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ALS 임종 전 나타나는 신체 신호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2일
3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의 숨소리가 예전과 달라졌는데, 이게 마지막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냐는 질문이었다. ALS를 오래 지켜본 의사로서 이런 질문에 명확히 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알아둬야 할 신체적 신호들은 분명 존재한다.

운동신경만 무너지는 병, 그러나 마지막은 전신에 온다

ALS는 대뇌피질에서 시작되는 상위운동신경세포와 척수·연수의 하위운동신경세포가 함께 퇴화하는 질환이다. 처음에는 손이나 다리의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독립보행이 어려워지고 결국 침상생활로 이어진다. 원칙적으로 감각이나 방광 기능, 지적 기능은 대체로 보존되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전두측두엽 치매 형태의 인지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생존 기간은 개인차가 크다. 환자의 절반 정도는 진단 후 3년 이내에 사망하지만, 10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아주 드물게는 30년 이상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례도 보고된다. 그렇기 때문에 '임종이 가깝다'는 판단은 병의 기간보다는 실제 나타나는 신체 신호로 가늠하게 된다.

기존 접근의 한계 - 완화 치료가 시간을 되돌려주진 않는다

비침습적 인공호흡기나 산소 공급은 호흡곤란을 줄이고 환자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처치가 ALS의 근본적인 진행 자체를 멈추거나 되돌리지는 못한다는 점을 가족들은 종종 오해한다. 장비를 달았다고 해서 병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가깝다.

호스피스에 등록되면 고통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 관찰연구에서는 호스피스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임종 전 마지막 한 달 동안 상당수 환자가 여전히 신체적 불편감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점이 바로 '더 정확한 신호 파악'이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근거 - 임종 전 마지막 한 달, 무엇이 관찰되나

미국 신경과 학술지 Neurology에 실린 관찰연구는 ALS 환자 50명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임종 전 마지막 한 달 동안 나타난 증상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흔한 증상은 의사소통 곤란(62%), 호흡곤란(56%), 통증 외의 불편감(48%), 불면(42%)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통증 역시 흔하고 심각하게 보고됐다는 사실이다. 'ALS는 아프지 않은 병'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임종에 가까워질수록 이 명제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가 된다.

같은 연구에서 환자의 3분의 2가 호스피스에 등록돼 있었고, 호스피스에 등록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원하는 장소에서, 병원 밖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모르핀을 투여받을 가능성도 유의하게 높았다. 다만 보호자 3명 중 1명은 증상 관리의 일부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호스피스가 고통을 없애주는 마법 같은 장치는 아니라는 뜻이다.

임상 메모. 임종이 가까워질 때 흔히 관찰되는 신호로는 근력 저하와 움직임 감소, 더 잦아지는 호흡 멈춤, 스스로 분비물을 배출하지 못하는 상태, 의식 수준의 변화, 경구 섭취 감소, 손발이 차가워지는 말초순환 저하,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이 있다. 이런 신호들이 동시에 여러 개 나타난다면 완화의료팀과의 상담 시점을 앞당겨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나

  • 호흡: 얕고 느려지거나 멈칫거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반대로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더 평온하고 조용해지는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 섭취: 삼킴 근육의 약화로 사레가 잦아지고 음식과 물 섭취 자체가 위험해진다

  • 순환: 손발 끝이 차가워지고 불규칙한 심장박동이 나타날 수 있다

  • 의식: 각성 수준이 오르내리며 반응이 느려진다

  • 의사소통: 말하는 힘이 급격히 떨어져 뜻을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이 신호들은 모든 환자에게 같은 순서로 나타나지 않는다. 타임라인은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환자는 호흡 문제가 먼저 두드러지는 반면 다른 환자는 섭취 곤란이 먼저 심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이렇게 진행된다'는 식의 예단은 위험하다.

임상적 의미 -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의료의향서다. 실제 조사에서 환자의 88%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했고, 같은 비율로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 목표를 존중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인공호흡기나 기관절개술 여부는 매우 개인적인 결정이라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미리 문서로 남겨두면 갑작스러운 호흡부전 상황에서 가족과 의료진이 덜 혼란스러울 수 있다.

또한 통증이나 불편감을 '어쩔 수 없는 병의 일부'로 참지 않아야 한다. 통증 외의 불편감이나 불면 역시 관리 대상이며, 모르핀 등 완화 약물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환자의 마지막 시간의 질을 좌우한다.

마무리하며

ALS 말기를 함께 지켜보는 과정은 의료진에게도, 가족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신체 신호를 미리 알고 준비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과, 아무 예고 없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부딪히는 것은 그 무게가 다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호흡 관리와 영양 지원, 통증 완화까지 24시간 밀착 관찰이 가능한 환경에서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순간을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병을 멈출 수는 없어도, 남은 시간을 존엄하게 채워가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ALS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