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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휠체어는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9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휠체어를 언제 맞춰야 하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은 이미 몇 차례 넘어진 뒤에야 이 질문을 꺼낸다. 비정형 파킨슨증은 낙상이 진단보다 먼저 오는 경우가 많아, 휠체어 준비도 그만큼 앞당겨 생각해야 한다.

파킨슨병과 다른 진행 속도

비정형 파킨슨증은 진행핵상마비(PSP)나 다계통위축증(MSA)처럼 파킨슨 증상을 보이지만 파킨슨병과는 원인도 경과도 다른 질환군을 말한다.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초기부터 자율신경 증상이나 소뇌 증상, 인지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PSP는 질병 초기부터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 자주 넘어지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MSA 역시 근육이 뻣뻣해지고 움직임을 시작하기 어려우며, 팔을 흔들지 않고 걷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양상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나타난다. 파킨슨병에서는 낙상이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문제가 되는 것과 달리, 비정형 파킨슨증에서는 발병 초기부터 낙상이 핵심 증상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

진단을 기다리다 보면 이미 늦는 이유

문제는 진단이 늦다는 점이다. PSP는 진단까지 보통 3~4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 자료를 보면 첫 낙상은 진단보다 평균 2년 앞서 발생하고, 불안정한 보행은 진단 1.2년 전, 이동 자체가 어려워지는 시점은 진단 0.8년 전에 이미 시작된다. 즉 환자와 가족이 '아직 진단도 안 나왔는데 휠체어를 알아봐도 되나' 하고 망설이는 사이, 몸은 이미 그 단계를 지나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MSA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이 질환이 여러 진단코드로 분산돼 관리되고 있어 정확한 환자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최근 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진단명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기구 신청 시점을 판단해야 하니, 가족 입장에서는 무엇을 언제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휠체어는 '어느 날 갑자기' 필요한 게 아니다

휠체어 도입에는 정해진 단일 기준이 없다. 특정 검사 점수 이상이면 몇 개월 안에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낙상 빈도, 걷는 거리, 보호자가 부축하며 느끼는 부담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실제 임상 흐름은 '지팡이나 워커 없이 걷기 → 보행보조기 사용 → 실내는 보행보조기, 실외는 휠체어 → 전체적으로 휠체어 의존'과 같이 단계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질병 경과 중 보조기구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환자 비율이 90%에 이른다는 자료도 있는 만큼, 휠체어를 '최후의 수단'으로만 여기기보다는 보행보조기 단계부터 미리 상담을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 넘어지는 횟수가 한 달에 몇 차례 이상으로 늘었는지 기록해 둔다

  • 실외 보행 거리가 눈에 띄게 줄었는지 확인한다

  • 보호자가 부축하다 함께 넘어질 뻔한 적이 있었는지 점검한다

  • 워커나 지팡이로도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지 살핀다

임상 메모. 다계통위축증 환자 중 상당수는 증상 시작 후 5년 이내에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다고 보고된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경향일 뿐, 아형과 개별 진행 속도에 따라 실제 시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휠체어를 맞췄다고 낙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점이 있다. 휠체어를 도입하면 낙상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의자 위에서도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고,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는 이승 과정에서 낙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PSP 환자 중에는 충동적으로 혼자 일어서려다 넘어지는 경우가 보고돼 있어, 휠체어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호자가 안심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휠체어를 준비하는 시점부터 보호자에게 이승 방법을 함께 교육하고, 혼자 일어나려는 충동이 있는 환자라면 벨트나 좌석 위치 조정 등 안전장치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휠체어는 이동을 돕는 도구이지, 그 자체로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는 아니라는 점을 가족 모두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미리 알아둘 것들

전동휠체어 급여는 팔의 근력 등급 등 세부 인정 기준에 따라 결정되므로, 처방받기 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본인 상황이 기준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MSA처럼 산정특례 대상으로 명확히 지정되지 않은 질환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신청 같은 별도의 지원 경로를 함께 알아보는 편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급여 한도액이나 인정 기준은 해마다 바뀔 수 있으니, 구체적인 금액과 절차는 반드시 작성 시점의 공식 채널을 통해 다시 확인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결국 환자를 덜 지치게 한다

비정형 파킨슨증은 진행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고, 낙상이라는 위험이 진단보다 먼저 찾아오는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다'는 판단보다는, 걸음이 조금씩 불안해지는 시점부터 보행보조기와 휠체어, 주거환경 정비까지 단계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더 안전한 길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의 보행 상태와 낙상 이력을 정기적으로 살피며, 보행보조기에서 휠체어로 넘어가는 시점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함께 상담하고 있다. 이동 수단을 바꾸는 일은 병의 진행을 인정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만큼 환자가 더 안전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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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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