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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확진, 왜 3~5년씩 걸릴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2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처음엔 파킨슨병이라고 했는데 왜 지금은 다른 병명이 나왔나요." 비정형 파킨슨증은 초기 증상이 파킨슨병과 거의 구분되지 않아, 확진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병, 비정형 파킨슨증

비정형 파킨슨증은 흔히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이라 불린다. 다계통위축(MSA), 진행성핵상마비(PSP), 피질기저핵변성(CBD), 루이소체치매(DLB)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름 그대로 파킨슨병과 비슷한 떨림, 느린 움직임, 경직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여기에 더해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얹어지는 질환군이다. 전체 파킨슨증 환자 중 이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5~7%에 그친다. 드물다 보니 인지도도 낮고, 임상 경험이 적은 의료진에게는 더더욱 낯선 병이 된다.

문제는 각 아형 안에서도 임상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PSP만 해도 최소 7가지의 서로 다른 임상 표현형이 보고돼 있고, CBD와 MSA도 각각 4가지, 3가지 표현형 범주를 가진다. 예를 들어 PSP의 대표 표현형은 조기 낙상, 위아래를 잘 못 보는 시선마비, 구음장애가 특징이지만, 다른 표현형에서는 이런 특징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MSA 소뇌형은 술 취한 듯한 보행과 균형장애가 두드러지고, CBD는 한쪽 손의 기능이 유난히 떨어지는 비대칭 양상이 특징이다. 이렇게 병 하나 안에서도 얼굴이 여러 개인 셈이니, 첫 진료에서 정확히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기존 진단 방식의 한계

비정형 파킨슨증 진단은 여러 소견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의사가 내린 진단 중 약 4분의 1이 부정확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 신경과 진료 현장에서는 오히려 비정형 파킨슨증이 과소진단되고 파킨슨병으로 과잉진단되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운동장애를 전문으로 보는 센터에서는 진단 정확도가 더 높았다는 것이다. 결국 어디서, 누구에게 진료를 받느냐에 따라 진단의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증상 자체가 파킨슨병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PSP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소견과 구분이 어려워 최대 4년의 진단 지연이 흔히 보고된다. 실제로 PSP 환자의 90% 이상이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3명 이상의 의사를 거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진단 여정'은 환자와 가족에게 큰 심리적 부담이 되지만, 이는 의료진의 실수라기보다 질병 초기 증상 조합이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시기에 나타나는 임상적 난제에 가깝다.

임상 메모.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를 10년간 추적한 한 연구에서는 진단의 13.3%가 이후 수정됐고, 루이소체치매까지 포함하면 수정률이 17.7%까지 올라갔다. 수정된 진단 중 가장 흔했던 대안 진단은 혈관성 파킨슨증, 진행성핵상마비, 다계통위축이었다.

감별에 쓰이는 검사들, 그리고 한계

도파민 트랜스포터(DAT) 영상은 확진 검사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검사는 파킨슨병을 비정형 파킨슨증과 구별하는 용도로는 쓸 수 없다. 퇴행성 파킨슨증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데는 유용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아형인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뇌 MRI에서 보이는 특정 소견, 예를 들어 다계통위축에서 관찰되는 '십자무늬빵 징후'나 뇌 포도당 PET에서의 소뇌 대사 저하는 참고할 수 있는 실마리이지만 역시 단독으로 확진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임상 현장에서는 오히려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경과 관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과 같은 신호가 나타나면 비정형 파킨슨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 파킨슨병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미미한 경우

  • 증상 진행 속도가 유난히 빠른 경우

  • 기립성 저혈압, 배뇨장애 같은 자율신경계 증상이 초기부터 동반되는 경우

  • 낙상이 병 초기부터 반복되는 경우

  • 보행 실조 같은 소뇌 증상이 일찍 나타나는 경우

  • 인지 저하나 치매가 초기부터 함께 오는 경우

최근에는 뇌척수액에서 비정상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을 검출하는 시드 증폭 검사(SAA)가 연구 단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파킨슨병과 루이소체치매를 가려내는 데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고, 향후 아형 간 구분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연구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르고 아직 임상 표준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이런 신규 검사 역시 '완치 검사'나 '확정 검사'로 성급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앞으로 검증이 더 필요한 단계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확진 지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파킨슨병의 증상 발생부터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년 남짓인 데 비해, PSP는 3.4년, MSA는 3.1년으로 보고된 연구가 있다. 이 차이는 단순히 검사 기술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질환 자체의 표현형이 다양하고, 시간이 지나야만 드러나는 증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진 시 들었던 병명이 나중에 바뀌더라도, 이것을 '오진'이라고만 받아들이기보다는 병이 스스로 얼굴을 드러내는 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환자와 가족의 마음을 덜 지치게 한다.

중요한 것은 진단명 하나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나타나는 증상에 맞춰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자율신경 증상 관리, 낙상 예방, 연하곤란 대비 등은 정확한 아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맺으며

확진까지의 긴 시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불안한 기다림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증상 관리와 일상 회복을 위한 준비는 멈출 필요가 없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병명이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도 현재 나타나는 증상에 맞춰 재활과 돌봄 계획을 함께 세워나가고 있다. 진단명이 바뀌는 순간에도 환자 곁의 돌봄은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한 걸음씩 환자와 함께 걷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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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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