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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의 통증, 파킨슨병과 다른 점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6일
3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다계통위축증(MSA)을 앓는 환자 한 분이 팔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나이 탓, 근육 탓으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니 통증은 비정형 파킨슨증에서도 실제로 잘 알려진 비운동 증상 중 하나였다. 파킨슨병과는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과 배경이 다르다는 점을 이번 글에서 정리해본다.

통증도 비운동 증상이다

비정형 파킨슨증은 다계통위축증(MSA), 진행성핵상마비(PSP), 피질기저핵변성(CBD), 루이체치매(DLB)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소뇌실조, 조기 자율신경기능이상, 조기 치매, 핵상 응시마비, 실행증처럼 전형적인 파킨슨병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소견을 함께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병의 진행이 빠르고 레보도파에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점도 파킨슨병과 구분되는 대목이다.

파킨슨병에서 통증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교적 잘 연구되어 온 비운동 증상이다. 손발이 저리거나 뻣뻣하고,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도파민 부족과 관련된 증상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하지만 MSA나 PSP, CBD 환자의 통증을 다룬 자료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그래서 환자와 가족은 통증을 그저 노화나 관절 문제로 여기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왜 통증은 늘 뒷전으로 밀렸을까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의 통증 평가가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 검증된 통증 척도를 사용해 여러 질환을 나란히 비교한 전향적 연구 자체가 드물다.

  • 통증을 일으키는 정확한 뇌 병리 기전이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 PSP나 CBD 환자는 치매, 실행증, 언어장애를 함께 겪는 경우가 많아 통증을 스스로 표현하기 어렵다.

  • 연구 결과 자체가 서로 엇갈린다. 어떤 연구는 MSA에서 통증이 유의하게 더 흔하다고 보고하지만, 다른 연구는 파킨슨병·MSA·PSP·혈관성 파킨슨증 사이에 통증 유무나 강도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한다.

이처럼 근거가 아직 통일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는 어느 한쪽 결과만 믿고 판단하기보다 환자 개개인의 통증 양상을 꼼꼼히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MSA에서 더 흔한 통증, 그런데 엇갈린 결과도

2015년 Brain and Behavior에 발표된 연구는 MSA 21명, PSP 16명, 파킨슨병 65명을 대상으로 통증을 선별하고 강도를 정량화했다. 그 결과 통증은 PSP보다 파킨슨병과 MSA에서 유의하게 더 흔하고 더 심했다. 세 군 모두 사지 통증이 가장 흔했고 그 다음이 목과 등 통증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통증 강도가 운동증상의 심한 정도와는 상관이 없었고, 오히려 불안과 우울 수준과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9년 Journal of Neurology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도 비슷한 결론을 냈다. MSA, PSP, CBD, DLB 네 가지 비정형 파킨슨증 중 통증은 MSA에서 가장 두드러졌고, 발생 시기도 이른 편이었으며 여성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반대로 CBD 환자는 다른 세 질환에 비해 통증을 가장 적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2년 Neurological Sciences에 실린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파킨슨병 236명, MSA 42명, PSP 31명, 혈관성 파킨슨증 38명을 비교했을 때 네 군 사이에 통증 유무, 중증도, 유형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는 대신 통증이 파킨슨병·MSA·혈관성 파킨슨증에서는 운동증상보다 먼저 나타나는 전조증상이 될 수 있지만, PSP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과가 갈리는 이유는 연구마다 대상자 수와 평가 도구, 질환 진행 단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상 메모. 신경생리학적 비교 연구에서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 자체는 PSP와 MSA에서도 파킨슨병과 마찬가지로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들 질환에서 통증을 '덜 느낀다'기보다는, 표현하고 보고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근긴장이상이 만드는 통증, 부위로 질환을 가늠하다

비정형 파킨슨증에서 통증의 또 다른 큰 원인은 근긴장이상이다. CBD의 대표적 임상형인 피질기저핵증후군은 비대칭적 실행증, 파킨슨증, 근긴장이상과 함께 통증을 동반한 경직이 특징이다. 실제 한 연구에서는 CBD 환자 66명 중 39명(59.0%)에서 근긴장이상이 관찰되었고, 이 중 92.0%는 최소 한쪽 팔에서 나타났다. 몸통이나 다리 근긴장이상이 팔의 뚜렷한 침범 없이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MSA와 PSP에서도 근긴장이상성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몸이 옆으로 기울거나 앞으로 심하게 구부러지는 캄프토코르미아, 피사증후군 같은 체간 근긴장이상은 파킨슨병에서도 보이지만, MSA-P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고 발생까지 걸리는 시간도 훨씬 짧다는 차이가 있다. 반면 팔이 총을 겨누는 듯한 자세로 굽는 근긴장이상은 PSP를 강하게 시사하는 소견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측면에서는 보툴리눔독소 국소주사가 이런 근긴장이상성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 한 연구에서는 피질기저핵증후군 환자에게 보툴리눔독소A를 주사한 뒤 통증 척도 점수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접근이라는 점을 함께 알아둬야 한다.

통증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때, 이를 단순한 노화나 근골격계 문제로 넘기지 않는 것이 진료의 첫걸음이다. 어느 부위가 아픈지, 언제부터 아팠는지, 근긴장이상처럼 자세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지를 꼼꼼히 기록해두면 감별진단에 보조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통증이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서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근거도 있으므로, 통증만 따로 다루기보다 환자의 정서적 상태를 함께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PSP나 CBD 환자는 인지 저하나 언어장애로 통증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실제보다 덜 아픈 것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는 점도 보호자와 의료진이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비정형 파킨슨증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지만, 통증처럼 일상의 불편을 줄여주는 접근은 분명히 존재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통증의 양상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약물치료와 재활, 정서적 돌봄을 함께 병행하는 방식으로 환자와 가족이 하루하루를 조금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통증을 정확히 이해하고 다루려는 노력 하나하나가, 결국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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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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