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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앞으로 굽는 전경수증, 원인과 관리법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6일
4분 분량

진료실에서 보호자가 환자의 턱을 손으로 받쳐 든 채 들어오는 경우를 가끔 본다. 목이 점점 앞으로 꺾여 턱이 가슴에 닿을 듯한 자세, 이른바 전경수증이다. 단순한 거북목이나 자세 습관으로 넘기기 쉽지만, 비정형 파킨슨증을 포함한 여러 신경학적 질환의 경고 신호일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목이 앞으로 굽는다는 것, 단순한 자세 문제가 아니다

전경수증(anterocollis)은 목이 비자발적으로 앞으로 굽어 머리가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dropped head', 'head ptosis'라는 표현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중요한 특징은 수동적으로 손을 대어 자세를 바로잡으려 하면 정상 자세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이 점이 뼈가 굳어 고정된 척추 변형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초기에는 환자 본인이 목이 당기는 느낌, 끌어당겨지는 듯한 느낌, 혹은 비자발적인 목 비틀림이나 경련을 먼저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근육통이나 디스크 문제로 생각하고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먼저 찾는 분들도 있다.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증, 전경수증의 빈도는 다르다

전경수증은 파킨슨병 환자에서도 최대 3분의 1 정도까지 나타날 수 있는 소견이다. 그런데 병리학적으로 확진된 다계통위축증(MSA) 사례를 보면 절반 이상에서 전경수증이 보고되어, 이 증상이 MSA를 의심하게 하는 경고 신호(red flag)로 간주된다. 고개 떨굼뿐 아니라 몸통이 앞으로 굽는 캄토코르미아, 옆으로 기울어지는 피사증후군 같은 자세 변형도 파킨슨병과 MSA 모두에서 관찰되지만, MSA 쪽에서 상대적으로 더 흔하게 보고된다.

다만 이 소견 하나만으로 MSA를 단정할 수는 없다. 전경수증은 파킨슨병 환자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비특이적 소견이므로, 다른 임상 기준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지지 소견'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확하다. 국내 대형병원 설명에서도 파킨슨병이 진행하면서 목과 몸통이 구부정해지고, 더 진행되면 옆으로도 기울어질 수 있다고 안내한다.

병태생리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전경수증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목을 굽히는 근육과 펴는 근육 사이의 경직 불균형, 혹은 목을 펴는 근육 자체의 근병증으로 인한 상대적 약화가 관여한다는 추정이 있다. 도파민 불균형이 이런 축성 근긴장이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증례도 보고된 바 있다.

치료제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역설

전경수증을 다룰 때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파킨슨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쓰는 약물이 오히려 이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증례에서 레보도파 용량을 늘린 후 전경수증이 새롭게 나타난 경우가 있었고, 반대로 약물 용량을 조정하면서 증상이 뚜렷이 호전된 경우도 함께 보고되어 있다. 카베르골린, 프라미펙솔 같은 도파민 효현제, 그리고 경피 패치형 로티고틴으로 약물을 전환한 뒤 전경수증이 발생한 사례도 기술되어 있다.

이 말은 결국, 약물 용량 조절이 전경수증의 원인도 될 수 있고 관리 수단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목이 앞으로 굽는 증상이 새로 생기거나 심해졌다면, 최근 약물 변경이나 증량이 있었는지부터 시간 순서대로 점검해 보는 것이 임상에서 첫 단계가 되어야 한다.

임상 메모. 전경수증이 심해질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최근 약을 바꾸거나 늘리지 않았는가'이다. 증상의 원인과 해법이 같은 약물 안에 함께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보툴리눔 독소 치료,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근긴장이상에 흔히 쓰이는 보툴리눔 독소 주사는 캄토코르미아나 피사증후군에서는 어느 정도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 그런데 전경수증에 대해서는 연구 자체가 현저히 부족한 상태이고, 67명의 전경수증 환자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치료 성과가 좋지 않았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전경수증과 관련된 목 통증에도 보툴리눔 독소 주사가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사 방법을 정교화해도 한계는 남는다. 초음파 유도나 근전도 유도 방식이 해부학적 랜드마크만으로 주사하는 방법보다는 결과가 나았지만, 연하곤란 같은 부작용이 적지 않게 보고되었다. 따라서 보툴리눔 독소 치료를 고려할 때는 통증 완화나 자세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미리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드시 구분해야 할 '고개 떨굼 증후군'

전경수증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감별 포인트는, 근긴장이상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목을 펴는 힘 자체가 약해지는 '고개 떨굼 증후군'과의 구분이다. 중증근무력증, 램버트-이튼증후군, 각종 근염과 근병증, 안면견갑상완형 근이영양증, 근위축성측삭경화증 같은 전혀 다른 신경·근육 질환에서도 유사한 자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적절히 치료하면 호전이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의 정밀한 평가 없이 파킨슨증의 증상으로만 단정하고 넘어가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 목 신전근 근력 저하가 의심되면 중증근무력증, 염증성 근병증 등 치료 가능한 원인부터 배제한다

  • 약물 변경 후 발생했다면 용량·제형 조정을 우선 고려한다

  • 보툴리눔 독소는 기대치를 낮춰 설명하고 통증 완화 목적으로도 제한적임을 안내한다

  • 발병 초기부터 두드러진다면 MSA 등 비정형 파킨슨증 가능성을 함께 평가한다

임상적 의미와 현실적인 관리 방향

축성 자세 이상은 생각보다 흔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20% 이상에서 이런 자세 이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은 들쑥날쑥하고, 의료진 사이에서도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만큼 환자와 가족이 증상의 변화 양상을 기록해두고, 진료 때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주사 치료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현실적인 관리 축이 보인다. 국내 재활의학과에서는 고개를 똑바로 펴는 목 운동을 파킨슨병 환자 재활의 기본으로 안내한다. 자세 운동과 물리치료를 약물·주사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균형 잡힌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전경수증은 원인이 단일하지 않고, 치료 반응도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까다로운 증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섣부른 단정보다는 차근차근 원인을 짚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이러한 자세 변화를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약물력과 증상 변화를 함께 살피며 신경과 협진을 통해 필요한 평가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목이 앞으로 굽는 작은 변화 하나가 환자의 전체 치료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오랜 진료 경험에서 얻은 믿음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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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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