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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의 변비, 배회·초조의 숨은 원인일 수 있다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1일
3분 분량

최근 병동에서 갑자기 초조해하며 복도를 서성이던 환자가 있었다. 정서적 문제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사흘째 변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배변 문제를 해결하자 서성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치매 환자의 변비는 단순한 소화기 불편이 아니라 문제행동의 숨은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치매 환자에게 변비가 잦아지는 이유

치매 환자에서 변비가 흔해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겹친다. 나이가 들면서 장운동이 자연스럽게 느려지는 생리적 변화가 있고, 치매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쓰는 약물의 부작용이 여기에 더해진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장운동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다.

더 큰 문제는 인지 저하로 인해 환자 스스로 불편함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배가 아프거나 속이 답답해도 '변비가 있다'고 말하지 못하니, 보호자나 의료진이 먼저 알아채야 한다.

치매 치료제도 변비와 무관하지 않다

치매 치료에 흔히 쓰이는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 계열 약물은 어지러움, 두통, 변비, 졸림 등을 부작용으로 동반할 수 있다. 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 역시 두통, 어지러움, 혼돈과 함께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이다.

여기에 감기약이나 일부 진경제, 삼환계 항우울제처럼 항콜린 작용이 있는 약을 함께 복용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항콜린제는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의식혼란, 시야흐림, 변비, 구강건조 같은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고령 치매 환자에게는 사용을 피하도록 권고되는 약물군이다. 그런데 이런 약물 상호작용은 보호자가 미리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상 메모. 치매 치료제 복용을 시작한 뒤 변비가 심해졌다면 임의로 약을 끊지 말고, 진료 시 이 증상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용량 조절이나 병용 약물 점검이 필요할 수 있다.

기존 접근의 한계 - '노인이니까 그렇다'는 생각

변비는 '나이가 들면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치매 환자에서는 변비가 초조, 배회, 거부 같은 행동 증상으로만 겉으로 드러나고, 정작 진짜 원인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대소변 실수의 원인을 감별할 때도 방광염, 요도염, 당뇨병과 함께 심한 변비, 복용 약물의 영향, 요도 괄약근 약화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잦은 설사가 오히려 심한 변비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변이 막혀 있는데도 묽은 변이 새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설사가 있다고 변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배회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배고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통증, 상처로 인한 불쾌감과 함께 변비가 배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신체적 불편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출되는 셈이다.

변비, 방치하면 섬망까지 부를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변비가 섬망(급성 혼돈)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증, 숨가쁨, 소변 정체, 변비 같은 신체적 문제는 치매 환자에서 빠르게 악화되는 혼돈, 즉 섬망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이런 신체적 원인을 찾아 교정하면 환자는 대체로 문제 발생 전 수준의 기능을 되찾는다.

따라서 치매 환자가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거나 평소와 다르게 혼란스러워한다면, 변비나 요로감염, 통증 같은 신체적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진단과 치료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도움이 된 관리법

한 관찰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식이, 운동, 약물을 함께 조절해 변 상태를 적정한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하도록 관리했다. 이렇게 관리받은 환자군은 별도 안내만 받고 스스로 대처해야 했던 대조군과 달리, 수면과 기분, 사회적 소통 면에서도 함께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변비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관리가 삶의 질뿐 아니라 수면, 기분, 사회적 소통까지 함께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하나의 관찰 연구 결과이므로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변비 관리가 단순히 배변 문제를 넘어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 섬유질이 많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공급한다

  • 수분 섭취를 규칙적으로 챙긴다

  • 아침 식후 30분경 배변 훈련 시간을 정해 습관을 들인다

  • 배변 도움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조용하고 부드럽게 진행한다

  • 필요하면 의료진과 상의해 하제 사용을 고려한다

보호자가 눈여겨봐야 할 신호

치매 환자가 갑자기 초조해하거나 화장실 근처를 서성이거나, 평소와 달리 식욕이 떨어졌다면 변비 여부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만큼, 행동의 변화가 곧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다만 변비만 해결한다고 치매 증상 자체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변비 관리는 문제행동을 악화시키는 요인 하나를 덜어내는 일이지, 치매를 치료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살피는 것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치매 환자의 배변 습관을 매일 확인하고, 식이와 수분 섭취, 활동량을 함께 살피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환자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살피는 돌봄이 쌓이면, 환자와 가족 모두가 조금 더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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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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