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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와 안전하게 외출·산책하는 법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6일 전
3분 분량

진료실에서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산책을 계속 시켜도 되는가'다. 걷는 것이 좋다는 건 알지만 혹시 길을 잃을까 봐 아예 집 밖 출입을 막는 가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외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준비만 제대로 하면 산책을 안전하게 생활 루틴으로 만들 수 있다.

왜 치매 환자는 길을 잃는가

치매 환자는 기억력과 판단력이 저하되는 질환 특성상 익숙한 길에서도 방향을 잃거나 자신의 거주지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배회 행동은 치매의 대표적인 행동심리증상 중 하나다.

겉보기에는 목적 없이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루함, 약물 부작용, 혹은 무언가나 누군가를 찾으려는 심리가 바탕에 있는 경우가 많다. 갈증이나 배고픔, 배변 욕구, 단순한 운동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경우도 있다. 즉 배회는 '문제 행동'이기 전에 환자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국내 통계를 보면 치매로 인한 실종은 드문 일이 아니다. 2024년 실종신고 총 4만 9,624건 중 치매환자는 1만 5,502명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계절적으로는 봄과 여름철에 실종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2025년 2월 965건이던 신고가 7월에는 1,651건으로 약 71% 증가했다. 날씨가 좋아져 외출이 늘어나는 시기에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뜻이다.

제도는 있는데, 왜 활용률은 낮을까

실종 예방을 위한 제도 자체는 여러 겹으로 마련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배회 가능 어르신 인식표 보급, 지문 등 사전 등록, 민간기업과 협력한 위치추적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고, 치매체크앱의 배회감지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문제는 이용률이다. 2022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치매환자 실종 신고가 7만 313건에 달했지만, 지문 사전등록률은 50.2%에 머물렀다. 절반에 가까운 가족이 제도를 모르거나, 알아도 등록 절차를 번거롭게 느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기기 자체의 한계도 있다. 과거 손목형이나 팔찌형 배회감지기는 환자가 거부감을 느껴 스스로 떼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발깔창형 배회감지기를 도입하고 있는데, 환자가 기기 존재를 인지하기 어려워 임의로 제거할 확률이 낮고 보호자가 매번 착용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도 줄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 배회 가능 어르신 인식표 – 옷 등에 부착, 발견 시 경찰이 고유번호로 보호자 연락

  • 지문 사전등록 – 치매안심센터, 경찰서, 안전드림 앱에서 신청 가능

  • 배회감지기(GPS형·매트형·신발깔창형) – 안심존 이탈 시 알림, SOS 긴급호출 기능

실종 발생 시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나

2024년 전체 실종신고 4만 9,624건 중 121명은 아직 찾는 중이었고, 발견자 중 95%는 2일 이내에 찾았다. 치매환자의 최종 미발견율은 0.1%로 아동(0.25%)이나 장애인(0.49%)보다 낮지만, 신고 건수 자체가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경향이다. 치매환자 실종 신고는 2022년 1만 4,527건에서 2025년 1만 6,58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장기실종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48시간 이상 장기실종 사례 223건 가운데 실종 원인의 71.7%가 치매였고, 장기실종자 중 70세 이상 고령자가 71.7%를 차지했다. 발견까지 48시간 이상 걸린 경우 남성 비율이 60.1%였는데, 한 달 이상 걸린 경우에는 이 비율이 83.3%까지 높아졌다. 즉 '초기 골든타임' 안에 발견되지 못하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 메모. 장기요양등급이 아직 없는 초기 치매 환자라도 인지지원등급(치매특별등급)은 인정점수가 높지 않아도 받을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보호자가 많은데, 등급을 받으면 장기요양보험을 통한 배회감지기 대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져 산책의 안전망을 훨씬 쉽게 갖출 수 있다.

외출을 막지 않고도 안전을 지키는 법

배회행동이 심한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바깥 출입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쉴 수 있는 의자를 집 근처에 놓아두면 환자가 배회하다 자연스럽게 앉게 되고, 만일을 대비해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찰이나 팔찌를 착용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파트 경비실이나 이웃에게 환자의 상황을 미리 알려두는 것도 실질적인 안전망이 된다.

외출 시에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치매 환자는 갑작스러운 변화나 낯선 자극에 쉽게 불안해하는데, 보이는 풍경이 생소하거나 낯선 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같은 시간, 같은 경로로 산책하는 것이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환자가 집에 가겠다며 고집을 부리거나 불안해할 때는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기보다 생각을 전환시키는 편이 효과적이다. 같이 차를 마시거나, 함께 걷거나, 다른 대화로 화제를 돌리는 방식으로 환자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돕는 것이 권장된다.

  • 같은 시간, 같은 경로로 산책하는 루틴 만들기

  • 이름·연락처가 적힌 명찰이나 팔찌 착용

  • 이웃·경비실 등 주변에 환자 상황 미리 공유

  • 아침 햇빛을 30~60분 쬐며 낮 활동량 확보

산책이 주는 또 다른 효과

규칙적인 산책과 낮 활동은 단순히 실종 예방 차원을 넘어 수면과 정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잠들며 식사·산책·휴식 등 규칙적인 일과를 유지하고, 낮 동안 빛 노출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침 햇빛을 충분히 쬐고 저녁 이후에는 조명과 스크린을 최소화하는 습관이 밤사이 배회나 불안 증상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운동 자체를 포기시키기보다 안전장치를 갖춘 상태에서 정해진 시간, 동일한 경로, 동반 산책을 생활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 돌봄 현장에서 더 현실적인 접근이다. 봄과 여름철처럼 외출이 늘어나는 계절 전환기에는 기기 배터리, 인식표 부착 상태, 사전등록 여부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하는 이유

치매는 환자의 이동과 자유를 빼앗는 질환이 아니라, 안전하게 그 자유를 지켜줄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로뎀요양병원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산책과 활동 루틴을 설계하고,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실종 예방 제도와 등급 신청 절차까지 세심하게 안내하려 노력하고 있다. 바깥바람을 쐬는 평범한 일상이 가족 모두에게 부담이 아니라 안심이 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그 곁을 지키겠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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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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