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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치매, 어린 자녀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2일
3분 분량

지난달 진료실에서 50대 초반 여성 보호자가 물었다. "열두 살 아이한테 엄마가 치매라는 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아이를 보호하려고 사실을 숨겨온 지 반년째라고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아이는 이미 집안의 달라진 공기를 눈치채고 있었다.

초로기 치매, 가족의 시간표가 흔들린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는 노년기 치매와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 저하보다 성격 변화, 판단력 저하, 대인관계 갈등이 먼저 눈에 띄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가족들은 처음에는 이것이 질병이라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이 시기가 자녀가 아직 미성년이거나 한창 학업과 진로를 준비하는 나이와 겹친다는 점이다. 초로기 치매 환자는 상대적으로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가 많고, 부모의 병은 자녀와 가족 전체의 관계에 큰 파장을 남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보호자들의 고민 중 상당수가 배우자 돌봄보다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나"에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숨기면 보호가 될 거라는 착각

아이를 어려운 상황에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많은 가정이 진단 사실을 미루거나 아예 말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하게 집안의 긴장감을 알아차린다. 설명 없는 침묵은 아이에게 오히려 더 큰 불안을 심어준다. "엄마가 왜 나를 못 알아보지",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같은 자책이 그 틈을 파고든다.

실제로 진단이 늦어지거나 설명이 부족했던 가정의 자녀들은 학교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보고된다. 한 청소년은 어머니의 증상이 드러나던 시기, 정작 병명을 알기도 전에 중요한 시험을 준비해야 했고, 또래로부터 부모를 조롱하는 말을 들으며 홀로 견뎌야 했다고 전했다. 진단과 설명이 늦어질수록 아이가 혼자 짊어져야 하는 몫이 커진다는 뜻이다.

임상 메모. 아이는 부모가 설명해주기 전에 이미 집안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설명을 미루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불안의 방치일 수 있다.

나이에 맞게, 정직하게 설명하는 법

해외 치매 관련 단체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최대한 명확하고 차분한 태도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치매를 "뇌와 몸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병"이라고 풀어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라는 점을 함께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건넨 뒤에는 듣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을 가늠해보고, 아이가 이미 품고 있는 걱정과 불안을 함께 꺼내놓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부모가 많은 말을 하기보다, 아이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쪽이 더 큰 도움이 된다.

  • 사실을 지나치게 포장하거나 없던 일처럼 만들지 않는다

  •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단계적으로 정보를 나눈다

  • 질문에 답할 시간과 여지를 항상 열어둔다

  • "치매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아이의 감정을 단순화하지 않는다

학교생활과 '영케어러'라는 현실

부모의 치매는 자녀의 학교생활과 또래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집안 사정을 설명하기 어려워 마음을 닫거나, 반대로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떠안으며 또래보다 일찍 어른의 무게를 지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을 흔히 '영케어러(young carer)'라 부르는데, 국내에서도 이들을 위한 지지체계가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초로기 치매환자 자녀를 위한 '영케어러 모임'을 운영하며 돌봄 지속력을 높이는 정서적 안정을 지원하고 있고, 서울 성북구 치매안심센터는 초로기 치매 환자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함께 어린이집·초등학생이 함께하는 세대 통합 체육대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일부 지자체의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자녀를 명시적 대상으로 한 상담이나 교육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마련돼 있지는 않다.

진료 현장에서의 상담, 왜 자녀까지 함께여야 하나

치매안심센터 종사자 대상 연구에서는 조기발병 치매의 경우 경제·법률 문제, 자녀 양육, 질병 수용 등 가족의 복합적 요구에 대응할 상담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다. 실제로 한 상담 사례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소재를 계속 확인하는 증상 때문에 성인 자녀가 힘들어했고, 부모 간 갈등이 심해지자 상담사가 자녀를 함께 상담에 참여시켜 치매라는 질병 자체를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자녀가 성인이든 미성년이든, 질병에 대한 이해가 가족 전체의 갈등을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 가지 더 유념할 부분은, 유전성 초로기 치매의 경우 자녀가 자신의 미래 발병 가능성이나 유전자 검사에 대해 궁금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질문에는 섣불리 확답하기보다 유전 상담 등 전문적인 경로를 통해 다뤄야 한다. 또한 성인이 겪는 초로기 치매와,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는 희귀 유전질환인 '소아치매'는 원인과 성격이 전혀 다른 별개의 질환이라는 점도 가족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진료실에서 드리고 싶은 말

부모의 치매를 자녀에게 설명하는 일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이마다 받아들이는 속도와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짜놓은 대본보다는 아이의 질문과 표정을 따라가는 대화가 더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직하게 조금씩 나누는 대화가 침묵보다 아이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초로기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자녀를 포함한 가족 전체가 함께 질병을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상담과 안내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가 부모의 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은 가족 모두에게 쉽지 않지만,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하는 병원과 지역사회의 지지체계가 있다면 가정은 한결 덜 외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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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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