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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운전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18일
3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보호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가 아직 운전을 하시는데, 이제 그만하시라고 해야 할까요."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이 질문을 자주 받는다. 명확한 답을 원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병에는 몇 살까지, 몇 년 차까지라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파킨슨병과는 다른 진행 양상

비정형 파킨슨증이라는 이름 아래에는 진행성핵상마비(PSP), 다계통위축증(MSA), 피질기저핵변성(CBD), 루이체치매(DLB)가 함께 묶여 있다. 겉모습은 파킨슨병과 비슷해 보이지만 진행 속도와 동반 증상이 다르다.

PSP는 균형과 보행, 안구운동, 삼킴 기능에 영향을 주고 사고력과 집중력 저하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MSA는 운동 기능뿐 아니라 혈압, 호흡, 방광 조절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조절하는 자율신경 기능까지 흔들어 놓는다. CBD는 뇌의 특정 영역이 위축되면서 움직임, 균형, 언어, 사고 기능이 함께 무너지는 질환이고, DLB 환자는 움직임과 사고, 수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때로 실제로 없는 것을 보거나 듣는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MSA는 기립성 저혈압을 포함한 불안정한 혈압, 배뇨·배변 장애, 손발이 파랗게 변하는 증상, 뚜렷한 수면 장애 등 자율신경 증상으로 파킨슨병과 구별된다. MSA와 PSP는 자율신경기능이상, 운동실조, 안구운동이상, 잦은 낙상, 조기 치매를 공통으로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운전이라는 일상적 행위에 미치는 영향이 파킨슨병보다 더 빠르고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기존 안내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국내 병원에서 제공하는 운전 관련 안내는 대부분 전형적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운전 가능 여부는 개인 증상에 달려 있고 많은 조심이 필요하며, 가능한 한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정도가 일반적인 권고다. 더운 날 운전을 특히 피하라는 안내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문제는 이 안내가 비정형 파킨슨증의 특이한 위험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낙상 위험,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실신 가능성, 수직으로 시선을 움직이기 어려운 안구운동장애 같은 문제는 일반적인 시력·신체 중심의 적성검사 항목만으로는 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운전 중 갑자기 어지럼증이 오거나 시선을 아래로 내리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파킨슨병 환자보다 더 이른 시기에, 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제도적으로는 어떻게 다뤄질까

도로교통법상 수시적성검사 제도는 치매,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재발성 우울장애 등의 정신질환이나 뇌전증 등으로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다고 전문의가 인정하는 경우에 적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 운용은 치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치매로 장기요양등급을 받거나 6개월 이상 입원하면 수시 적성검사 통지가 가고, 통지를 받은 뒤 3개월 안에 전문의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며 판정은 합격, 유예, 불합격으로 나뉜다. 이 정보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경찰청으로 통보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PSP나 MSA, CBD라는 진단명 자체가 이 조항에 자동으로 포섭되는지는 법령 문언만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가 인지저하를 겪으며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거나 장기 입원을 하게 되는 시점에는 이 절차가 함께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임상 메모. 비정형 파킨슨증에 특화된 운전 적합성 가이드라인이나 사고 위험에 관한 정량적 연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개별 증상을 반복 평가하며 판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진료실에서 무엇을 살펴야 하나

비정형 파킨슨증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운전 가능 여부는 한 번 판단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낙상 경험이 있었는지,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럼증이나 실신 기미가 있는지, 눈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생겼는지, 판단력과 반응속도가 예전 같지 않은지를 정기적으로 다시 살펴야 한다.

  • 낙상력 - 최근 몇 개월 사이 넘어진 적이 있는지

  • 기립성 저혈압 - 일어설 때 어지럽거나 눈앞이 아득해지는지

  • 안구운동 - 특히 아래쪽을 바라보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 인지기능 - 판단력, 처리속도,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의 변화

MSA처럼 자율신경 증상이 초기부터 두드러지거나, PSP처럼 안구운동과 낙상 문제가 일찍 나타나는 경우에는 파킨슨병 환자보다 더 이른 시점에 운전 문제를 가족과 함께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다. 불편한 대화이지만, 미리 나누는 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보다 훨씬 낫다.

미리 알아두면 당황하지 않는다

인지저하로 장기요양등급을 받거나 장기 입원을 하게 되면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통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와 보호자가 미리 알고 있으면, 막상 통지서를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진료 중에 미리 안내하는 것도 의료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운전대를 내려놓는 결정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결정을 미루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러 번 지켜보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 한 분 한 분의 낙상력과 인지기능, 자율신경 증상을 꾸준히 관찰하며, 일상의 크고 작은 결정을 가족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곁을 지키고 있다.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일수록, 함께 살펴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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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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