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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체중이 빠지기 시작하면 왜 위험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1일
4분 분량

회진 때마다 체중계 숫자를 유심히 보는 환자가 있다. 진행성핵상마비를 앓는 이 환자는 식사도 잘 하고 걷는 데도 큰 불편이 없는데, 석 달 사이 체중이 3㎏ 가까이 줄었다. 보호자는 “밥은 잘 드시는데 왜 자꾸 마르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비정형 파킨슨증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다.

비정형 파킨슨증이란

비정형 파킨슨증은 진행성핵상마비(PSP), 다계통위축증(MSA), 피질기저핵변성(CBD) 등 파킨슨병과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병리와 경과가 다른 신경퇴행성질환군을 말한다. 이 중 PSP와 CBD는 타우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보통 60대 중반에 발병해 평균 7년 정도의 경과를 거친다. 현재까지 병 자체의 진행을 멈추는 치료법은 없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치료가 이뤄진다.

이런 질환에서 체중 감소는 흔히 나타나는 문제지만, 단순히 '입맛이 없어서' 생기는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뇌의 대사 조절 이상, 떨림과 경직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 증가, 위장관 기능 저하, 삼킴 기능 저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기존 접근의 한계

진료 현장에서 가장 답답한 부분은 체중 감소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후기 파킨슨병의 체중 감소에 대해서도 정해진 지침이 없어 의사는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수준에서 체중과 영양 상태를 점검하는 정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비정형 파킨슨증에서는 이 공백이 더 크다.

MSA의 연하장애에 대해서도 국제 전문가들의 합의는 명확하다. 진단과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고, 지금까지 효과가 확인된 치료법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정해진 매뉴얼을 따르기보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상태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

영양 관리 방향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관영양(위루술 등)을 받는 진행 단계 MSA 환자 중에서도, 호흡과 삼킴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시기에는 충분한 열량 공급이 필요하지만, 이후 상태가 안정되면 오히려 하루 섭취 열량이 1,000㎉ 미만인데도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가 있어 열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반된 상황이 함께 나타난다.

새롭게 확인되는 연구 흐름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비정형 파킨슨증의 체중 감소가 파킨슨병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체중 감소가 파킨슨증 초기부터 나타나는데, 비정형 파킨슨증에서 그 폭이 파킨슨병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더 중요한 점은 진단 후 1년 이내에 나타난 유의한 체중 감소가 이후의 일상생활 의존도, 치매 발생, 사망과 독립적으로 연관돼 있었다는 것이다.

PSP를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는 이 현상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발병 후 3년 이내에는 PSP와 파킨슨병 환자의 체질량지수(BMI)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그 이후로는 PSP 환자에서만 체중이 뚜렷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파킨슨병에서는 도파민 치료가 식욕이나 에너지 소비를 조절해 체중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반면, PSP에서는 이런 완충 작용 없이 병 초기부터 체중 감소가 진행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은 모두 일상생활이 독립적이었고 식사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없어도 체중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확인된 내용

PSP 환자의 최대 80%에서 연하장애가 발생하며, 이는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탈수, 영양실조, 흡인성 폐렴, 나쁜 예후로 이어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하장애가 뚜렷하지 않은 환자에서도 하루 열량과 단백질, 섬유질, 칼슘, 철분, 아연, 비타민 E, 엽산 섭취량이 시간이 지나며 유의하게 줄어들었다는 종단연구 결과다. 이는 삼킴 검사 결과가 정상 범위라 하더라도 실제 영양 섭취는 서서히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MSA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예후영양지수와 연간 BMI 감소율로 측정한 영양 저하는 연하장애의 중증도와 무관하게 생존기간을 예측하는 지표로 나타났다. 즉 삼킴 기능 검사 점수가 안정적이라도 체중과 영양 지표는 별도로 나빠질 수 있으며, 이는 병의 초기 단계에서도 영양실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임상 메모. 체중 감소가 두드러진 PSP 환자 중 상당수는 진료실에서 '식사는 문제없이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씹고 삼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사량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체중계 숫자와 실제 식사 시간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임상적 의미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연하장애나 일상생활 장애가 뚜렷하지 않은 이른 시기부터 체중을 정기적으로 재고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문제가 없어 보여도 체중은 이미 줄고 있을 수 있고, 이 감소는 이후의 의존도나 인지 저하와 맞물려 있는 신호일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도움이 된다.

  • 연하장애 증상이 없어도 체중은 매달 일정한 시간에 측정해 추세를 기록한다.

  • 삼킴 검사 결과가 정상이어도 식사 시간이 길어지거나 식사량이 줄었다면 단백질·비타민 보충을 고려한다.

  • 이비인후과, 언어재활사, 영양사, 신경과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관리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 병의 단계에 따라 영양 전략을 다르게 가져간다. 호흡·삼킴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시기에는 충분한 열량을, 상태가 안정된 이후에는 과도한 지방 축적을 막기 위한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체중 감소를 막는 것 자체가 병의 진행을 멈춘다는 뜻은 아니다. 섭취 감소와 에너지 소비 증가 중 어느 쪽이 더 큰 원인인지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관영양으로 급여 경로를 바꾼다고 해서 영양 상태가 항상 좋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경관영양을 받는 환자의 체질량지수와 근육량이 경구로 식사하는 환자보다 낮게 보고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단순히 방법 하나를 바꾸기보다, 환자의 상태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며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의 접근

비정형 파킨슨증을 오래 지켜보며 느끼는 것은, 체중 감소라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조기에 다학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점이다. 로뎀요양병원은 신경과 진료와 함께 영양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삼킴 기능에 맞춘 식사 형태와 재활을 병행하며, 환자의 변화하는 단계에 맞춰 영양 계획을 조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완치를 약속할 수는 없어도, 체중과 영양이라는 눈에 보이는 지표를 통해 병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앞서 파악하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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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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