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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환각, 어떻게 대처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9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보호자가 가장 당황하며 꺼내는 말 중 하나가 "아버지가 없는 사람이 보인다고 하세요"다.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를 오래 보다 보면 이 환시가 질병 자체의 진행 때문인지, 복용 중인 약물 때문인지 구분하는 일이 치료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걸 거듭 확인하게 된다. 무작정 약을 끊는 것도, 무작정 새 약을 더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왜 파킨슨 환자에게 환각이 찾아오는가

비정형 파킨슨증, 특히 루이체 계열 질환에서 나타나는 환시는 질병 자체의 신경퇴행과 약물 효과가 겹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잘못 접힌 단백질 응집체가 시각·인지 처리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 쌓이면서 지각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이 기전으로 제시된다.

국내 임상 자료를 보면 약물 치료를 시작한 뒤 약 3년 정도는 큰 부작용 없이 증상이 잘 조절되는 시기가 이어지다가, 5년 전후부터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환각도 이 무렵부터 가족들이 처음 알아차리는 증상 중 하나다. 초기에는 환자 스스로 "헛것을 본 것 같다"고 인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병식을 잃고 편집증을 동반한 망상으로 번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기존 치료의 한계, 선택지가 많지 않다

문제는 치료 선택지가 생각보다 좁다는 점이다. 파킨슨병 정신병 치료제로 정식 승인된 약은 많지 않고, 루이체 관련 질환군은 신경이완제에 유독 취약해 흔히 쓰이는 항정신병 약물조차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전형적 항정신병약을 투여받은 루이체치매 환자의 상당수에서 진정, 경직, 낙상, 혼동 악화 같은 심각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환각이 있으니 항정신병약을 쓰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임상 메모. 도파민계 약물을 줄이면 정신 증상은 가라앉을 수 있지만 운동 기능이 함께 악화될 수 있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실제 진료의 핵심 과정이다.

단계별 대처, 급성 원인부터 확인한다

환각이 보고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감염, 탈수, 전해질 이상 같은 급성 유발 요인이다. 그다음으로 점검하는 것은 항콜린 성분이 든 약물이다. 과민성방광 치료제, 일부 항우울제, 근육이완제, 수면제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비파킨슨 약물부터 먼저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이런 원인을 정리한 뒤에도 환각이 남아 있다면 그제야 파킨슨병 약물 자체, 특히 도파민 효현제나 야간 용량을 줄이는 방향을 검토한다. 그래도 조절이 어렵다면 약물을 추가하는데, 이때도 약제 선택이 중요하다.

  •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고되는 항정신병약: 퀘티아핀, 클로자핀 (혈액검사 모니터링 필요)

  • 파킨슨병 관련 환각·망상에 한해 쓰이는 약: 피마반세린(도파민계에 작용하지 않아 운동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음)

  • 인지저하가 동반된 경우 고려하는 약: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리바스티그민, 도네페질 등)

  • 원칙적으로 피해야 하는 약: 할로페리돌 등 전형적 항정신병약

병식 유무가 치료 강도를 가른다

환자가 "저게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고 말하는 가벼운 환시인지, 아니면 그 내용을 진짜로 믿고 불안해하는 망상 단계인지에 따라 대응 강도가 달라진다. 병식이 남아 있는 단계라면 약물 조정과 환경 관리만으로도 조절되는 경우가 많지만, 병식을 잃고 공격성이나 안전 위협이 동반되면 전문의의 약물적 개입이 필요하다.

약물 외에도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어두운 환경에서 착시가 잘 생기므로 저녁에는 조명을 충분히 밝게 유지하고, 환각 내용을 논리로 반박하기보다 차분히 안심시키는 태도가 권고된다. 규칙적인 일과를 유지하고 증상이 나타난 시간, 복용 약, 수면 상태 등을 기록해 진료 때 공유하면 원인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임상적 의미, 그리고 균형 잡힌 접근

약을 끊으면 환각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반대로 항정신병약을 더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치료의 방향은 결국 급성 원인 제거, 약물 단순화, 신중한 약제 선택이라는 순서를 따라가며 환자마다 다른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이런 환각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접할 때 증상의 패턴과 복용 약물, 생활 리듬을 함께 기록하며 관찰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 하나만 쫓기보다 운동 기능과 정신 증상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결국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조금 더 안정된 하루를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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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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