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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ALS 환자, 돌봄 공백 어떻게 메울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2일
3분 분량

얼마 전 외래에서 만난 환자 한 분은 보호자 없이 혼자 지내고 있었다.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 안심했었는데, 정작 문제는 병 자체가 아니라 '누가 이 사람을 지켜줄 것인가'였다. 진단서 한 장이 늦게 나오는 사이, 신청할 수 있었던 서비스가 몇 주씩 밀리는 것을 지켜보며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혼자 사는 ALS 환자'가 문제인가

ALS는 수의근을 움직이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사라지는 병이다. 근육이 굳고 경련이 생기며 점점 힘이 빠져 크기까지 줄어든다. 감각신경이나 자율신경은 거의 침범되지 않기 때문에 감각이상이나 배뇨·배변 장애 같은 자율신경 증상은 드물지만, 대신 팔다리와 호흡근, 연하 기능이 차례로 약해진다는 점이 이 병의 특징이다.

대부분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일부만 유전적 요인을 가진다. 연간 10만 명당 1~2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며, 평생 발병 위험률은 여성 0.25%, 남성 0.29% 정도로 보고된다. 퇴행성 질환이라 50~70대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 연령대 차이가 그대로 '어떤 복지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나이를 확인하는 것이 곧 돌봄 계획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돌봄 체계의 한계, 가족이 없으면 흔들린다

한국의 공적 돌봄 제도는 대체로 '곁에 가족이 있다'는 전제 위에 설계되어 있다. 혼자 사는 ALS 환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틈이 생긴다.

  •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만 6세 이상 65세 미만 등록 장애인이 대상이며, 65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된다. 활동지원 종합점수 8구간(270시간)을 이용하던 사람이 장기요양 2등급으로 전환되면 이용 시간이 112시간으로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실제로 보고된다.

  • 청·중장년 일상돌봄서비스는 '상당 기간 독립적 일상생활 수행이 곤란함'이 명시된 진단서·소견서, 또는 장기요양인정서·근로능력판정결과서가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서류가 갖춰지지 않으면 돌봄 공백이 실재해도 신청 자체가 늦어진다.

  • 보호자가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울 때 이용하는 특별지원급여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는, 말 그대로 '단기 공백'을 메우는 제도다. 애초에 보호자가 없는 상시 독거 상황을 위한 설계는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ALS 환자가 혼자 살 때'를 특정해 다룬 국내외 임상연구나 가이드라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재택 간호 인력이 겪는 어려움을 다룬 연구에서는, 환자의 특정 요구에 대한 강한 고집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간호사의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결과적으로 돌봄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혼자 사는 환자일수록 이런 간호 인력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조합할 수 있는 제도들

다행히 제도를 잘 알면 여러 자원을 겹쳐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확인된 공식 안내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일상돌봄서비스는 19~64세 중 돌봄이 필요하고 돌봐줄 가족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재가 돌봄·가사, 식사·영양관리, 심리지원 등을 통합 제공한다. 1인가구 등 지역에서 발굴한 고독사 위험자나 시범사업 발굴 대상자는 공공·민간기관 추천서로도 신청할 수 있어, 진단서가 늦어도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한다.

  •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6세 이상 65세 미만 등록장애인 중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종합점수 42점 이상이면 대상이 되며, 목욕·세면·식사·실내이동 도움 등 신체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

  • 65세 이후 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되면서 등급외 판정을 받아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경우, 장애 특성상 활동지원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활동지원급여로 돌아갈 수 있다.

  • 장기요양등급 전환으로 서비스 시간이 줄어든 구간에서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추가로 신청해 이전에 이용하던 시간만큼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 65세 이상 독거 환자는 별도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중 독거·조손가구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자 선정도구로 우선순위를 매겨 선정한다.

임상 메모. 65세 전환 시점이 다가오는 환자는 서비스 시간이 갑자기 줄어드는 경험을 하기 쉽다. 전환 몇 달 전부터 의료사회복지사와 함께 활동지원 추가신청 등 보완 경로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임상 현장에서 무엇을 챙겨야 할까

진단 초기부터 신경과 주치의와 의료사회복지사가 함께 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 일상돌봄서비스라는 세 축을 점검해두는 것이 실제 돌봄 공백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본다. 특히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할 때 '상당 기간 독립적 일상생활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함'이라는 문구가 명시되도록 미리 조율해두면, 이후 각종 서비스를 신청할 때 서류 때문에 지연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보호자가 아예 없는 상시 독거 상태라면 활동지원의 특별지원급여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상돌봄서비스, 지역 복지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등 여러 자원을 동시에 연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각 제도의 선정 기준과 본인부담률, 한도액은 해마다 개정되고 지자체 예산과 개별 심사에 따라 실제 수급 여부가 달라지므로, 이 글에서 언급한 내용은 참고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신청 전에는 반드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주민센터를 통해 최신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혼자여도 방법은 있다

제도의 틈새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그 틈새를 메울 방법이 아예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여러 제도를 겹쳐 쓰는 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혼자 지내는 환자도 최소한의 안전망 안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가족의 지지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의료진과 사회복지 인력이 함께 제도를 안내하고 연계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한다. 혼자라는 사실이 곧 방치를 의미하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 챙기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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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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