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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인지기능 검사 언제 받아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7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보호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다. 파킨슨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가족은 흔히 치매를 떠올리지만, 비정형 파킨슨증에서는 인지저하가 나타나는 시점과 양상이 질환마다 다르다. 언제, 어떤 검사를 선택해야 하는지 최근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해본다.

운동증상보다 먼저 오는 인지저하, 왜 다를까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은 초기에는 서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진행 핵상 마비(PSP), 다계통 위축(MSA), 피질기저핵변성(CBD), 루이소체치매(DLB)는 모두 파킨슨병과 비슷한 운동증상을 보이면서도 각자 다른 추가 증상을 동반한다. 그중에서도 인지기능이 나빠지는 시점과 양상은 질환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진료실에서 접하는 PSP 환자들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보행이 불안정하고 뒤로 넘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동시에 인지·행동 변화도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MSA-P 환자는 운동증상이 진행된 뒤에도 인지기능이 비교적 보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같은 파킨슨 증후군 범주 안에서도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검사 시점을 정하는 첫걸음이다.

선별검사만으로는 부족하다

병원에서 흔히 시행하는 MMSE나 MoCA 같은 선별검사는 짧은 시간에 인지기능 저하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이 검사들만으로 경도인지장애와 정상 인지를 명확히 구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MoCA는 MMSE보다 파킨슨병의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선별에 비교적 적합한 특성을 가지지만, 권장 기준점에서도 특이도가 충분하지 않아 양성으로 나오면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

교육수준에 따라 같은 점수라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국내 연구에서는 한국판 MoCA의 최적 절단점이 문맹자군, 저학력군, 고학력군에서 각기 다르게 보고됐다. 즉 점수 하나만 보고 "이상 없다" 혹은 "치매 의심"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환자의 교육 배경과 생활 이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MMSE, MoCA : 1차 선별검사, 짧은 시간에 가능하나 단독 확진 불가

  • SNSB, CERAD-K : 전문 신경심리검사, 원인 질환 추정과 치료 방향 설정에 도움

  • 교육수준별 절단점 적용 : 저학력 고령 환자에서 과잉·과소 진단 방지

질환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인지 패턴

국내 비교 연구에서는 MoCA-K 점수상 PSP 환자가 특발성 파킨슨병이나 MSA-c 환자보다 유의하게 낮은 인지기능을 보였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이는 PSP에서 인지저하가 더 이르고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임상적 인상과도 맞아떨어진다.

루이소체치매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사고력과 주의력 저하, 시각적 환각 같은 인지 증상이 운동증상보다 먼저 혹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파킨슨병 치매는 떨림이나 강직 같은 운동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치매는 수년 뒤에야 찾아오는 경우가 흔하다. 이 시간적 순서가 두 질환을 구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최근 국내 연구팀은 루이소체치매 환자의 뇌 영상을 분석해, 아밀로이드 축적이 먼저 시작되는 유형과 도파민 신경계 퇴행이 먼저 시작되는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도파민 결핍이 먼저 나타난 환자군에서는 렘수면행동장애와 환시가 더 흔했고, 아밀로이드가 먼저 축적된 환자군은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한 뇌 위축 양상을 보였다. 같은 진단명 안에서도 경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임상 메모. 렘수면행동장애는 흔히 루이소체계 질환의 신호로 여겨지지만, 최근에는 PSP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도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다. 한 가지 증상만으로 질환을 단정하기보다 여러 증상을 종합해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검사는 언제, 어떤 순서로 받아야 할까

진료 지침에서는 치매 선별에 MMSE를, 경도인지장애 선별에는 MoCA나 SCOPA-Cog 같은 단축형 검사를 우선 권한다. 외래에서 처음 파킨슨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라면 이 단계에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의심되거나, 운동증상 초기부터 인지·행동 변화가 뚜렷하다면 SNSB나 CERAD-K 같은 종합 신경심리검사로 단계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SNSB는 짧은 시간 안에 치매 여부만 가늠하는 기존 검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종합적 검사로, 치매의 조기 진단뿐 아니라 원인 질환을 가늠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데도 활용된다. CERAD-K는 본래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후 혈관성 치매와 루이소체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 다른 원인의 치매를 평가하는 항목이 추가됐다.

  • 파킨슨 증상 초기 + 인지·행동 변화 동반 → PSP 가능성 염두, 정밀 평가 고려

  • 운동증상은 진행됐으나 인지저하 경미 → MSA-P·PSP-P 감별 위해 자율신경 증상·영상검사 병행

  • 환시·렘수면행동장애가 인지저하보다 먼저 → 루이소체치매 패턴 고려

인지검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

여기서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인지검사 점수만으로 PSP, MSA, DLB를 확진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 이들 질환의 병인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확립된 치료법도 제한적이다. "검사 수치가 몇 점이니 치매가 맞다" 혹은 "정상이니 안심해도 된다"는 식의 단순화는 오히려 환자와 가족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선별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는 것은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는 신호일 뿐, 그 자체가 진단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루이소체치매의 두 가지 진행 경로 연구도 마찬가지다. 83명 규모의 단일기관 영상 분석 결과이기에,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하거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 다만 이런 연구들이 쌓이면서 "왜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진료실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와 가족을 만나다 보면, 인지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낙담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하지만 검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어떤 패턴의 인지저하인지 파악하면, 그에 맞춰 일상 관리와 재활, 돌봄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의 인지기능 변화를 정기적으로 살피며, 질환 경과에 맞는 돌봄 계획을 가족과 함께 세워가고 있다. 검사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환자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것이 결국 가장 든든한 치료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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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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