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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완화의료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0일
4분 분량

얼마 전 진행성핵상마비를 진단받은 지 1년도 안 된 환자 보호자가 진료실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스피스는 임종이 임박했을 때 알아보는 것 아니냐고. 그 질문을 받고 나서, 완화의료를 너무 늦게 이야기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비정형 파킨슨증은 왜 다른가

진행성핵상마비(PSP), 다계통위축증(MSA), 피질기저핵변성(CBD) 같은 비정형 파킨슨증은 파킨슨병과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진행 양상은 다르다. 뇌의 기저핵뿐 아니라 뇌간까지 침범하는데, 기저핵은 움직임을 시작하고 조절하는 부위이고 뇌간은 호흡과 심박, 삼킴 같은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병이 진행되면 운동 문제에 그치지 않고 호흡과 삼킴 기능까지 함께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레보도파 같은 파킨슨병 치료 약물이 일시적으로만 효과를 보이거나 거의 듣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휠체어 의존이나 잦은 낙상 같은 이정표에 병 초기부터 도달하는 경우가 흔하고, 이런 무거운 증상 부담을 수년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진행 후반부에는 우울증과 치매가 동반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기존 접근의 한계

문제는 이 환자들을 언제, 어떻게 완화의료로 연결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경과 전문의와 완화의료 임상의가 함께 참고할 만한 널리 인정된 지침이 없어, 각 병원과 의료진의 경험에 의존해 돌봄 계획이 세워지는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전자의무기록 분석에 따르면 파킨슨병 및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는 임종 2주 동안 평균 8.4개의 증상을 겪었고, 이 부담은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에서 더 컸다. 그런데도 완화의료 전문가의 지원은 제한적이었고, 대신 완화진정제 사용 비율이 60.4%에 달했으며 요양원에서는 최대 78.3%까지 올라갔다. 이는 증상을 세밀하게 조절하기보다 진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NICE 지침은 예후가 아닌 임상적 필요를 기준으로 완화의료를 권고하지만, 실제 전문 완화의료 의뢰는 여전히 암 환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입원형 완화의료 서비스 이용자 중 신경계 질환자가 10%에 불과했다. 비정형 파킨슨증처럼 예후 예측이 까다로운 질환은 이런 체계 안에서 소외되기 쉽다.

완화의료는 '임종 직전'이 아니다

완화의료를 진단 초기부터 시작하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신경과 주치의나 가정의가 진단 시점부터 제공하는 것을 1차 완화의료라 하고, 통증 조절이 어렵거나 정신과적 증상이 복잡해지거나 돌봄 목표를 둘러싼 갈등이 생겼을 때 전문 완화의료팀에 의뢰하는 것을 전문 완화의료라 부른다. 이 두 단계를 상황에 맞게 오가는 것이 이상적인 접근으로 제시된다.

호스피스는 이 완화의료의 한 형태로, 통상 예후가 제한된 시기에 다학제팀이 재택이나 입원 형태로 임종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다. 미국에서는 대개 6개월 이내의 예후가 요구된다. 다만 최근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포함한 연구들은 완화의료를 파킨슨증 돌봄에 통합했을 때 삶의 질이 개선되고 증상 부담이 줄어든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완화의료가 '포기하는 치료'가 아니라 '삶의 질을 지키는 치료'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어떤 신호가 논의의 계기가 될까

미국 Medicare의 호스피스 기준을 살펴보면,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몇 가지 신호를 참고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미국의 보험 제도상 기준이며, 국내 임상 현실과 그대로 대응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 안정 시에도 호흡이 힘들어지는 등 호흡 기능이 중대하게 손상된 경우

  • 휠체어나 와상 상태로의 전환, 언어가 불명료해지는 것, 연하곤란식이 필요해지는 것, 일상생활에 상당한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

  • 최근 1년 내 흡인성 폐렴, 요로감염, 패혈증, 반복 발열, 3~4단계 욕창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 체중이 뚜렷이 줄거나 약물 복용이 연하곤란으로 어려워지는 경우

이런 신호들은 '이제 무엇을 준비할 때인지' 가족과 의료진이 다시 대화를 시작할 계기로 볼 수 있다. 경관영양이나 인공호흡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같은 돌봄 목표를 이 시점에 미리 정리해두면, 급격한 악화가 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환자의 뜻에 가까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임상 메모. 비정형 파킨슨증에서 호스피스 의뢰 기준이 전형적 파킨슨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다만 낙상, 연하곤란, 자세불안정 같은 기능 저하가 진단 초기부터 빠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돌봄 계획에 관한 대화를 더 이른 시점에 시작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제도의 현실적 공백

여기서 국내 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호흡부전, 만성간경화로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만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공식 대상이 된다. PSP·MSA·CBD 같은 비정형 파킨슨증은 현행법상 이 대상 질환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4년 세계보건총회에서는 특정 질환에 특정 시기에만 제공하던 '호스피스' 개념을, 만성질환 진단 이후 언제든 다양한 장소에서 제공하는 '완화의료'로 넓히자는 방향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아직 그 방향을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와 가족은 법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하기 어렵고, 완화의료의 원칙을 신경과 진료나 재택의료, 요양 시스템 안에서 비공식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을 안고 있다.

임상적 의미

이런 제약이 있다고 해서 완화의료의 원칙 자체를 미룰 이유는 없다. 진단 직후부터 사전돌봄계획을 이야기하고, 연하곤란이나 반복 감염 같은 신호가 나타났을 때 돌봄 목표를 재점검하는 과정은 제도와 무관하게 환자와 가족이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파킨슨병 및 관련 질환에서 사망률과 관련된 지표로는 나이·성별·체질량지수·동반질환 같은 인구·임상적 요인, 운동기능 저하와 전반적 장애, 낙상과 감염, 비운동 증상 등이 꼽히지만, 생의 마지막 몇 달에 가까워졌는지를 정확히 짚어내는 연구는 아직 충분치 않다. 그만큼 예후를 기다리기보다 필요가 생길 때마다 미리 대화를 나눠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를 모실 때는 증상을 조절하는 것 못지않게, 환자와 가족이 앞으로의 돌봄 방향을 미리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데 마음을 쓴다. 호스피스라는 제도적 이름에 갇히지 않고, 진단 초기부터 삶의 질을 지키는 완화의료의 태도로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 결국 가족에게도 덜 흔들리는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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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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