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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저하, 비정형 파킨슨증의 신호일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5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냄새를 통 못 맡는데, 이것도 더 나쁜 병의 신호인가요'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많은 사람의 예상과 반대다. 비정형 파킨슨증, 특히 진행성핵상마비(PSP)나 피질기저핵변성(CBD)에서는 오히려 후각이 비교적 보존되는 경향이 보고된다.

냄새를 못 맡는 게 더 나쁜 신호라고요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보호자는 환자가 몇 년 전부터 음식 냄새를 거의 못 맡았다며, 혹시 이것이 더 심각한 비정형 파킨슨증의 징후는 아닌지 걱정스럽게 물었다. 많은 가족이 후각 저하를 '더 나쁜 병'의 신호로 받아들이지만, 지금까지 쌓인 연구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후각이 심하게 떨어질수록 특발성 파킨슨병 쪽에 무게가 실리고, 후각이 비교적 괜찮게 유지될수록 PSP나 CBD 같은 비정형 파킨슨증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후각과 파킨슨병, 왜 연결되는가

파킨슨병에서 후각 저하는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한참 전부터 시작될 수 있는 대표적인 전구 증상으로 꼽힌다. 비정상 단백질 응집체가 후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와 자율신경계에 먼저 쌓이기 시작한다는 가설이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그래서 변비, 수면장애, 후각 저하 같은 증상이 손 떨림이나 걸음걸이 변화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반면 다계통위축증(MSA), PSP, CBD로 묶이는 비정형 파킨슨증은 병리 기전 자체가 다르다. MSA는 파킨슨병과 같은 알파시누클레인 계열 질환이지만 침범되는 세포가 다르고, PSP와 CBD는 아예 타우 단백질이 쌓이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이 병리학적 차이가 후각계를 얼마나 침범하느냐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의 공통된 설명이다.

운동 증상만으로는 초기에 구분이 어렵다

문제는 병이 막 시작될 무렵에는 서동증, 경직, 자세 불안정 같은 운동 증상만으로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증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진단 정확도가 가장 낮은 시기가 바로 이 초기 단계다. 이 때문에 후각검사, 자율신경계 검사, 뇌 MRI 같은 보조 지표들이 함께 고려된다. 다만 후각검사의 유용성은 비정형 파킨슨증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이 부분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가장 혼동을 일으키는 지점이다.

타우병증은 후각이 비교적 보존된다

여러 연구에서 PSP와 CBD 환자는 정상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후각 식별력이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일본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서는 특발성 파킨슨병, MSA-P, PSP, 정상 대조군을 대상으로 후각검사를 시행했는데, 후각저하로 분류된 비율이 파킨슨병군에서 가장 높았고 PSP군에서는 뚜렷하게 낮았다. 이 연구에서 정상군과 파킨슨병을 구분하는 검사의 변별력은 매우 높았던 반면, 정상군과 PSP를 구분하는 변별력은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이는 PSP 환자의 후각이 정상군에 가깝게 유지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상 메모. 과거 미국신경학회 진료지침은 후각검사가 파킨슨병과 PSP·CBD를 구분하는 데는 고려할 만하지만, MSA와의 구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명시한 바 있다.

MSA는 예외로 봐야 한다

같은 비정형 파킨슨증이라도 MSA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특발성 파킨슨병이 파킨슨 증후군 중 가장 심하고 일관된 후각 저하를 보이는 반면, MSA는 파킨슨병과 타우병증의 중간 정도 수준의 후각 장애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 메타분석에서도 파킨슨병과 MSA를 감별하는 후각검사의 특이도는 8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나, 임상적으로 MSA로 진단된 환자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이 후각저하를 함께 가지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특발성 파킨슨병: 후각 저하가 가장 뚜렷하고 일관되게 나타남

  • MSA: 후각 저하가 일부 동반될 수 있어 단독 지표로는 신뢰도가 낮음

  • PSP·CBD: 후각이 정상군에 가깝게 유지되는 경향

즉 '후각이 정상이니 MSA는 아니다' 혹은 '후각이 나쁘니 MSA가 아니라 파킨슨병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양성과 위음성 위험을 모두 안고 있는 판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영상과 전구기 표지자로 본 후각의 위치

최근 영상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환자의 후각구 면적이 대조군이나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보다 작게 나타났고, 이런 차이가 발병 초기부터 관찰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후각 저하는 파킨슨병의 전구기를 예측하는 지표 가운데 가중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항목이기도 하다. 다만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후각저하를 포함한 전구기 표지자 조합만으로 실제 파킨슨병 전환을 예측하는 힘이 기대보다 낮게 나타난 경우도 있어, 후각 저하를 가진 사람 대다수가 실제로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임상적으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진료 현장에서는 '후각이 비교적 괜찮다'는 소견이 PSP나 CBD를 더 의심하게 만드는 단서가 되고, '후각이 뚜렷하게 떨어진다'는 소견은 특발성 파킨슨병 쪽에 무게를 싣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원칙은 PSP·CBD에는 비교적 잘 들어맞지만 MSA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후각검사는 단독 진단 도구가 아니라, 체위불안정이 발생한 시점, 레보도파에 대한 반응 정도, 뇌 MRI 소견, 자율신경계 검사 결과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보조 지표의 자리에 있다.

후각 저하는 노화, 비염, 부비동염처럼 신경과 질환과 무관한 흔한 원인으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설명해야 환자와 가족의 불필요한 불안을 줄일 수 있다. 후각검사 하나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식의 과장된 기대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진단의 불확실성 속에서 필요한 것

비정형 파킨슨증은 진단 과정 자체가 길고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후각검사 하나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여러 검사와 경과 관찰을 통해 조금씩 그림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환자와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이런 진단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환자가 겪는 보행 문제, 연하 어려움, 자율신경 증상 등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며, 가족이 막막함 속에서도 다음 걸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함께하고 있다. 정확한 병명을 찾아가는 길이 더디더라도, 그 과정에서 환자의 일상을 지키는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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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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