먼저 던지는 질문을 잘 들어보면, 아이가 이미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예후를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견해차가 있다. 항상 개방적으로 다 말해주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아이가 알고 싶어 하는 만큼만 이야기하면 충분하다는 입장도 있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므로, 가족의 상황과 아이의 성향에 맞게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힘든 순간을 피하게 하려고 아이를 친척 집이나 다른 곳에 보내는 선택은 대체로 권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오히려 부모 곁에 머무는 편이 아이에게 덜 힘들다고 본다.

임상적으로 함께 챙겨야 할 것들

CJD·프리온병은 국가관리 희귀질환 목록과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등록 이후에는 진료비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혜택을 넘어, 가족이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자녀와의 대화나 심리적 지원에 더 쓸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진행 속도가 빠른 질환일수록 의료진과 가족 사이의 소통도 중요해진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어느 시점에 자녀와의 대화를 준비해야 할지 의료진에게 미리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남은 시간을 함께 채워가는 일

CJD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결정해야 하는 병이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진실을 명확히 말하고, 아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그 시간을 훨씬 덜 두렵게 지나올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환자 본인의 돌봄만큼이나 가족,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보호자들의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려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그 시간을 가족이 함께 채워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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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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